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의 협력과 지원이란 집단지능이다
1900년, 평균 미국인은 100달러 가운데 76달러를 식비와 의복비, 주거비로 지출했습니다. 오늘날 이런 항목에 지출되는 돈은 평균 37달러에 불과합니다. 1700년 프랑스 베르사유 궁에 있던 태양왕 루이 14세는 매일 저녁 홀로 만찬을 즐기면서 금그릇과 은그릇에 담긴 40종의 요리를 골라 먹었다고 합니다.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 데 498명이 동원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그는 부자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루이 14세와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가난한 셈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가는 슈퍼마켓이란 보물창고는 루이 14세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입니다. 신선, 냉동, 통조림, 훈제, 즉석 식품이 완비되어 있으며, 재료로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온갖 종류의 생선, 새우, 가리비, 달걀, 메추리알, 감자, 고구마, 옥수수, 콩, 당근, 무, 양배추, 가지, 오이, 당근, 참기름, 올리브유, 포도씨유, 땅콩기름, 금귤, 큰 뿌리 샐러리, 아욱, 7종의 양상추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우리에겐 전속요리사가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이탈리아식, 중국식, 일본식, 프랑스식, 미국식, 인도식, 태국식, 페루식, 한식 등 아무거나 골라서 식당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모든 식당의 숙련된 요리사들이 우리를 위해 봉사할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전속 재단사가 없지만, 언제든지 우리가 원하는 옷을 주문해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전역에서 우릴 위해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자가용 비행기가 없지만, 저가 항공노선 표를 사면 숙련된 조종사가 루이 14세가 꿈도 꾸지 못했던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줍니다. 우리에겐 양초 심지를 조절해줄 하인은 없지만, 전등 스위치만 올리면 곧바로 밝은 빛이 들어옵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인이 없지만, 휴대전화가 있습니다. 전용 약제사는 없지만, 약국에 가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습니다. TV 채널을 돌리기만 하면 우릴 위해 준비한 많은 소식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우명 영화배우의 이혼 소식도 집에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성적 낙관주의자The Rational Optimist』의 저자 매트 리들리Matt Ridley(1958-)는 루이 14세의 하인 498명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즉각적인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태양왕의 하인들과 달리 이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일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관점에서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매트 리들리는 묻습니다. 이것이 교환과 전문화가 인류를 위해 일으킨 마술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정치경제학자이며 윤리학자로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의 저자 애덤 스미스Adam Smith(1723-90)가 일찍이 말했습니다. “문명사회의 개인은 수많은 사람들의 협력과 지원을 상시적으로 필요로 한다. 우정을 맺을 수 있는 사람은 생애를 통틀어도 불과 몇 명 되지 않는데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협력과 지원이란 집단지능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이자 정치철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다(1899-1992)는 지식에 관해 적절하게 말했습니다. “결코 집중되거나 통합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각 개인 모두가 지닌, 불완전하고 흔히 상충되는 지식의 흩어진 조각으로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