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의 대리인 고용하기: 시장과 도덕 논쟁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와 『왜 도덕인가? Why Morality』의 저자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1953-)은 자유시장에 대한 옹호가 전형적으로 두 가지 주장에 근거하는데, 하나는 자유에 관한 주장이고, 또 하나는 행복에 관한 주장이라고 말합니다. 첫 번째 주장은 시장을 옹호하는 자유시장주의자의 목소리로 이들은 자발적 교환을 허용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길이며, 자유시장에 간섭하는 법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주장은 시장을 옹호하는 공리주의자들이 내세우는 근거로 이들은 자유시장이 전체의 행복을 증진시키며, 두 사람이 거래할 때 둘 다 이익을 얻는다고 말합니다. 거래가 당사자에게 모두 이익이 되고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는 한, 전체 공리는 당연히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시장 회의론자들은 이런 주장에 의문을 품습니다. 이들은 시장에서 이뤄지는 선택이 겉보기처럼 늘 그렇게 자유롭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특정 재화나 사회적 행위는 돈으로 사고팔 경우 타락하거나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샌델은 다음과 같이 예를 듭니다. 1862년 7월, 에이브러햄 링컨은 부족한 군인을 충당하기 위해 북부에서 처음으로 징병법에 서명했는데, 남부에서는 이미 시행중인 법이었습니다. 징병은 미국의 개인주의 전통을 거스르는 일이었고, 특히 북부의 징병은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징집을 원치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고용해 대신 복무하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리인을 찾는 징집자들은 신문에 광고를 내어 최고 1500달러까지 제시했으며,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이었습니다. 남부연합 역시 유급 대리 복무를 하용하다 보니 ‘부자들의 전쟁, 가난한 자들의 싸움’이란 표어가 생길 정도였으며, 북부에서도 이런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1863년 3월, 의회는 이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징병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대리인을 고용할 권리는 그대로 두되, 정부에 300달러를 내면 병역을 면제해주는 법이었습니다. 이 면제 비용은 미숙련 노동자의 1년에 해당하는 임금과 맞먹는 금액이었지만, 노동자도 돈을 내고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일부 도시와 카운티에서는 징집자에게 이 비용을 보조해주기도 했습니다. 보험업계는 매달 보험료를 내면 징집될 때에 면제 비용을 보장해주는 보험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신문은 ‘300달러냐, 당신의 목숨이냐’라는 머리기사를 실었습니다. 징병과 300달러 면제 비용에 대한 분노는 징병관리 공무원들을 향한 폭력으로 번졌고, 대표적인 사례가 1863년 7월에 일어난 뉴욕시 징병폭동사건입니다. 7일 동안 계속된 폭동으로 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다음 해 의회는 병역 면제 비용 제도를 없앤 새로운 징병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북부에서만은 대리인을 고용할 권리가 전쟁 기간 내내 유지되었습니다.
결국 비교적 소수의 징집자만이 북군에 입대해 싸운 것입니다. 징병 제비뽑기에 걸린 사람 중 상당수가 도망가거나 장애로 징병을 면제받았습니다. 그 결과 실제 징집 예정자 20만7천 명 가운데 8만7천 명이 면제 비용을 지불했고, 7만4천 명이 대리인으로 채워졌으며, 4만6천 명만이 복무했습니다. 대신 싸울 대리인을 고용한 사람으로는 앤드루 카네기, J.P. 모건,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아버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아버지, 그리고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된 체스터 아서와 클로버 클리블랜드 등이 있었습니다.
