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상태이론Steady State Theory


마이크로파배경복사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는 빅뱅을 입증하는 두 번째 증거가 되었습니다. 핵융합이나 핵분열을 통해 새로운 원자핵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핵합성의 개념을 이용해 빅뱅의 세 번째 증거를 찾은 사람은 영국의 천문학자, 공상과학 소설가, 정상상태우주론의 대표적인 학자 프레드 호일Fred Hoyle(1915~2001)이었습니다. 호일은 1915년 6월 24일 영국 북부의 모직공단이 밀집해 있는 요크셔주의 마을에서 직물상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세 살 때 구구단을 외울 정도로 두뇌가 명석했습니다. 여교사가 학생들에게 어떤 꽃의 꽃잎이 5개라고 가르쳤는데, 다음날 호일은 꽃잎이 6개 달린 문제의 꽃을 직접 채집하여 학교로 갖고 와서는 “선생님이 틀리게 가르쳤다”고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어린 학생의 오만한 태도에 분개한 교사는 호일의 뺨을 세게 후려쳤고, 얼마 후 호일은 왼쪽 귀의 청력을 영원히 잃고 말았습니다.

1940년대에 호일은 빅뱅이론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빅뱅이론이 갖고 있던 결점 중 하나는 이론으로부터 계산된 우주의 나이가 18억 년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허블이 멀리 있는 은하의 밝기를 잘못 측정하여 발생한 오류였습니다. 그 무렵 지질학자들이 주장하는 지구의 나이는 수십억 년 단위였으므로 빅뱅이론은 당장 궁지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호일은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1958년부터 1972년까지 같은 대학의 교수로 재직한 뒤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대(칼텍)와 코넬 대학의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그는 연구 동료인 오스트리아 태생의 영국 수학자, 우주론학자 헤르만 본디 경Sir Hermann Bondi(1919~2005)과 오스트리아 태생의 영국의 천문학자 토머스 골드Thomas Gold(1920~2004)와 더불어서 정상상태우주론steady state cosmology의 대표적인 학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정상상태우주론은 빅뱅이론big bang theory의 라이벌로 종말 없는 영원히 계속되는 우주를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정상상태우주론은 완전한 우주론적 원리라는 철학적 입장을 바탕에 깔고, 우주는 항상 현재와 같은 모양으로 존재하며, 우주가 팽창해 우주의 밀도가 작아지면 이를 보충하기 위해 우주공간에서 새로운 물질이 보충되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밀도를 유지한다는 이론으로, 우주는 출발점도 없고 소멸도 없이 어떤 장소와 시점에서도 같다는 이론입니다. 그러나 빅뱅이론은 뜨겁고 밀도가 높은 하나의 점이 폭발함으로써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이론으로 우크라이나 태생의 미국 천문학자 조지 가모브가 대표적인 학자입니다.

호일, 본디, 골드가 제안한 모델에서도 우주의 일부분은 팽창하고 있었지만, 빈 공간에서 새로운 물질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밀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물질이 생성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이론은 빅뱅이론을 좋아하지 않는 보수적인 학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호일은 초고온의 혼돈 속에서 질서정연한 우주가 탄생했다는 빅뱅이론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가 생각한 우주는 시간을 초월한 우주였습니다.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그곳에 그냥 존재한다”는 것이 호일의 변치 않는 신념이었습니다.

정상상태이론과 빅뱅이론 사이의 공방은 지질학자와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과 비슷합니다. 지질학geology에서는 지구의 와형변화가 서서히 진행되었다고 주장하는 균일론uniformitarianism과 지구가 갑작스런 대변화를 여러 차례 겪었다고 주장하는 급변론catastrophism이 지금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지질학 및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균일론이 타당하나 생명체들이 갑작스런 멸종과 대륙의 이동 등은 소행성asteroid의 충돌로 설명해야 앞뒤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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