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과 세계 창조에 관한 신화
우주 팽창과 대폭발 이론이 전반적으로 옳다면, 우리는 좀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대폭발의 순간은 어떤 상태였는가? 어떻게 물질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던 우주에서 갑자기 물질이 생겨났는가? 이러한 물음은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사람들이 보통 특이점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한 설명을 신의 몫으로 떠넘긴다면서, 이는 여러 문화권에 공통된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신이 무nothing에서 우주를 창조했다는 답은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근원을 묻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대결하려면 당연히 “그렇다면 그 창조주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 질문에는 답이 없다는 식의 결론밖에 내리지 못한다면, 차라리 우주의 기원 문제에는 답이 없다 하고 한 단계 단축하는 것이 어떻까? 또 한편으로, 신은 항시 존재했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역시 한 단계 줄여, 우주가 항시 존재했다고 하면 어떨까? 하고 묻습니다.
어느 문화권이든지 창조 이전의 세상과 세계 창조에 관한 신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신화들은 우주가 사람이나 동물이 하는 바를 따라했다는 순진한 상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에 내재하는 주기성을 즐기며 그 주기성을 최대로 활용합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의 주기서이 가능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수십 년 세월의 인생에도 주기성이 있다면 영겁의 신의 세계라고 주기성이 없으란 법이 있겠는가? 인류 문화의 위대한 종교 중에서 힌두교만이 코스모스가 무한 반복된다는 것을 믿습니다. 우주가 생멸의 끝없는 순환을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현대 우주론이 밝힌 시간 척도와 비슷한 크기의 척도로 시간의 흐름을 말하는 유일한 종교가 힌두교입니다. 과학과 힌두교의 시간 척도가 일치하는 건 우연의 결과일 것입니다. 일상의 하루는 낮과 밤 24시간입니다. 그러나 브라흐마의 하루는 지구인의 시간으로 86억4천만 년에 해당합니다. 이는 지구나 태양의 나이보다 긴 시간이고 우주가 대폭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경과한 시간의 절반도 넘는 장구한 시간입니다. 힌두교의 가르침은 브라흐마의 1년보다 더 긴 세월도 언급합니다.
인도 문화에는 신이 많은데, 같은 신일지라도 그 현현 양식이 다양합니다. 11세기에 만들어진 촐라Chola 왕조의 청동상에서 우리는 시바Shiva 신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시바 신의 여러 現身(현신) 중에서 우주의 새로운 주기가 시작할 때마다 이뤄지는 창조를 춤으로 형상화한 것이 가장 우아하고 장대합니다. 시바의 우주적 춤을 모티프로 한 이 청동상에서 시바 신은 네 개의 손을 가진 춤의 제왕 나타라자Nataraja로 나타납니다. 위로 치켜든 오른손은 창조의 소리를 내는 북을 들고, 왼손은 화염을 쥐고 있습니다. 널름거리는 불꽃의 혀는 이번에 새로 태어나는 우주도 수십억 년 후에 다시 멸망함을 상징합니다.
코스모스는 영원히 팽창과 수축을 반복할 것입니다. 수축과 팽창의 새로운 주기가 열릴 때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코스모스, 그것은 바로 인도 신화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우주의 실상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코스모스가 바로 그렇게 진동하는 우주라면 대폭발은 우주 창조의 순간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이전 우주가 완전히 파괴되는 최후의 순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우주가 연원무궁 팽창하는 우주인지, 아니면 팽창과 수축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우주인지 누구나 확인하고 싶을 것입니다.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주 물질의 재고를 조사하는 것이 그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코스모스의 끝, 영원의 벼랑 끝까지 가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