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우주는 초현실적인 곳이다


영국의 천문학자 존 미셸John Michell이 1783년에 최초로 블랙홀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이디어는 워낙 기상천외한 것이라, 최근까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관측의 증거들이 최근에 하나둘씩 나타나면서 천문학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깜짝 놀라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의 대기가 엑스선 복사에 대해 불투명하기 때문에 천체들이 엑스선을 방출하는지 조사하려면 엑스선 망원경을 대기 바깥으로 쏘아 올려야 합니다. 최초에 올린 엑스선 천문대는 멋진 국제 협력의 성과물이었습니다. 케냐의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인도양에 이탈리아가 설치한 인공위성 발사대가 있습니다. 미국이 이 발사대를 이용하여 자국의 로켓으로 엑스선 관측 위성을 지구 궤도에 진입시켰습니다. 스와힐리Swahili어로 ‘자유’를 뜻하는 우후루Uhuru라는 이름의 이 위성은 최초의 엑스선 위성 천문대였습니다. 이 위성은 1971년에 백조자리에서 초당 1000번씩 깜빡거리는 밝은 엑스선 원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 엑스선 원은 그 후 ‘백조자리 X-1'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이 천체의 엑스선 밝기가 변하는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이 언제 빛을 밝히고 언제 빛을 끄느냐 하는 정보가 백조자리 X-1을 가로질러 전달되는 속도는 결코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km를 넘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백조자리 X-1의 크기도 기껏 켜 봐야 300km(30만km 나누기 1000번)를 넘을 수 없음은 뻔한 사실입니다. 크기로만 보면 겨우 소행성 규모의 천체가, 성간 공간을 통과한 다음에도 관측이 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세기의 엑스선을 방출한다니, 도대체 이 천체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백조자리 X-1의 위치는 가시광선으로 관측했을 때 고온의 청색 초거성이 보이는 자리였습니다. 직접 확인은 불가능했지만 천문학자들은 이 청색 초거성에 근접 동반성이 있음을 스펙트럼선의 주기적 이동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즉 이 별은 혼자가 아니라 동반성과 함께 쌍성계를 이루는 별이었습니다. 쌍성계에서는 두 별이 서로 맞물려 돕니다. 그러므로 궤도 운동의 관측자에 대한 상대 속도가 주기적으로 변합니다. 이 변화가 도플러효과 때문에 흡수 스펙트럼선의 주기적 위치 변화로 나타납니다. 천문학자들은 여기에서부터 쌍성계 구성원들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는데, 백조자리 X-1의 동반성은 태양의 약 10배 정도의 질량을 갖는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초거성은 여러모로 보아 결코 엑스선의 방출원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숨겨진 동반성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질량은 태양의 10배인데 크기는 겨우 소행성 정도라니 블랙홀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엑스선의 원천이 초거성에서 블랙홀로 빨려가면서 소용돌이치는 회전 원반에서 기체와 티끌들이 서로 스치며 지나가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마찰열이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이 열이 회전 원반의 물질을 엑스선이 방출될 정도의 고온으로 가열합니다. 전갈자리 V861과 GX339-4, SS433, 컴퍼스자리 X-2 등도 블랙홀의 후보 천체들입니다. 카시오페이아자리 A는 초신성의 잔해로 알려진 전파 방출원입니다. 이 초신성에서 나온 빛이 17세기경에 지구에 도착했을 터인데, 당시 유럽에 상당수의 천문학자들이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초신성에 관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슈클로프스키I.S.Shklovskii는 숨어있는 블랙홀이 폭발하는 핵을 먹어치우고 초신성의 불길을 약화시켰기 때문에 유럽 천문학자들이 초신성 폭발을 눈치 챌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을 제안했습니다. 현존 편린들만으로 블랙홀이라는 퍼즐을 완성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세이건은 우주 공간에 쏘아 올린 망원경이 이런 자료의 편린들을 통해 전설적인 블랙홀의 행각을 추적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면서, 카시오페이아 A의 정체 규명에도 우주 망원경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블랙홀을 공간에 패인 바닥없는 보조개에 비유했습니다. 그 보조개에 사람이 빠지면 다 빠져 들어가는 데 무한대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왜냐면 이렇게 강력한 중력장에서는 기계적, 생물학적 시계가 완전히 멈춘 것으로 감지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빠져 들어가고 있는 그 사람의 시계에서는 모든 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세이건은 중력에 따른 막강한 조석력과 강력한 복사를 그 사람이 신의 특별 배려로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검은 구멍이 자전하는 블랙홀이라면, 그 사람은 시공간의 또 다른 점으로 출현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공간과 시간적으로 모처와 모시에 다시 나타난다는 말입니다. 벌레가 사과에 침입하여 과육을 갉아먹고 나방이 돼서 빠져나가면 사과에 벌레의 입구와 출구를 연결하는 터널이 뚫립니다. 벌레구멍, 즉 웜홀wormhole은 사과에 뚫려 있는 입구와 출구에 해당합니다. 존재를 증명할 수 없지만, 학자들은 벌레구멍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다룹니다. 성간 공간이나 은하 간 공간에 중력이 파놓은 벌레 구멍들이 있다면, 그 구멍들을 연결하는 우주 지하철을 타고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우주의 구석구석을 보통 방법으로는 구현될 수 없는 쾌속으로 여행할 수는 없을까? 블랙홀이 우주의 아득한 과거, 또는 먼 미래로 우리를 데려가는 타임머신의 역할을 할 수 있지는 않을까? 세이건은 농담 비슷하게라도 이런 생각들이 논의된다는 사실 그 차제만으로도 우주가 얼마나 초현실적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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