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우주 팽창에 적극 참여하는 준성체quasi-stellar
대폭발 이후 우주의 역사에서 가장 큰 변종을 겪고 있는 젊은 은하인 퀘이사quasar는 준성전파원準星電波源이란 뜻의 quasi-stellar radio source의 머리글자들을 조합해 만든 단어입니다. 천문학자들은 NGC6251과 M87 같은 거대 타원 은하들의 중심 깊숙이에는 질량이 태양의 수백만 내지 수십억 배나 되는 블랙홀이 각각 들어앉아 으르렁거리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수십억 광년 저 너머에는 은하 중심부의 폭발이나 소동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격렬한 변동을 겪고 있는 천체들이 있으며, 이 천체들이 퀘이사입니다. 퀘이사가 발견되고 얼마 후 준성전파원들 모두가 반드시 강력한 전파원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준성전파원은 준성체라는 뜻의 quasi-stellar object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요즘은 이를 더 줄여서 QSO로 흔히 표기합니다. 겉보기에는 별과 구별하기 어려웠으므로 처음에는 이것들이 우리 은하에 속한 천체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러나 분광 관측을 통해 적색 이동을 측정해 본 결과, 준성체가 우리 은하에서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천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준성체는 우주 팽창에 적극 참여하는 천체입니다. 우리에게서 후퇴하는 속도가 광속의 90%에 이르는 준성체들도 있으므로 그것들은 우주의 저 먼 변방에 있는 셈입니다. 준성체들이 이렇게 먼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겉보기 밝기가 별만 한 것을 보면 그것들의 원래 광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원래의 광도를 환산해보면 초신성 1000개가 동시에 폭발할 때 예상되는 밝기의 수준입니다.
퀘이사의 에너지원이 무엇이든 간에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즉 전대미문의 거대한 파괴가 퀘이사 내부에서 진행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분출되는 퀘이사 하나하나에서 수백만 개에 이르는 세상들이 철저하게 파괴됩니다. 파괴되는 세상 중에는 생물과 그 파괴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적 생물이 살고 있는 곳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외계 은하들을 연구함으로써 우주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지만, 상상을 초월한 규모로 벌어지는 격렬한 혼돈의 폭력 역시 우주의 한 속성입니다. 우주는 자연과 생명의 어머니인 동시에 은하와 별 그리고 문명을 멸망시키는 파괴자입니다. 우주 앞에서 우리의 생명, 인생, 문명, 역사는 그저 보잘것없는 존재일 뿐입니다.
우리의 은하수 은하와 같이 겉보기에 점잖고 준수한 은하에도 들썩거리는 구석이 있으며, 야단스러운 동네가 있습니다. 우리 은하의 중심부를 전파 망원경으로 자세히 관찰하면 태양의 수백만 배나 되는 질량의 수소 기체구름 두 덩이가 은하핵에서부터 분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은하 중심핵에서 자잘한 폭발들이 늘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고에너지 우주 망원경이 지구 주위를 선회하면서 우리 은하의 핵을 관찰한 결과 특정 파장을 지닌 강력한 감마선이 방출되는 것이 검출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은하수 은하의 핵 속에 거대 질량 블랙홀이 숨어 있다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은하 진화의 긴 여정에서 격동의 청년기에 속하는 은하들은 준성체로 나타나거나 격렬한 폭발을 일으킴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바깥 세상에 내보입니다. 우리의 은하수 은하 같은 은하들은 중년기에 들어선 착실하고 건실한 은하입니다. 퀘이사는 청년기의 은하로 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데, 퀘이사까지의 거리가 수십억 광년이므로 우리가 관측하는 퀘이사의 모습은 이미 수십억 년 전에 일어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은하에서 태양이 은하의 중심을 도는 회전 속도는 초속 200km 정도입니다. 이 값은 시속 72만km에 해당하는 엄청나게 바른 속도이기는 하지만, 은하 중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가 약 2만5천 광년이나 되기 때문에 이 속도로 한 바퀴 도는 데 2억5천만 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태양의 나이가 대략 50억 년이므로 태양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은하의 중심을 20번 정도 완주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선 팔을 들락날락하기를 반복하면서 이렇게 여러 번 은하의 중심을 맴돌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은하에는 뚜렷하게 드러난 나선 팔이 두 개 있습니다. 별들이 태어나는 지역이 나선 팔입니다. 나선 팔 안에 반드시 태양과 같이 중년기에 들어선 별들만 있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우리 태양은 현재 나선 팔과 다른 나선 팔 사이를 지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