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노래는 보통 15분 정도 지속된다
우주의 저 광막한 암흑의 심연에는 우리 태양계보다 더 젊거나 늙은 별과 행성들이 수없이 많이 존재합니다.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지구에 생명이 태어나서 지적 능력을 갖추기까지 있었던 일련의 진화 과정이 코스모스 도처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은하수 은하 하나에만도 100만 개의 다른 세상이 존재합니다. 거기에서는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의 지적 존재들이 살면서 우리보다 훨씬 앞선 기술 문명을 키우고 있을 것입니다. 박학하다는 것과 현명하다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적 능력은 단순히 축적된 정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적 능력은 주어진 정보에서 연관성을 읽어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 자체가 우리의 지적 능력을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 구실을 한다면서, 지적 능력을 잴 수 있는 잣대, 즉 정보의 단위로 이진법의 ‘비트’가 사용된다고 말합니다. 던져진 질문에 대한 답인 ‘예’, ‘아니오’가 1비트를 이루며, 이때 질문은 물론 묻는 내용이 확실한 질문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알파벳 스물여섯 글자 중에서 하나를 지칭하는 데 5비트가 필요하다면서, 가부 두 가지 가능성 중에서 하나씩 택하기를 다섯 번 반복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합니다.(2×2×2×2×2=32) 26은 분명히 32보다 적은 수이므로 알파벳 스물여섯 글자 각각은 5비트로 충분히 구별된다면서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 『코스모스』에 실린 언어 정보의 총량을 1000만 비트(107)가 채 못 되며 한 시간짜리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평균 정보량이 1012비트 정도라고 말합니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도서관에 보관된 책과 그림에 언어와 화상의 형태로 담겨있는 정보의 총량을 대략 1016 내지 1017비트라고 말합니다. 그중 대부분은 중복된 정보이지만 이 숫자가 인류가 갖고 있는 지식의 총량을 얼추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렇지만 지구보다 오래된 문명 세계가 보유한 정보량은 비트 단위로 1020, 아니 1030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보의 양뿐 아니라 그 질적 내용의 측면에서도 지구와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세이건은 고등한 지적 생물이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세상이 은하수 은하에만도 100만 개에 이른다면서, 이렇게 많은 수의 세상들 중에서 지구는 표면이 온통 물로 덮인 아주 진귀한 존재라고 말합니다. 물이 풍부한 지구에는 지능을 가진 생물이 몇 종 살고 있는데, 개중에는 뭘 쥐는 데 필요한 팔다리가 여덟 개나 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자기 몸의 밝고 어두운 무늬를 변화시켜 저희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놈도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육지에서 그러모은 나무나 금속으로 배를 만들어 바다로 타고 나가 약탈을 일삼는 덩치는 작지만 머리가 아주 영리한 인간이란 생물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적 생물들 중에서 가장 우월하고 행성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몸체를 자랑하며 깊은 바다의 우아한 주인으로서 고도의 지능을 소유한 존재는 고래입니다.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몸을 가질 수 있도록 진화한 동물입니다. 심지어 공룡보다 훨씬 큽니다. 다 자란 흰긴수염고래 중에는 길이가 30m, 몸무게가 150톤에 이르는 것도 있습니다. 흰긴수염고래들은 바다 여기저기를 조용히 떠다니면서 방대한 양의 바닷물을 들여 삼켜 거기에 있는 미세한 생물을 걸러 먹고 삽니다. 또 어떤 고래는 물고기와 크릴krill을 먹습니다. 고래라는 거대한 동물이 바다에 출현한 건 지구 역사에서 아주 최근의 사건입니다. 고래의 조상은 7000만 년 전까지만 해도 육식성의 포유동물로서 지상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바다로 이주했습니다. 어미 고래는 새끼를 젖을 먹여 키우고 정성껏 보살필 줄 압니다. 긴 양육기를 통해서 어린 고래들은 어른 고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합니다. 고래들끼리의 놀이가 그들의 전형적인 소일거리입니다. 이는 포유동물 모두에서 볼 수 있는 공통된 특성입니다. 학자들은 놀이가 포유동물의 지능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바다 속은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둡고 침침하기 때문에 땅에 사는 포유동물에게 반드시 필요한 시각과 후각이 바다에서는 큰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시각과 후각에 의존하여 짝짓기의 상대, 자신의 새끼, 약탈자의 위치를 알아내던 고래들은 크게 번식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고래들은 진화를 통해 다른 의사소통 방식을 완벽하게 터득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청각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소리를 이용한 이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어서 청각은 고래들끼리의 의사소통에 중추적 기능을 담당합니다. 고래들이 내는 소리 중에 노래라고 불리는 것이 있지만 사실 그것이 노래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 소리의 정체와 의미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래가 활용하는 소리의 주파수는 아주 넓은 대역에 걸쳐 분포합니다. 낮은 주파수 대역은 사람의 청각이 감지할 수 있는 최소 주파수보다 훨씬 낮습니다. 고래의 노래는 보통 15분 정도 지속됩니다. 가장 긴 노래는 1시간 정도나 계속되기도 합니다. 음, 박자, 리듬, 소절 등이 정확하게 반복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고래는 함께 노래를 부르던 고래들과 겨울이 되어 헤어졌다가 6개월 만에 만나도 똑같은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도 계속 함께 노래를 불렀던 것처럼 아주 정확하게 같은 노래를 부릅니다. 이로 미루어 고래는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로 보입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발성법이 좀 변해서 돌아오게 마련이며, 그 경우 고래들의 관병식에서는 새로운 노래가 울려 퍼지게 됩니다.
또 구성원 전체가 같은 노래를 부르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모종의 협의를 하거나 공동으로 작곡한 것처럼 곡의 내용이 매달 조금씩 천천히 변해갑니다. 그렇지만 그 변화는 예측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고래의 발성법은 복잡합니다. 흑등고래의 노래를 음성 언어로 간주한다면 거기에 담긴 정보량은 106비트에 이릅니다. 이 정도라면 인간의 대서사시인 『일리아드』나 『오디세이아』를 쓸 만한 분량입니다. 고래나 고래의 사촌인 돌고래가 무슨 이야기를 하며 왜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고래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그들은 사냥을 즐기고 유유히 헤엄치며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여가를 즐기는 하면 떠들썩하게 장난치며 짝짓기도 하고 친구와 어울려 놀다가 약탈자를 만나면 재빨리 도망칠 줄도 압니다. 그렇다면 그들도 수많은 말을 서로 주고받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