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개미 무리 중에는 개미를 노예로 삼는 종이 있다
꿀벌은 장수말벌류, 개미류, 흰개미와 더불어 고도의 사회성을 가진 곤충의 한 예입니다. 꿀벌은 꿀 도둑을 침으로 쏘고 그 싸움에서 죽게 됩니다. 사회성 곤충의 공적은 전설적인데, 그중에서도 협력 행동의 능력과 외관적인 이타주의는 놀랄 만큼 뛰어납니다. 적을 찌르는 자살행위는 그들이 가진 자기포기의 경이적인 상태를 상징합니다. 꿀단지개미 가운데 괴이하게 부풀고 꿀을 잔뜩 꾸려 넣을 수 있는 배를 가진 일개미가 있습니다. 그들의 전 생애에 있어 오직 하나뿐인 일은 천장에 붙은 전구처럼 축 늘어져 다른 일개미들의 먹이 저장소로 이용되는 것입니다. 그들의 개체성은 외관상 사회의 복지성에 종속된 것처럼 보입니다. 사회성 곤충의 집단 내의 대부분의 개체는 불임의 일벌레입니다. ‘생식 계열 germ line’(불사신의 유전자를 계속 전하는 계열)은 번식능력을 가진 극히 소수의 개체로서 번식자의 몸속을 흐르고 있습니다. 번식능력을 가진 소수의 개체는 정소나 난소 중에 들어있는 우리의 생식세포와 유사합니다. 불임의 일벌레들은 우리의 간, 근육, 그리고 신경세포에 해당합니다. 일벌레들이 행하는 자살적 행위와 다른 형태의 이타주의 및 상호 협력은 그들이 불임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놀랄 일이 아닙니다. 일벌은 자기의 자식을 만들지 않습니다. 일벌들은 자식이 아닌 근친자를 돌보는 데 전력을 쏟고 스스로의 유전자를 보존하려고 합니다. 한 마리의 불임의 일벌이 죽는 것은 자기의 유전자에게는 사소한 일에 불과합니다.
사회성 곤충에서 개체는 애 낳는 자와 애 키우는 자의 두 주요 계급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애 낳기를 담당하는 자는 번식력이 있는 암컷과 수컷이고 애 키우기를 맡는 자는 일벌레들입니다. 일벌레 중에서 흰개미류의 경우는 암수가 모두 불임인데 기타의 모든 사회성 곤충에서는 암놈이 불임입니다. 일종의 ‘부모에 의한 조작’ 이론에 의하면 여왕은 자기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 일벌레에게 화학 물질에 의한 조작을 가해 자신이 낳는 많은 새끼의 시중을 들게 한다는 것으로 이렇게 해서 얻는 이익은 모두 여왕이 차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론에 의하면 일벌레는 애 낳는 벌레를 “자기의 이익을 위해 키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벌레들은 번식 층에 조작을 가하여 그가 일벌레의 몸속에 있는 유전자의 복제물을 더 많이 증식하도록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개미류, 꿀벌류, 장수말벌류에서의 일벌레는 여왕보다 한 배embryo(다세포생물의 발생 과정에서 초반에 해당하는 단계) 새끼와의 근친도가 실제로 높습니다.
