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우리는 외계의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행성 지구에서 가장 큰 전파, 레이더 천문관측 시설은 푸에르토리코 섬에 있는 아레시보Arecibo 전파, 레이더 천문대입니다. 이것은 코넬 대학이 미국 과학재단의 위촉을 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푸에르토리코 섬 오지에 있던 거의 반구형의 넓은 골짜기를 여러 개의 반사판으로 덮어서 이 망원경의 주사반경을 만들었는데, 그 지름이 무려 305m에 이릅니다. 구조상 이 망원경으로는 전 하늘을 마음대로 둘러볼 수가 없습니다. 주반사경면이 바로 지표면이기 때문입니다. 주반사경은 우주 깊은 곳으로부터 오는 전파 신호를 받아서 주반사경 위에 높이 매달려 있는 부반사경으로 보내 거기에 초점을 맺게 한 뒤, 그곳에 모인 신호를 전기선을 이용해 제어실로 보내면 제어실에서 이 신호를 분석합니다. 이렇게 해서 우주 저 멀리에 있는 천체를 이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습니다. 이 시설은 레이더로도 쓰입니다. 이때에는 부반사경이 전파 신호를 주반사경으로 쏘아주면 주반사경이 그 신호를 우주로 내보냅니다. 아레시보 전파 천문대는 우주로부터 오는 외계 문명의 신호를 검출하는 데 실제로 쓰였을 뿐 아니라 단 한 번뿐이었지만, 우리의 신호를 외계로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전파 이외의 방법도 물론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간을 항해할 수 있는 우주선, 가시광선이나 적외선 레이저, 중성미자 펄스, 중력파의 변조파 등이 있습니다. 앞으로 1000년이나 더 지난 후에야 발견될지 모르는 다양한 송신 방법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선 단계에 있는 외계 문명에서는 그들의 통신 수단으로 전파를 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전파가 매우 뒤떨어진 통신 수단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파가 갖고 있는 장점들은 만만치 않습니다. 즉 강력한 신호를 발생시킬 수 있고 비용이 적게 들고 전달이 빛의 속도로 지극히 빨리 이뤄지며 게다가 조작, 발신, 수신, 해석 등 모든 것이 간단합니다. 그들이 우리보다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면, 그들은 우리같이 후진 문명권에서는 우선적으로 전파 기술에 의존할 것이라고 믿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외계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싶어 한다면, 당연히 전파 신호에 관심을 집중시킬 것입니다. 그들의 ‘고대 기술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던 전파 망원경을 다시 꺼내서 우리 쪽을 향해 설치하고 작동시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과연 우주에 이야기할 상대가 있을까? 우리 은하수 은하에만 물경 3000억 내지 5000억 개의 별들이 있다고 하는데, 지적 생물이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을 거느린 별이 어찌 태양 하나뿐이라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행성계마다 우리 태양계와 마찬가지로 행성들이 열 개씩 있다면,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행성들의 총수는 무려 1조3천억 개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생물들은 일단 태어나기만 하면 주위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집요한 생명력으로 개체 수를 증가시키며 서식지를 급속히 넓혀갑니다.
수백만 개에 이르는 문명사회가 은하수 은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면, 문명사회들 사이의 평균 거리는 대략 200광년이 됩니다.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라디오 전파라고 하더라도 가장 가까운 이웃까지 가는 데 2세기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현 수준은 범은하적 관점에서 볼 대 뒤쳐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세이건은 우리가 그들에게 신호를 보내려고 애를 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낸 신호를 받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은하에는 고도의 기술 문명권이 수백만 개나 있을지 모르는데 현재까지 전파를 이용하여 조사한 별은 겨우 수천 개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더 해야 할 일이 지금까지 해놓은 일의 1000배나 된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