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마음을 일으키고 형성한다
마음이 변하면 뇌 또한 변화합니다. 심리학자 도널드 헵Donald Olding Hebb(1904-85)의 연구에 따르면 뇌의 뉴런들이 함께 작동할 때, 이들 사이에는 연결이 생겨납니다. 즉 정신적 활동은 실제로 신경구조를 새로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 결과 흘러가는 생각이나 느낌조차도 뇌에 흔적을 남기는데, 이는 봄비가 언덕에 작은 자국을 남기는 것과도 같습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무엇이 흘러가느냐가 우리의 뇌를 만들어나갑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통해 우리의 뇌를 더욱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 삶의 질이 더욱 나아지고, 함께하는 다른 이들의 삶도 나아지게 됩니다.
우리의 뇌는 약 1.5kg 정도의 두부 같은 조직으로 1조1천억 개 이상의 세포로 이뤄져 있으며, 1천억 개 이상의 뉴런이 들어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각 뉴런은 약 5천 개의 연결, 즉 시냅스를 통해 다른 뉴런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시냅스에서는 다른 뉴런으로부터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물질 분비로 대표되는 신호를 받게 됩니다. 신호에 따라 뉴런은 작동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는 매 순간 받아들인 다양한 신호의 조합을 통해 신호를 보내어 다른 뉴런의 작동 여부를 알려주게 됩니다.
각 뉴런의 신호는 소량의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뇌가 정보를 운반하는 체계는 심장이 혈액을 운반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이러한 정보들이 모여서 마음을 만들어내는데, 대부분은 우리가 자각하지 못합니다.
뇌는 마음을 일으키고 형성합니다. 뇌의 무게는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산소와 포도당의 20-25%를 사용할 만큼 바쁘게 움직입니다. 뇌는 냉장고처럼 항상 윙윙거리며 일하기 때문에 깊은 사색을 할 때나 잠들어있을 때나 거의 같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1천억 개의 뉴런의 조합 결과인 작동 여부에 대한 경우의 수를 계산해 보면 10의 백만 제곱, 즉 1 뒤에 0이 백만 개 붙어 있는 수가 됩니다. 이것이 우리 마음에 일어날 수 있는 상태의 수인 셈입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수가 겨우 10의 80제곱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것이 얼마나 엄청나게 큰 수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뇌는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일하기 때문에 주의나 감정 같은 기능을 뇌의 한 부분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는 건 대개 지나친 단순화에 불과합니다.
의식적인 정신 작용은 대개 몇 초 안에 이뤄지는 시냅스의 형성과 해체에 따른 일시적인 합동의 결과이며, 이는 개울물의 작은 소용돌이와도 흡사합니다.
우리 뇌는 몸의 다른 부분과도 상호작용을 하며 이를 통해 외부와 상호작용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마음은 뇌와 신체,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자연 환경과 사회, 문화, 그리고 마음 그 자체에 의해 모습을 갖춥니다. 마음과 뇌는 지극히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므로 상호의존적인 하나의 체계로 보아 마음/뇌 시스템으로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붓다 브레인Buddha's Brain』의 저자 릭 핸슨과 리처드 멘디우스는 명상이 마음과 뇌를 평온하게 하여 마음속의 고요한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정교한 방법으로 마음과 뇌를 변화시킨다고 말합니다. 참선이나 기도 등을 해보았거나 고요한 밤하늘의 별들을 경외심을 갖고 바라본 적이 있다면 이미 명상수련을 경험한 셈입니다. 과학은 여러 종교 가운데 불교를 주로 연구하고 있는데, 이는 과학과 마찬가지로 불교 역시 신에 대한 믿음을 강요하지 않고 믿음 그 자체에서 무언가를 기대하지 말라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또한 불교는 심리학과 신경학적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마음에 대한 상세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청년 싯다르타 태자가 여러 해에 걸쳐 마음과 뇌를 수련했고, 깨달음에 이른 날 밤, 그는 마음 깊숙이 파고 들어가 고통의 원인과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발견했습니다. 그날 이후 그는 사십여 년 동안 북인도 전역을 돌며 듣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르침을 베풀었습니다.
싯다르타는 계戒, 정定, 혜慧 삼학三學, 즉 욕망과 증오의 불길을 끄고 청정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법, 한결같이 마음을 집중하여 번뇌는 벗어나는 법, 정각에 이르는 길을 설파했습니다. 삼학은 불교 수행의 세 기둥이라 할 수 있으며, 매일의 행복의 원천이 될 뿐 아니라, 심리학적 성장과 함께 영적 깨달음의 근간이 됩니다.
계戒란, 우리의 행동과 말, 그리고 생각을 통제함으로써 자신과 남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고 덕을 쌓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에서 계는 전전두 피질의 명령에 의존한다. 전전두란 이마 바로 뒤, 뇌의 가장 앞쪽이며 피질은 뇌의 바깥쪽 층을 의미합니다. 계는 또한 부교감신경계와 대뇌 변연계에서의 긍정적인 감정에 의해 상향적으로 조절되기도 합니다. 계는 공감, 친절, 사랑의 뇌를 이루는 근거가 됩니다.
정定은 우리 내부와 외계를 파악할 때 어떻게 주의 집중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리의 뇌는 집중하고 있는 대상으로부터 주로 정보를 얻게 되기 때문에 정은 좋은 경험을 받아들이는 데에, 아울러 그것을 우리의 일부로 만드는 관문이 됩니다.
혜慧는 상식에 관한 것으로, 두 단계가 있습니다. 첫째, 우리는 무엇이 우리를 상처 입히고, 도움을 주는가를 깨닫게 됩니다. 즉 고통의 원인과 고통을 끝내는 법을 일컬음입니다.
계戒, 정定, 혜慧는 조절, 학습, 그리고 선택이라는 뇌의 세 가지 기능에 의해 유지됩니다. 뇌는 스스로를 조절할 뿐 아니라 우리 몸 점체도, 신호등의 초록불과 빨간불처럼 흥분과 억제 활동의 조합을 통해 조절합니다. 또한 뇌는 새로운 회로를 형성하며 기존의 회로를 강화 혹은 약화시킴으로써 학습합니다. 또한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에 가치를 매기고 정보를 취사선택합니다.
릭 핸슨과 리처드 멘디우스는 이들 세 가지 기능이 신경계의 모든 수준에서 작동한다고 말합니다. 시냅스 말단에서 복잡하게 뒤얽힌 화학물질의 조합으로부터 전체 뇌의 통합적 조절, 반응, 인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요 정신 작용에 관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戒, 정定, 혜慧 각각은 이들 기능 중 하나와 특히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릭 핸슨과 리처드 멘디우스는 계는 조절에 주로 의존하는데, 양자 모두 긍정적인 경향을 강화하고 부정적인 것을 억제하고, 정은 새로운 것을 학습하게끔 하는데 이는 주의집중을 통해 뇌의 회로가 형성되며 과거 학습의 결과를 안정되고 확고한 인지 상태로 발전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혜는 다양한 선택의 결과를 안정되고 확고한 인지 상태로 발전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혜는 다양한 선택의 문제인데, 더 큰 즐거움을 위해 사소한 것을 버리는 것 등이 그 예입니다. 결과적으로 계, 정, 혜를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조절, 학습, 선택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들 세 가지 신경계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은 계, 정, 혜 세 가지 기둥을 떠받쳐주는 버팀목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