개미류, 꿀벌류, 장수말벌류 등을 포함하는 그룹을 막시류Hymenoptera이라고 합니다. 막시류는 세계 도처에 분포하며 생활환경에 잘 적응하고 기생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 대략 10만 종류가 알려져 있습니다. 이 종류의 곤충은 매우 특이한 성 결정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흰개미는 이 종류에 포함되지 않으며, 또 이 특이한 성 결정 양식도 공유하지 않습니다. 막시류의 전형적인 집에는 성숙한 여왕이 한 마리밖에 없습니다. 여왕은 젊어서 결혼 비행을 한 번 하고, 그때에 저장한 정자로 나머지 전 생애(10년 또는 그 이상) 동안 애 낳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에 암놈은 정자를 일정량씩 방출하여 수란관을 통과하는 알을 수정시킵니다. 그러나 모든 알이 수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수정란이 발육하면 수놈이 됩니다. 즉 수놈에게는 아비가 없습니다. 수놈의 몸의 모든 세포 중에는 두 세트의 염색체가 포함되는 것이 아니고 한 조의 염색체(모두 어미 혈통)밖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암놈에게는 아비가 있는데, 암놈의 체세포들 속에는 보통과 같은 두 세트의 염색체가 들어있습니다. 어떤 암놈이 일벌레가 되느냐 여왕이 되느냐는 유전자가 아닌 어떻게 자랐느냐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즉 암놈은 여왕을 만드는 유전자의 완전한 세트와 일벌레를 만드는 유전자의 완전한 세트(또는 일벌레, 병정 등 개개의 특수화된 계급을 만들어내는 유전자의 완전한 세트들이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적합할 것이다)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세트에 유전자가 전해질지는 그 암놈이 어떻게 양육되느냐, 특히 어떤 먹이를 받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러한 막시류의 성 결정 유성생식의 시스템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인간의 경우 한 남자에게서 유래하는 정자는 모두 틀린 유전자 조성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막시류의 시스템에서 한 마리의 수놈이 만드는 정자는 모두 같은 정자로 되어버립니다. 막시류 수놈의 몸속 세포는 두 세트가 아니라 한 세트의 유전자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일한 수놈에서 유래하는 정자는 모두 같습니다.
개미 무리 중에는 개미를 노예로 삼는 종이 있습니다. 노예 사역 일개미 혹은 병정개미가 하는 일은 노예를 사냥하는 것뿐입니다. 대립하는 군대가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진정한 의미의 전쟁은 사람과 사회성 곤충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개미류에서 병정개미는 무시무시한 전투용 턱을 가지고 있어 집단을 위해 다른 개미 군대와 싸우는 일을 도맡습니다. 병정개미는 다른 종의 개미집을 공격해 집을 방위하고 있는 일개미나 병정개미를 죽이고 성충이 되기 전의 애벌레들을 빼앗아갑니다. 애벌레는 포획자의 보금자리에서 성충이 되어 노예의 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들의 신경계에 주입된 프로그램에 따라 자기와 같은 종의 보금자리에서 일반적으로 행했을 모든 일을 해치웁니다. 노예개미가 보금자리에 머물러 청소, 먹이 구하기, 새끼 돌보기 등 개미집을 유지하기 위한 일상적인 작업에 정성을 쏟는 동안 병정개미는 다시 노예사냥 원정을 계속합니다. 노예들은 자기들이 시중들고 있는 여왕이나 새끼가 남이란 것을 모릅니다. 노예 사역종의 여왕은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성비를 기울게 할 수 있습니다.
개미류는 재배용의 식물뿐만 아니라 가축도 소유하고 있다. 진딧물이 그것입니다. 진딧물류는 식물의 즙을 흡입하기 위해 고도로 특수화된 곤충입니다. 그들은 식물의 즙을 매우 효율적으로 빨아들이기 때문에 자기들이 소화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양을 빨아댑니다. 또한 영양가를 조금만 흡수하고 나머지 액체는 분비합니다. 당분을 많이 포함한 ‘꿀방울’이 몸의 후미에서 대량으로 흘러 넘쳐 나오며, 자기의 체중을 넘는 정도의 꿀방울을 매시간 분비할 때도 있습니다. 꿀방울은 비처럼 지상에 떨어집니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하느님이 주신 양식인 만나manna는 이 꿀방울이었을 것입니다. 개미 중에는 그 꿀방울이 진딧물의 몸에서 이탈되는 순간 즉시 그것을 탈취하는 종류가 있습니다. 그들은 더듬이와 다리로 진딧물의 궁둥이를 비벼서 꿀을 짭니다. 진딧물도 개미에게 반응하는데, 개미가 건드리기 전까지 작은 꿀방울을 내지 않다가 개미가 받을 준비가 될 때에 그것을 분비합니다. 이 상호 관계로 진딧물이 얻는 것은 천적으로부터의 보호입니다. 인간에게 사육되는 젖소처럼 그들도 보호받는 생활을 하는 것임니다. 개미가 자기들의 지하 집 속에서 진딧물의 알을 돌봐주는 예도 있습니다. 이 경우 개미는 진딧물의 애벌레에 먹이를 주고, 마침내 그들이 성장하면 그들을 보호받을 수 있는 풀밭에서 풀을 뜯도록 조심스럽게 운반합니다. 이런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를 상리공생mutualism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