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우리야말로 핵전쟁의 인질이다
인간 두뇌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대뇌 피질이 직관과 이성의 활동을 관장합니다. 사람은 무리 생활을 통해 진화했으므로 우리는 상호 동반자적 관계에서 기쁨을 누립니다. 상대방을 보살피고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의 본성은 무리 생활을 통한 진화의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런 진화 과정에서 우리 마음에는 희생의 정신이 깊이 새겨졌습니다. 인류는 규칙적 자연현상의 숨은 의미를 예리한 직관과 이성으로 해독하여 무리 생활에 효율적으로 이용할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협동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효과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하는 능력 또한 꾸준히 키워온 것입니다.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조금이라도 불안하면 자신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되도록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최후의 날의 도래를 염려하는 이들을 혹세무민을 꾀하는 걱정꾸러기라고 몰아붙이든가, 인류 사회 제도의 근본 변화는 비현실적이고 실현성이 없으며 인간 본성에 위배되는 짓이라고 헛된 주장을 길게 늘어놓고는 합니다. 그들의 주장을 듣다 보면 핵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갈과 협박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평화 유지 방안인 듯한 착각을 하게 됩니다. 인간 본성의 단 한 가지 속성만 고집한다면 이러한 주장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인간 본성에는 다른 좋은 속성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해결 방안을 핵 이외의 것에서 찾아야 함니다. 전 세계적 규모의 핵전쟁이 일어난 적이 아직 없다는 사시를 통계적으로 전면 핵전쟁이 결코 일어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게 됩니다.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우리야말로 핵전쟁의 인질이라고 말합니다. 지구상 모든 사람이 핵전쟁의 볼모로 잡혀 있다고 말합니다. 인질로 잡힌 우리가 먼저 핵 및 재래식 무기와 전쟁에 대한 연구를 하고 그 다음에 우리의 정부들을 계몽해야 한다고 말합니니다.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 기술의 개발과 연구는 결코 게을리 할 수 없는 우리의 절대 의무입니다. 우리는 이제 사회, 정치, 경제, 종교라는 이름의 제도가 가르쳐온 전통적 지혜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과감한 도전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노력을 경주하여 우리의 이웃이 지구 어디에서 살든 그들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함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제안이 비현실적이고 인간 본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거절당할 때마다 “그렇다면 당신이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입니까?” 하고 반문했습니다. 인간의 동질성에 근거한 이 방안 외에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대안은 없습니다.
인간의 성격이나 인류의 역사, 비교 문화 연구 등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노예제도, 인종차별, 심한 여성혐오, 폭력 등이 모두 서로 깊게 연관된 현상이라면 우리의 미래를 어느 정도 낙관해도 좋을 듯싶습니다. 인간의 야수성을 우리 스스로가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우리 사회는 근본적인 변혁을 겪고 있습니다. 수천 년 동안 내려오던 노예제도가 겨우 최근 200년 사이에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수천 년 동안, 아니 그 이상 더 긴 세월을 통해 여성은 하나의 소유물로서 참정권과 경제권을 박탈당한 채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근대로 들어오면서 여성도 남성과 거의 동등한 권리를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극도의 후진 사회에서조차 볼 수 있는 변화입니다. 침략을 준비하던 바로 그 나라의 시민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전쟁이 중단되는 사건이 20세기에 들어와서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국수주의와 맹목적 애국주의가 한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를 철저하게 지배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현대는 그들의 열광과 호소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뿐 아니라 심한 경우 백안시당하기도 합니다. 어린이에 대한 처우가 전 세계적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는데 이는 생활수준의 향상에 기인하는 바가 클 것입니다. 앞으로 수십 년 이내에 전 지구적 규모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변화의 조짐들이 인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실현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단 하나의 종이라는 새로운 인식이 지구상에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