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동물의 모든 소통에는 처음부터 속이는 요소가 포함되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의식이란 실행의 결정권을 갖는 생존기계가 궁극적 주인인 유전자로부터 해방되는 진화 경향의 극치라고 말합니다. 뇌는 생존기계의 일을 매일 관리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언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도 있습니다. 또한 뇌는 유전자의 독재에 반항하는 힘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피임하는 것과 많은 아기 낳기를 거부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와 관련해서 도킨스는 유전자가 일차적 방침 결정자이고 뇌는 집행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뇌가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서 점점 더 많은 실제의 방침 결정을 맡게 되었습니다. 컴퓨터의 비유와 인간의 의사 결정권과의 비교가 적절할 수 있으나, 진화는 유전자 풀 속의 유전자 생존력의 차이를 통해 단계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행동패턴이 이타적이든 이기적이든 진화하기 위해서는 그 행동을 위한 유전자가 다른 행동을 위한 경쟁적 유전자, 즉 대립 유전자보다 풀 속에서 더 잘 살아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타적 행동을 위한 유전자란 신경계를 이타적으로 행동하기 쉽도록 신경계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입니다.
꿀벌은 부저병foul brood(꿀벌의 유충이 발육 도중에 죽어서 썩게 되는)이라는 세균성 전염병에 걸립니다. 이것은 벌집 속의 애벌레를 해치는 병입니다. 양봉업을 하는 사람이 키우는 꿀벌에서 이 병이 많이 생기는데, 애벌레를 끄집어내어 벌집 밖으로 버림으로써 병을 빨리 근절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꿀벌은 위생적이지 않습니다. 위생적 형질의 유전자가 열성인 것입니다. 여왕벌과 수벌을 이용하여 잡종 제1세대와 위생적 형질의 계통과를 ‘역교배 back cross’한 결과 태어난 꿀벌은 3개의 그룹으로 나눠지는데, 첫 번째 그룹은 완벽한 위생적 행동을 나타냅니다. 두 번째 그룹은 전혀 위생적 행동을 취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 그룹은 어중간한 행동을 합니다. 맨 나중 그룹은 병에 걸린 애벌레가 있는 벌집의 뚜껑을 뜯는 데는 성공하지만, 그 뒤의 행동이 따르지 않아 애벌레를 버리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이는 뚜껑을 뜯는 데 관한 것과 애벌레를 버리는 것에 관한 두 종류의 유전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정상적인 위생계통은 양쪽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감염되기 쉬운 계통은 이 두 개의 유전자 모두의 라이벌인 대립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중간한 일밖에 못하는 잡종은 뚜껑을 떼는 유전자를 두 배수로 가지고 있으나 버리는 쪽의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겉보기에 완전히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꿀벌의 그룹 중에 애벌레를 내버리기 위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나 뚜껑을 떼는 유전자를 잃었기 때문에 그 능력이 나타나지 않는 그룹이 숨겨져 있으므로 뚜껑을 땔 경우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절반의 벌들이 완전히 정상적인 ‘애벌레 버리기’ 행동을 보여줍니다. 유전 실험에서 애벌레를 버리는 유전자와 뚜껑을 떼는 유전자가 세대를 통한 그들의 여행에서 분리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것들은 단일 협력단위로 생각될 수 있으나, 복제에서는 두 개가 자유롭고 독립된 인자입니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프로그램 작성자의 우두머리이며, 자기의 생명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유전자는 자기의 생존기계가 생애에 부딪치는 모든 위험을 대처하는 능력을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에 의해 심판받습니다. 그러나 생존기계와 생존기계를 위해 의사 결정을 하는 뇌의 최우선 순위는 개체의 생존과 번식입니다. 그래서 동물은 먹이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나섭니다. 한 생존기계가 다른 생존기계의 행동 또는 신경계의 상태에 영향을 끼칠 때 그 생존기계는 그의 상대와 소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 개가 꼬리치는 동작이나 털을 세우는 행동, 침팬지의 이빨을 내보이는 행동, 인간의 몸짓이나 말씨 등 생존기계의 많은 동작은 다른 생존기계의 행동에 영향을 주어 간접적으로 자기의 유전자의 번영을 증진시킵니다. 동물들은 이 소통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혹등고래humpback whale의 매우 정교하고 신비스런 노래는 그 음역이 무척이나 넓습니다. 꿀벌은 다른 벌에게 먹이의 방향과 거리의 정확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어둠 속에서 춤을 춥니다. 그 소통의 교묘함은 인간의 언어에 필적할 만합니다.
동물 행동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소통 신호는 송신자와 수신자 쌍방이 서로 이익을 얻도록 진화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병아리는 길을 잃거나 추우면 큰 소리로 삐악거려 어미의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이 행동은 자연선택이 길을 잃으면 우는 병아리와 그 울음소리에 적절히 반응하는 어미 모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의미에서 상호 이익을 위해 진화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소통 시스템이 진화할 때는 누군가가 그 시스템을 자기의 목적에 이용하려는 위험이 늘 존재합니다. 서로 다른 개체의 유전자들의 이해가 다양화되면 늘 거짓이나 속임수나 소통의 이기적 이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동일한 종의 개체들도 그렇습니다. 도킨스는 동물의 모든 소통에는 처음부터 속이는 요소가 포함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며, 동물의 모든 상호작용에는 적어도 무엇인가의 이해 충돌이 포함된다고 말합니다.
