별 속에서 진행되는 핵융합반응Thermonuclear Reaction
프레드 호일은 1949년 BBC 방송국이 기획한 우주의 기원을 주제로 한 토론 프로그램에 참석하여 방송이 진행되는 내내 호일은 조지 가모브의 대폭발이론을 공격했습니다. “선생의 주장에 의하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까마득한 과거의 어느 한순간에 일어난 빅뱅으로부터 생성되었겠군요.” 이 말이 끝나자 갑자기 방청석이 조용해졌는데, 대폭발 대신에 사용한 빅뱅이란 말이 상대방을 폄하하는 의미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가모브가 옹호했던 대폭발이론은 그날 이후로 별다른 반감 없이 빅뱅이란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결국 대폭발이론을 필사적으로 반대하던 사람이 빅뱅이론이란 명칭을 작명해준 셈입니다. 빅뱅은 논리적으로 바른 명칭이 못되었는데, 빅뱅은 큰 규모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닐 뿐 아니라(빅뱅이 일어나기 전에 우주는 원자보다 작은 점 속에 응축되어 있었음)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폭발하고는 거리가 먼 사건(작은 점의 바깥은 우주가 아니었으므로 공기도 없었음)이었습니다. 1993년 8월에 『스카이 앤드 텔레스코프 Sky and Telescope』 잡지사는 빅뱅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명칭을 공모했는데, 3만여 개에 달하는 응모작 중에서 빅뱅보다 나은 명칭을 찾지 못했습니다.
호일은 우주를 이루는 원소들이 가모브의 생각처럼 빅뱅의 용광로 속에서 조리된 것이 아니라 별의 중심부에서 서서히 생성되었다고 믿었습니다. 1940년대와 1950년대에 걸쳐 발표된 논문에서 호일과 그의 동료들은 별의 내부에서 다양한 원소들이 만들어지는 과정, 즉 핵융합반응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원소의 씨라 할 수 있는 수소와 헬륨이 원자핵이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반응을 일으켜 탄소 등 무거운 원자핵이 탄생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철(Fe)까지도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별의 내부가 아무리 뜨겁다고 해도 철보다 무거운 구리(Cu), 니켈(Ni), 아연(Zn) 그리고 가장 무거운 우라늄(U) 등의 원소들이 만들어질 정도로 뜨겁지는 않습니다. 무거운 원자핵들이 핵융합을 거쳐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재탄생하려면, 초신성supernova과 같이 엄청난 열로 끓고 있는 초고성능 용광로가 필요합니다. 초신성은 수명을 다하여 죽는 순간에 온도가 조(1012) 단위까지 올라가므로 내부에서 철보다 무거운 입자가 생성될 수 있습니다. 즉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폭발하는 별의 대기나 초신성의 내부에서 발견될 수 있습니다.
1957년 호일은 영국의 여성 천체물리학자, 수학자 마거릿 버비지Margaret Burbidge(1919~)와 영국계 미국 칼텍의 물리학 교수 제프리 로널드 버비지Geoffrey Ronald Burbidge(1925~) 그리고 미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알프레드 파울러William Alfred Fowler(1911~95)와 공동 저술한 역사적인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는 우주에 산재하는 원소들의 탄생과정과 분포상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의 논리가 워낙 정연하고 설득력이 있었으므로 가모브는 호일의 핵합성이론을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신은 우주를 창조하면서 질량수가 5인 원소를 빼먹는 바람에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이에 깊이 실망한 신은 우주를 축소시킨 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했으나 그것은 신이 행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해결책이었다. 그래서 신은 ‘호일이 있으라!’고 선언했으며 그의 말대로 호일이 나타났다. 신은 자신의 창조물인 호일에게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좋으니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내라는 특명을 내렸다. 그러자 호일은 별 속에서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폭발하는 초신성의 주변에 뿌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