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브뤼허 성모>: 절제된 조화미

작품을 Daum '광우의 문화읽기'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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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브뤼허 성모>, 1504년경, 대리석, 높이 받침대 포함 128cm. 브뤼허 노트르담 성당

아기 예수가 왼쪽 다리로 몸무게를 지탱하면서 성모의 옷자락을 발로 누르는 바람에 주름져 흘러내린 옷자락이 팽팽해졌습니다. 성모는 책을 읽다가 아기가 와서 몸을 의지하는 바람에 잠시 독서를 중단하고 책이 떨어지지 않도록 오른손으로 책을 누르고 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성모와 아기 예수에 관한 작품을 구상하고 1504년경 <브뤼허 성모>로 불리는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성모와 아기 예수의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여섯 살에 어머니를 여읜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을 통해 어쩜 어렴풋이 기억나는 어머니와 자신을 상상해 표현했는지도 모릅니다. <로마 피에타>의 마리아와 이 작품의 마리아가 닮은 것은 당연합니다. 성 모자는 성모 제단화에서 수없이 변화를 겪은 주제지만 피렌체에서는 조각품의 주제로는 자주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대리석보다는 일반적으로 테라코타로 제작된 작품을 더 자주 접하게 되는데, 테라코타는 그 자체로 매력이 없는 까닭에 매우 세밀하게 채색되었습니다. 하지만 16세기가 시작되면서 테라코타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는데, 사람들이 기념비적인 특성을 요구하면서 돌로 된 작품을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반투명한 대리석은 <로마 피에타>에서 볼 수 있듯 미켈란젤로의 손 안에서 인간의 살과 주름진 옷자락을 표현하는 데 매우 적합한 재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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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브뤼허 성모>의 부분

머리에 올린 천이 가냘픈 얼굴을 더욱 강조해주고 <로마 피에타>에서와 같이 이마 위의 주름진 천은 머리 위에 빛나는 영광처럼 보입니다. 이마에는 빛에 의한 베일의 효과를 내기 위해 선이 새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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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브뤼허 성모>의 부분


미켈란젤로는 아기 예수를 상당한 크기와 힘을 지닌 형상으로 어머니의 두 무릎 사이에 세워놓음으로써 과거 성 모자의 형태를 완전히 넘어섰습니다. ‘걸음마하는 아기’라는 모티프를 이용하여 조각에 새로운 형식을 부여한 것입니다. 아기는 어머니의 두 다리 사이에 걸터앉아 어머니의 왼쪽 허벅지에 몸을 기대고 있습니다. 성모는 바위처럼 굳건한 모습으로 앉아 있습니다. 아기는 왼팔을 어머니의 왼쪽 무릎 위에 올려놓고 어머니의 손을 잡아당겨 쥔 채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무의식적 행동은 미켈란젤로 작품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그는 마음의 상태를 무심한 몸짓을 통해 표현합니다. 미켈란젤로에게 성모는 오직 청순하고 기품 있는 불멸의 존재입니다. 통통하게 살이 찐 아기의 모습과 가냘픈 성모의 얼굴이 대조를 이룹니다. 성모의 이목구비가 선으로 분명하게 그린 듯이 보입니다. <로마 피에타>와 더불어 아름다운 성모의 모습에서 관람자가 영적인 순수함을 느끼도록 의도했습니다. 깊은 생각에 잠겨 침묵한 채 앉아 있는 성모의 두 발의 높이가 동일하지 않음을 통해 새로운 형태를 표현한 것도 특징입니다. <로마 피에타>의 성모와 <브뤼허 성모>는 서로 닮은 모습이지만, <로마 피에타>의 성모에게 드리워진 우수가 여기서는 사라지고 평온한 모습입니다. 이제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와 함께 이십대 중 후반의 처녀 같은 성모는 영원히 늙지 않을 모습입니다. 뵐플린은 이 작품의 수직구성을 특성으로 꼽았습니다.

새로운 미술의 정신이 절제된 조화를 이루면서 강력하고도 고귀한 모습으로 <브뤼허 성모>의 입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렇다. 머리 자세가 보여주는 수직구성의 특성만 해도 ‘위대성’이라는 면에서 모든 15세기의 요소를 완전히 넘어서는 모티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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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성모와 아기, 천사들: 맨체스터 성모>, 미완성, 패널, 105-76.5cm.


이탈리아 북쪽에 위치한 플랑드르의 도시 브뤼허의 상인회가 이 작품을 의뢰했으므로 도시 이름을 따서 <브뤼허 성모>가 되었으며, <성 모자>라고도 합니다. 콘디비와 바사리는 이 작품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청동으로 제작되었다고 잘못 기술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 중에서 처음으로 이탈리아 반도 바깥으로 수출된 이 작품은 금세 유명세를 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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