도킨스는 한 생존기계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생존기계는 바위나 냇물이나 한 조각의 먹이 같은 환경의 일부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방해물일 수도 있고 이용 대상들이기도 합니다. 자연선택에 의해 선택되는 건 환경을 가장 잘 이용하도록 자기의 생존기계를 제어하는 유전자입니다. 이는 같은 종이나 다른 종에 상관없이 다른 생존기계를 가장 잘 이용한다는 것도 포함됩니다. 종은 다른 생존기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같은 종의 생존기계는 보다 직접적인 방법으로 서로의 생활에 영향을 끼칩니다.
동물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 종의 경쟁자를 죽이는 데 전력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킨스는 동물의 싸움은 복싱이나 펜싱의 규칙처럼 규칙에 따라 싸우는 형식을 갖춘 시합이라고 말합니다. 위협과 겁주기가 목숨을 건 결투를 대신합니다. 승자는 항복의 몸짓을 인정하지만 때려죽이거나 물어 죽이거나 하지 않습니다. 함부로 경쟁자를 죽이는 것은 뚜렷한 이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B와 C가 나의 경쟁자이지만, 이기적 개체인 내가 B를 죽이지 않는 건 B가 C와도 경쟁자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B를 죽이는 건 C의 경쟁자 하나를 제거해 C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B를 살려두어서 B가 C와 싸우게 하는 것이 내게 이득이 됩니다. 농작물에 심한 피해를 입히는 해충을 없애면 이 해충의 절멸로 다른 해충이 더 큰 이익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보다 더 심한 상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개체로서 최선의 전략은 개체군 대부분이 행하고 있는 전략입니다.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 짧기는 하지만 진화적으로 불안정한 기간이 생기고 개체군 내에도 변동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 ESS(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에 도달하면 그것은 그대로 남습니다. 자연선택은 이 전략에서 이탈되는 행위를 벌할 것입니다.
개개의 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유전자 풀 속에 그 수를 증대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개개의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장소인 몸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행합니다. 유전자는 남의 몸속에 앉아 있는 자기복제자까지도 도울 수 있으며, 이는 개체의 이타주의로 나타나더라도 유전자의 이기주의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일란성 쌍생아는 상대방의 행복을 자기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여기는데, 쌍생아 이타주의 유전자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지 쌍생아의 쌍방이 반드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쪽이 다른 쪽을 살리고 영웅적으로 죽어도 그 유전자는 살아남습니다. 도킨스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돌봄은 혈연 이타주의의 특수한 예라고 말합니다. 유전적으로 말하면 갓난아기인 동생이 고아가 되었을 경우, 형제들은 자기의 친자식처럼 어린 동생을 열심히 돌보게 됩니다. 근친도가 똑같이 1/2이기 때문입니다. 일란성 쌍생아끼리의 근친도는 1이고, 친형제와 친자식은 1/2이며, 삼촌과 고모, 조카와 조카딸, 할아버지와 손자, 배다른 형제자매는 근친도가 1/4이고, 사촌끼리의 근친도는 1/8이며, 6촌끼리의 근친도는 1/32이다. 8촌끼리의 근친도는 1/128로서 지나가는 행인과 같습니다. 혈연선택kin selection이 가족 내 이타주의를 설명합니다. 혈연이 진하면 진할수록 선택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근친상간의 금기는 인간의 위대한 친족 의식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도킨스는 근친상간 금기의 유전적 이익은 이타주의와는 무관하다면서, 아마도 근친상간에 의해 나타나는 열성 유전자의 유해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많은 종에서 어미는 아비보다 자기 자식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어미는 눈으로 보고 만져 볼 수 있는 알을 낳고나 새끼를 갖습니다. 도킨스는 아비는 속기 쉽다면서, 그래서 아비는 어미만큼 육아에 열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외할머니는 친할머니에 비해 손자에게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므로 친할머니보다 강한 이타주의를 나타낸 것 같다고 말합니다. 외할아버지는 친할아버지와 동등하게 손자에게 확신이 갑니다. 같은 식으로 외삼촌은 친삼촌에 비해 조카의 행복에 더욱 관심이 있고, 일반적으로 이모와 동등하게 이타적일 것입니다. 실제로 남편의 외도가 매우 흔한 사회에서는 외삼촌이 아버지보다 이타적일 것입니다. 외삼촌 쪽은 그 아이와의 근친도에 대한 확신에 확실한 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 아이의 어머니가 적어도 자기의 반자매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부모는 자식이 부모에게 대하는 것보다 훨씬 자식의 시중을 잘 듭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부모 쪽이 나이도 많고 매사에 더 능숙해서 자식을 도울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