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 시공이 휘면 물체들의 경로도 휜다
베른의 특허청에서 일하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관하여 Zur Elektro-dynamik bewegter köper」를 발표했을 때 그의 나이 26세였습니다. 논문에서 그는 물리학의 법칙들, 특히 광속이 일정한 속도로 운동하는 모든 관찰자들에 대해서 동일해야 한다는 간단한 전제를 채택했습니다. 곧 밝혀졌지만, 이 전제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면 비행기 안의 관찰자가 보기에 비행기 내부의 동일한 장소에서 시간 간격을 두고 일어나는 두 사건의 거리는 제로zero이지만, 지상에 있는 관찰자가 보기에는 제로가 아니라, 두 사건이 일어나는 시점들 사이의 시간 간격 동안 비행기가 이동한 거리가 됩니다.
두 관찰자가 동일한 물리적 과정을 보면서도 시간을 다르게 측정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 간격에 대한 측정 결과는 이동거리에 대한 측정 결과와 마찬가지로 측정을 하는 관찰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논리적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효과는 아인슈타인의 1905년 논문에 담긴 이른바 ‘특수상대성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을 이해하는 열쇠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정지와 운동이 절대적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도 절대적이지 않음을, 뉴턴이 생각한 절대시간absolute time이란 존재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모든 관찰자가 제각각 나름의 시간 척도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두 관찰자의 시간 측정값은 일치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모든 각각의 사건에 모든 관찰자가 동의할 시간 좌표를 부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특수상대성이론은 우리의 일상에서는 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실험에 의해 거듭 입증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지구 중심에 시계를 두고, 또 다른 시계를 지구 표면에 두고, 세 번째 시계를 비행기에 실려 지구의 자전 방향이나 그 반대 방향으로 날아간다고 할 경우, 지구 중심의 시계를 기준으로 지구의 자전 방향인 동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에 실린 시계는 지구 표면에 있는 시계보다 더 빠르게 움직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구 궁심의 시계를 기준으로 지구의 자전 방향의 반대 방향인 서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에 실린 시계는 더 느리게 움직입니다. 이 같은 효과는 1971년 10월, 매우 정밀한 원자시계를 비행기에 싣고 수행한 실험에서 정확하게 관찰되었습니다. 우리가 더 오래 살기를 원한다면 비행기를 타고 계속 동쪽으로 날아가면 원하는 대로 됩니다. 그렇지만 이 시간 지체 효과는 지구를 한 바퀴 돌 때마다 약 10억 분의 180초 정도로 매우 작습니다.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시간을 공간의 3차원, 즉 좌우, 앞뒤, 위아래와 별개로 취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시간과 공간이 얽혀 있으므로 네 번째 차원인 과거와 미래를 추가해 한꺼번에 다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리학자들은 그렇게 결합된 시간과 공간을 ‘시공space-tine’이라고 부릅니다. 시공의 네 번째 차원인 시간은 공간의 세 차원과 별개가 아닙니다. 공간의 세 차원, 즉 좌우, 앞뒤, 위아래가 관찰자의 방향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방향도 관찰자의 속도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다양한 속도로 운동하는 관찰자들은 시공에서 시간의 방향을 다르게 선택할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을 개념을 제거한 새로운 모형입니다.
얼마 후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상대성이론과 조화시키려면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뉴턴의 중력이론에 의하면 임의의 시점에서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은 그것들 사이의 거리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은 절대시간의 개념을 폐기했으므로 물체들 사이의 거리를 측정할 시점을 확정할 길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뉴턴의 중력이론은 상대성이론과 조화를 이룰 수 없었고 수정되어야 했습니다. 이 문제는 이론을 약간 손보면 디는 그런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은 정반대였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이후 11년 동안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상대성이론을 개발했습니다. 그는 그것을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의 개념은 뉴턴의 중력 개념과는 전혀 다르며, 기존의 생각과 달리 시공이 평편하지 않고 질량과 에너지에 의해서 휘어진다는 혁명적인 생각을 기초로 삼고 있습니다.
호킹은 시공의 휘어짐curvature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좋은 방법은 지구의 표면을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지구의 표면은 2차원이더라도 우리가 그 표면을 휘어진 공간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휘어진 2차원 공간은 휘어진 4차원 공간보다 직관적으로 떠올리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표면과 같은 휘어진 공간의 기하학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에 의해 구축된 수학 체계인 유클리드 기하학Euclidean geometry이 아니라면서 호킹은 예를 들어 지구의 표면에서 두 점 사이의 최단경로는 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선이지만,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이른바 대원great circle이라고 말합니다. 대원이란 지구의 표면에 있으며 그 중심이 지구의 중심과 일치하는 원을 말합니다. 말하자면 적도의 임의의 지름을 중심으로 적도를 회전시켜서 얻은 임의의 원이 대원입니다.
호킹은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우리가 위도가 거의 같은 뉴욕에서 마드리드로 여행할 경우, 지구의 표면이 평편하다면 가장 짧은 여행경로는 곧장 동쪽으로 향하는 것으로 5,966km를 여행해야 마드리드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지구의 표면은 휘었기 때문에 평면 지도에서는 곡선이 더 길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짧은 경로가 됩니다. 우리가 대원 경로를 선택하여 처음에는 북동쪽으로 출발해 방향을 점차 동쪽으로 바꾸고 이어서 남동쪽으로 바꾸면서 여행한다면 5,802km를 이동하여 마드리드에 도착하게 됩니다. 두 경로의 길이 차이는 지구 표면의 휘어짐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항공사들은 그 차이를 알기 때문에 대원 경로를 선택합니다.
뉴턴의 운동법칙에 따르면 포탄, 크루아상, 행성 등의 물체가 중력의 힘을 받지 않을 경우 직선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중력은 질량이 시공을 휘어지게 하는 힘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따르면 물체는 측지선geodesic(혹은 최단선)을 따라서 이동합니다. 휘어진 공간에서 측지선은 평편한 공간에서의 직선과 마찬가지로 두 점 사이의 최단경로입니다. 직선은 평편한 공간에서의 측지선이고 대원은 지구 표면에서의 측지선입니다. 호킹은 물질이 없을 때, 4차원 시공에서의 측지선은 3차원 공간에서의 직선과 같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물질이 있어 시공이 휘면 그 시공에 대응하는 3차원 공간에서 물체들의 경로도 휜다고 말합니다. 기존의 뉴턴 이론은 그 휨을 중력의 끌어당김으로 설명했습니다. 시공이 평편하지 않을 때 물체들의 경로는 휘어져 물체들이 어떤 힘을 받는 듯한 인상을 풍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