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의 대리모 논란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와 『왜 도덕인가? Why Morality』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대리모 논란’으로 정의와 윤리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는 뉴저지 주의 테너플라이에 살던 부부 윌리엄 스턴과 엘리자베스 스턴의 대리모 이야기를 예로 듭니다. 스턴은 생화학자이고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 는 소아과 의사입니다. 엘리자베스는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어 아기를 가지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스턴 부부는 불임센터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대리출산을 알선해주었습니다. 센터는 대리모를 찾는다는 광고를 냈고,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는 이 광고에 응한 여성 중 하나였습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이고 환경미화원의 아내로 당시 29살의 그녀는 1985년 2월에 스턴 부부와 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 메리 베스는 윌리엄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거쳐 임신한 뒤 출산과 동시에 아기를 윌리엄에게 넘겨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윌리엄은 아기를 넘겨받는 순간 그녀에게 1만 달러와 함께 의료비를 지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는 불임센터에 거래 알선비용으로 7500달러를 지불했습니다. 스턴 부부는 아기에게 멜리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메리 베스는 1986년 3월에 여자아기를 출산했지만, 막상 출산하고 보니 아기와 떨어질 수 없었던 메리 베스는 아기를 데리고 플로리다로 도망쳤으며, 스턴 부부는 그녀가 아기를 넘겨주어야 한다는 법원 명령을 얻어냈습니다. 플로리다 경찰은 메리 베스를 찾아냈고, 아기는 스턴 부부에게 넘겨졌으며, 양육권 다툼은 뉴저지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이 ‘아기 M' 사건의 재판을 맡은 하비 소코우 판사는 애초의 합의에 손을 들어주면서 계약의 신성함을 강조했습니다. 계약은 계약이니, 생모에게는 단지 마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계약을 파기할 권리가 없습니다.

양자 중 어느 쪽도 거래에서 우월한 위치에 놓이지 않았다. 양자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갖고 있었다. 각자 수행할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정했고 계약을 체결했다. 양자 중 어느 쪽도 상대방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할 만큼의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 또한 어느 쪽도 거래에서 우월하거나 열등한 처지가 아니었다.

소코우 판사는 돈을 받고 임신하는 행위를 돈을 받고 정자를 제공하는 행위에 비교했습니다. 남자가 자신의 정자를 팔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자도 자신의 생산능력을 팔 수 있어야 합니다.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는 이 사건을 뉴저지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법원은 만장일치로 소코우 판사의 판결을 뒤집어 대리출산계약이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아기 M의 양육권을 윌리엄 스턴에게 주면서, 그것이 아이에게 최선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메리 베스에게는 아기 어머니라는 지위를 돌려주었고, 하급 법원에 방문권 부여결정을 요청했습니다.

대법원장 로버트 우리렌츠는 판결문에서, 대리출산계약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 계약이 전적으로 자발적이지 않았으며, 거기에는 아기를 파는 행위가 포함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선 그 계약에 문제가 있는데, 임신해서 아기를 낳으면 바로 넘겨주겠다는 메리 베스의 약속은 관련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자발적이지 않습니다.

그 계약에 따르면, 친모는 자신과 아기의 강한 유대감을 알기도 전에 되돌릴 수 없는 약속을 했다. 그는 전적으로 자발적이고 충분한 정보를 갖춘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아기를 출산하기 전에는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에서 충분한 정보에 근거할 수 없다는 점이 아주 분명하다.

일단 아기가 태어나면, 어머니는 분명한 정보를 갖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전에 내리는 결정은 “소송 위협에, 그리고 1만 달러의 유혹에” 어쩔 수 없이 내리는 결정이라서 “전적으로 자발적일 수 없는” 결정입니다. 더군다나 돈이 궁하다 보면 가난한 여성이 부자를 위해 대리모가 되기로 선택할 확률이 높습니다. 윌렌츠 판사는 이 점 역시 이 계약의 자발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합니다. “저소득층 불인 부부가 부유층 대리모를 찾는 일이 있을지 의문이다.

윌렌츠 판사는 근본적인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그 여성이 얼마나 돈이 필요했든 간에, 그리고 계약의 결과를 이해하는 것이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했든 간에, 우리는 그녀의 합의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명화된 사회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윌레츠의 주장에 따르면, 상업적 대리출산은 아기를 판매하는 행위와 마찬가지이며, 아기를 판매하는 행위는 아무리 자발적이더라도 옳지 않습니다.

이는 아기를 판매하는 행위이거나 적어도 아기에 대한 어머니의 권리를 판매하는 행위이며, 그나마 참작할 만한 점은 구매자 중 한 사람이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 중개인은 이익을 추구하느라 판매를 부추긴다. 당사자들이 어떤 이상을 품고 일을 추진했든 간에, 이 거래에 기어들어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거래를 지배한 것은 이익 추구이다.

샌델은 ‘아기 M' 사건에서 계약을 인정한 1심 법원이 옳았던 것일까 아니면 계약을 무효로 만든 상급 법원일까 하고 묻습니다. 대리출산계약을 지지하는 주장은 자유지상주의와 공리주의에서 출발합니다. 자유지상주의는 이 계약이 선택의 자유를 반영한다는 근거를 내세웁니다. 성인들이 합의해 맺은 계약을 지키는 것이 자유를 존중하는 일입니다. 반면 공리주의는 전체 행복이 커진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양 당사자가 계약에 합의했다면, 둘 다 이익이나 행복을 얻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 거래로 다른 사람의 공리가 줄지 않는다면 대리출산계약을 비롯해 서로에게 이로운 교환은 장려되어야 합니다.

