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핵분열 물질은 원자로에서 쉽게 훔칠 수 있다



인류는 현재 위대한 모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모험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우리가 지금 감행하려는 모험은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이 뭍으로 진출한 사건이나, 유인원이 나무 위에서의 삶을 청산하고 땅으로 내려오기로 한 결정 등에 버금갈 만한 위대하고 중요한 사건으로 인류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지구의 온갖 족쇄에서 벗어나려고 끙끙거리고 있습니다. 인류는 이미 지구의 속박에서 일시적 해방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사고방식에 내재된 원시성을 잘 길들이며 우리의 원시적 두뇌가 내리는 일방적 지시와 대결함으로써 지구가 사람에게 걸어놓은 정신적 족쇄에서 탈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쟁 수행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인간은 상호 불신이란 최면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하나의 종으로서의 인류에 대한 염려 같은 것은 아예 할 줄 모릅니다.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핵전쟁을 두려워하지만, 핵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은 단 한 나라도 빠짐없이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핵전쟁이 미친 짓이라고 알고 있지만, 국가는 국가대로 핵전쟁의 필요성에 대한 그럴듯한 구실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우리가 여기서 음울한 인과의 고리를 보게 된다면서, 핵폭탄은 만들기 쉬운데, 핵분열 물질은 원자로에서 쉽게 훔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제 핵폭탄 제조 기술은 거의 가내 공업의 범주에 들었다고 말합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파괴력은 겨우 13킬로톤이었습니다. TNT 1만3천 톤에 해당하는 위력이었습니다. 1954년 3월 1일 마셜 군도 비키니 섬에서 있었던 수소폭탄 시험은 15메가톤 급의 위력이었습니다. 폭발 지점에서 150km나 떨어진 작은 산호섬 롱애러프Rongalap도 거대한 방사능 구름으로 덮였습니다. 폭발한 지 수 시간 후 방사능 낙진이 롱에러프 섬에 눈송이가 내리듯 떨어졌습니다. 수소폭탄을 이용한 전쟁이 발작적으로 일어나면 전 세계의 모든 도시에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 100만 개가 떨어지는 셈입니다. 히로시마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TNT 1만3천 톤이 수십만 명을 살해했으니, 전면 핵전쟁에서는 1000억의 인명을 죽이고도 남을 것입니다.

핵 공격에서 비록 몇몇 사람이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쉽게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묘한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핵폭발은 지구 상층 대기의 질소와 산소의 결합을 촉진시켜 오존의 상당량을 파괴시킬 것입니다. 오존층의 파괴로 태양 자외선이 지구 대기로 침투할 수 있으며, 그 때문에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이 수 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태양 자외선은 피부암을 유발하는데 피부암은 특히 백인종에게 위험합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지구 생태계에 가져올 변화입니다. 하지만 변화의 실상을 모르기 때문에 대책을 세울 수 없습니다. 자외선은 곡식의 수확량을 격감시킬 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미생물들을 죽일 것입니다.

핵무기를 통한 전쟁 억지라는 아이디어는 전적으로 우리의 비인간적 조상의 행동 양식에 근거한 것이다. 정치가 헨리 키신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핵 억지력의 실현 여부는 무엇보다 심리학적 판단 기준에 달려 있다. 핵사용 억지의 목적에서 볼 대 협박성 공갈을 신중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편이 심각한 위협을 허풍으로 오판하게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때로는 막가파식의 비이성적 행태를 상대국에게 구사한다던가, 아니면 상대방을 핵전쟁의 가공할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완전 세뇌하여 핵무기로 인한 전멸 가능성으로부터 스스로 거리를 두게 유도하는 것이 핵 억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실질적 방책이라는 것입니다. 광기 어린 협박의 실제 목적은 가상의 적대국을 지구 전역에 걸친 대결의 장으로 내몰지 않고 오히려 분쟁의 여러 쟁점에서 상대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려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막가파식 공갈 협박을 완벽하게 구사하여 상대방을 속이려면 절묘하게 과장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과장에는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중대한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비이성적 행태로 협박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이러한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서 협박의 허세를 허세로 묶어두지 못하고 언젠가 결국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협박을 실행으로 옮기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자신이 부리는 허세를 상대방으로 하여금 허풍이 아니라 실제라고 믿게 하려다가,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어버리는 경우가 생기고 맙니다. 협박은 실행으로 옮겨질 위험을 반드시 동반합니다.

강대국들은 살상용 핵무기를 자체 조달하고 비축하는 데 대한 자기 나름의 정당화 논리를 구축해놓고 있으며, 그 논리의 당위성을 만방에 열심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항시 가상 적국의 문화적 하자를 지적하고 그들이 저지를지 모르는 비이성적 행태를 상정하여 사람이 아직 갖고 있는 파충류의 뇌를 자극하는 데 유효적절하게 활용함으로서, 자국민을 파충류적 행동 기제로 몰고 갑니다. 자국은 상대국과 달리 문화적 하자가 없고, 타국을 해칠 의도가 없으며, 건전한 세계 시민으로서 세계의 정복 따위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국가에는 결코 실현돼서는 안 되는 일들의 목록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목록에 들어있는 일들이 일어나도록 결코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핵을 보유한 초강대국들이 떠들어대는 그들의 뻔한 주장을 우리는 귀가 아프게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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