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의 빛의 속도로 여행하기




오늘날 우리는 사람을 다른 별로 데려갈 우주선의 기초적인 설계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우주선들은 지구에서 바로 쏘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지구 궤도에서 일단 만들어진 다음 거기에서 기나긴 항성 간 항해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런 계획 중의 하나로 오리온 프로젝트Orion Project라는 것이 있으며,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별자리에서 따온 것이므로 궁극적인 목표가 별이란 점을 우리에게 상기시킵니다. 오리온은 핵무기인 수소폭탄을 폭발시켜 그 반작용으로 우주선이 전진하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리온은 우주라는 대양을 항해하는 핵추진 모터보트인 셈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성사된다면 추진력을 핵폭발에서 얻는 오리온 프로젝트의 우주선은 많은 양의 방사능 물질을 발생시킬 것입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오리온 프로젝트는 우주 공간에서의 핵폭발 금지조약이 체결됨에 따라 갑자기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프로젝트 다이달로스Project Daedalus는 영국 행성 간 학회가 내놓은 계획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현존하는 원자력 발전소보다 훨씬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핵융합 반응로의 구현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오리온과 다이달로스는 광속의 10분의 1의 속력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그러면 4.3광년 떨어진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까지 가는 데 43년이 걸릴 것입니다. 오리온, 다이달로스 또는 이와 비슷한 다세대multigeneration 우주선들의 성사는 21세기 중반까지 기다려야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빛의 속도로 우주 공간을 여행하는 것이 수천 년 동안 꿈꿔왔던 인류의 숙원 사업임에 틀림없습니다. 로버트 버사드Robert W. Bussard가 제시한 우주 공간에 있는 수소 원자를 포함한 성간 물질들을 핵융합 엔진으로 흡입하여 이를 뒤쪽으로 분사시켜 추진력을 얻는 성간 램제트ramjet 엔진을 사용하는 광속 비행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우주 공간에 널린 게 수소라고는 하더라도 밀도가 낮으므로 버사드의 램제트 엔진이 작동하려면, 엔진 앞쪽에 설치할 흡입 장치의 크기가 거의 수백 km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주선이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 우주선을 향해 접근하는 수소 원자들의 속도 또한 상대적으로 빛의 속도에 가깝게 될 것이고, 따라서 잘못하면 고속으로 가속되어 날아 들어오는 우주선 입자cosmic ray particles 때문에 우주선과 그 안에 타고 있는 승객이 모두 녹아버릴 위험성도 있습니다.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이런 기술적인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빛의 속도로 여행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면서, 지구는 우리를 지구 중심으로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에 자유 낙하하는 물체가 초속 9.8m씩 가속되면서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우리를 지구 표면에 묶어두는, 또는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이 힘을 우리는 중력이라 부르고, 그 크기를 1g로 표시하는데, 우리가 지상에서 1g에 해당하는 힘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우주여행 중에서도 1g의 가속을 받는다면, 우리는 우주선에서 아주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지구에서의 중력과 가속 중인 우주선 안에서 느끼는 관성력이 같은 성격의 힘이라는 것은 아인슈타인이 제안한 일반상대성이론의 주요 개념이기도 합니다. 우주 공간에서 1년 정도 1g의 가속을 계속해서 받으면 광속에 가까운 속도에 도달합니다. 광속과 비슷한 속도를 유지하면 우주선을 타고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매우 느리게 느껴질 것입니다. 바너드의 별Barnard's Star은 태양에서 약 6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우주선을 타고 이 별을 향해 달린다면, 약 8년 후면 이 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8년은 우주선에 실린 시계로 잰 우리의 시간이지, 우주여행의 장도에 오르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환송했던 사람들의 시간이 아닙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은하수 은하의 중심가지 가는 데는 21년 걸리고 안드로메다 은하에는 28년이면 도착합니다. 그렇지만 지구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우주여행객의 21년이 무려 3만 년에 해당하는 장구한 세월입니다. 소수점 여러 자리까지 광속에 가깝게 접근한다면, 이론상으로 단 56년이면 우주를 한 바퀴 돌게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기서 56년은 우주선에서의 시간입니다. 우주여행에서 돌아올 때쯤이면 지구 자체가 없어졌을 것입니다. 태양은 아주 오래전에 빛의 방출을 멈췄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상대론적 우주여행은 고도로 앞선 문명에게는 우주 전역에 접근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줄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우주선을 타고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만 실현 가능한 방안입니다. 인류가 멸망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별을 향해 광속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태양계 내부의 탐사가 끝나면 다른 외계 행성계에 대한 탐사도 이뤄질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