자유지상주의는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그 선택을 존중해야 정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의를 자유 존중으로 보는 다른 이론들은 선택의 조건에 약간의 제한을 둡니다. 이들은 윌렌츠 판사가 ‘아기 M’ 사건에서 그랬듯이,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의 선택이나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합의는 진정한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아기나 여성의 출산 능력을 사고파는 행위는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비하하는 행위입니다. 이런 태도의 바탕에는 재화나 사회적 행위의 가치가 단지 우리가 부여하기 나름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인간은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이지,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다. 존중과 사용은 가치를 부여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방식입니다. 대리출산계약은 여성의 노동과 아기를 상품화함으로써 그것을 비하합니다. 비하는 그것에 합당한 가치보다 낮은 가치를 부여하여 취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주장은 공리주의에 반하는 것입니다. 정의가 단지 쾌락을 극대화하여 고통의 양을 넘어서게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모든 재화를, 그로 인한 쾌락이나 고통을, 단 하나의 통일된 방법으로 무게를 달아 가치를 평가하면 그만입니다. 벤담은 바로 이 목적을 위해 공리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모든 것을 공리로 평가하는 건 아기, 임신, 부모 노릇처럼 더 높은 기준으로 평가해야 마땅한 사회적 행위와 재화를 비하하는 것이 됩니다. 그 높은 기준을, 각 재화와 사회적 행위에 걸맞은 평가 방법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샌델은 한 가지 답으로 자유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을 꼽습니다. 인간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으니, 물건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되며, 존엄성을 가진 존재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시각을 가장 강력하게 옹호한 사람이 이마누엘 칸트입니다.

아기 M'으로 알려진 멜리사 스턴은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종교를 공부하고 졸업했습니다. 뉴저지에서 그녀의 양육권을 두고 싸움을 벌어진 지 20년도 더 지났지만, 대리모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상업적 대리출산을 금합니다. 미국에서는 10여 개 주가 이를 합법화했고, 10여 개 주가 금했으며, 다른 주는 법적 상황이 애매합니다.

새로운 불임 치료술이 개발되면서 대리출산 경제학에 변화가 생기고 윤리적으로 더욱 골치 아픈 문제들이 생겨났습니다. 체외수정으로 한 여성이 난세포를 제공하고 다른 여성이 그것을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난자, 자궁, 어머니가 하나로 연결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대리출산으로, 기존의 법적, 감정적 문제가 줄고 시장도 새롭게 활성화되었습니다. “난자와 자궁을 한 묶음으로 구매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게” 되자, 대리출산 중개자들은 이제 “난자는 특정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에게서, 자궁은 특정한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서”라는 식으로 더욱 차별화된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모가 될 사람은 자기 아기를 임신할 여성의 유전적 특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것을 다른 곳에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그 여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출산 뒤에 아기의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법정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줄었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임신을 대신해주고, 임신 기간에 술, 담배, 마약을 하지 않는 행동 규범을 준수할 건강한 여성입니다. 이처럼 대리출산 양상이 바뀌면서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도 늘어났습니다. 대리모는 현재 임신 한 건당 2만-2만5천 달러를 받습니다. 그리고 의료비와 법적 비용을 포함한 총비용은 보통 7만5천-8만 달러에 이릅니다. 가격이 이 정도까지 치솟다 보니, 값싼 대안을 찾기 시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2002년, 인도는 외국인 고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상업적 대리출산을 합법화했습니다.

인도의 방갈로르가 콜센터(고객이 미국에 있는 기업에 전화를 걸면 인도 방갈로르 콜센터 직원이 대신 응대하는 서비스)로 유명하듯, 인도 서부의 도시 아난드는 곧 유급 임신으로 유명해질 것입니다. 2008년에는 이 도시 여성 50여 명이 미국, 타이완, 영국 등에 사는 부부를 위해 대신 임신해주었습니다. 아난드의 어느 병원은 가정부, 요리사, 의사를 갖춘 단체 주거시설을 마련해놓고, 대리모 열다섯 명을 수용해 전 세계에서 고객을 맞고 있습니다. 이 여성들이 벌어들이는 4500-7500 달러는 이들이 보통 15년 이상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으로, 이 돈으로 집도 사고 자녀 학비까지 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오늘날의 상업적 대리출산이 ‘아기 M’ 사례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적다고 생각합니다. 대리모가 난자가 아닌 자궁과 임신이라는 노동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아기는 유전적으로 대리모의 자식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아기는 거래되지 않으며, 대리모가 아기의 소유권을 주장할 개연성도 적습니다.

그러나 이런 대리출산으로도 도덕적 문제는 남습니다. 어머니의 역할이 둘이 아닌 셋으로, 즉 양부모, 난자 공여자, 자궁만 제공하는 대리모로 나눈다고 해서, 아기에 대한 소유권에서 누가 우위를 차지하는가의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체외수정 외주 임신은 오히려 도덕적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대리 임신을 결정한 여성은 분명 경제적 이익을 얻겠지만, 그것을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게다가 대리임신산업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그리고 가난한 나라에서 의도적으로 그런 정책을 장려하면서, 대리출산은 여성의 몸과 출산능력을 도구로 전락시켜 여성을 비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샌델은 정의의 문제가 곧 윤리의 문제임을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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