마이클 샌델은 부자가 자기들의 전쟁을 대신 싸워줄 사람을 고용했다는 이유로 남북전쟁 때의 병역제도를 부당하다고 말한다면, 오늘날의 자원병에 대해서도 같은 반박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습니다. 엔드루 카네기는 자기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 직접 돈을 지불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울 사람을 군이 모집하고, 납세자가 단체로 그들에게 돈을 지불합니다. 샌델은 우리도 입대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고용해 그에게 목숨을 걸고 대신 전쟁을 치러달라는 셈이 아니냐고 물으면서 이 경우 앞의 경우와 도덕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묻습니다. 남북전쟁 때 대리인을 고용한 제도가 부당하다면, 지원병 제도 역시 부당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미국은 1,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때 징병제를 이용했는데, 제도가 워낙 복잡하고 학생과 특정 직업군에서 징병 유예를 신청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결국 많은 사람들이 참전을 피해갔습니다. 징병제는 특히 대학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징병제 폐지를 제안했고, 1973년에 미군이 베트남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면서 징병을 모두 자원병으로 대체했습니다. 군 복무가 더 이상 의무가 아니다 보니, 군은 필요한 병력을 모으기 위해 보수를 높이고 복리후생을 늘렸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자원군이라고 부르는 군대는 식당, 은행, 소매점 등의 사업처럼 노동시장을 이용해 모병합니다. ‘자원’이란 말에 문제가 있는데, 군인들은 돈이나 복리후생 혜택을 받는 대가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전쟁을 주도하면서, 민주사회에서 시장을 이용해 군인을 모집하는 일이 과연 옳은가를 두고 논쟁이 다시 벌어졌습니다. 징병제를 두고 개인의 자유와 시민의 의무에 관한 문제가 정치철학의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자유지상주의자라면 징병제는 강제성을 띤 일종의 노예라서 부당합니다. 이 제도는 국가가 시민을 소유하고 멋대로 다룰 수 있음을 의미하며, 따라서 시민에게 전쟁에 나가 목숨을 걸고 싸우라고 강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징병을 노예제와 같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선택권을 제한하고 따라서 전체 행복을 감소시킨다는 이유로 징병에 반대할 수 있습니다. 공리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징병 반대 논리입니다. 대리인 고용은 허용하는 제도와 비교해, 징병은 서로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거래를 금지하여 사람들의 행복을 감소시킨다는 주장입니다. 교환의 자유는 양자의 공리를 모두 높이면서 다른 누구의 공리도 줄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공리주의 논리로 보자면, 남북전쟁 병역제도가 순수 징병제보다 낫습니다. 공리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원군은 최고의 선택입니다.
샌델은 징병은 의무이고 자원군은 자유라고 규정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단지 강제의 형태가 다를 뿐입니다. 즉 징병은 법이, 자원군은 경제적 어려움이 강제한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자원군 구성 계층을 보면 이런 반박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역 사병 가운데 저소득층에서 중간 소득층 지역(중간층 가계소득이 3만850-5만7836달러인 지역) 출신 젊은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현저히 높습니다. 그리고 전체 인구 가운데 소득 수준이 하위 10%에 해당하는 계층과 상위 20%에 해당하는 계층 출신 젊음이가 가장 적습니다. 최근에 모집된 군인의 25% 이상이 정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일반인 46%가 대학 교육을 받은 데 비해, 18-24세 군인 가운데 대학 문턱을 넘어본 사람은 고작 6.5%에 그쳤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사회 특권층 젊은이들은 군복무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경우, 1956년 졸업생 750명 가운데 과반수인 450명이 졸업 후 군에 입대한 반면, 2006년에는 졸업생 1108명 가운데 입대한 사람은 고작 9명에 그쳤습니다. 다른 일류 대학이나 미국 수도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의회 의원 가운데 자녀가 입대한 경우는 2%에 불과하다. 2004년 뉴욕시의 자원자 70%가 저소득층 출신의 흑인과 히스패닉이었습니다.
자원군을 지지하는 시장 논리에 대한 반박은 불공평과 강제에 있습니다. 즉 계층 간 차별이라는 불공평 그리고 가난 때문에 대학 교육 등의 혜택을 받는 대가로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부과되는 강제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대신 싸워주는 사회와는 사뭇 동떨어진 세계의 전문 유급군입니다. 이는 우리가 같은 시민 가운데 비교적 소수를 고용해 대신 싸우게 해놓고 우리는 발을 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다수의 시민과 그들 이름으로 싸우는 군인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집니다. 인구 비율로 볼 때 오늘날의 현역군인 수는 2차 세계대전 때의 4% 수준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책 입안자들이 광범위하고 진지한 사회적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비교적 쉽사리 국가를 전쟁으로 내몹니다. 역사학자 데이비드 케네디David M. Kennedy는 “전쟁에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사회의 이름을 걸고, 역사상 가장 막강한 병력이 전투에 투입될 수 있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다”라고 말합니다. 자원군은 거의 모든 미국인에게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책임을 면제해줍니다. 같이 나눠야 할 희생을 면제해주면 정치적 책임의식이 약화되는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징병을 시민의 의무로 본 가장 유명한 발언은 제네바 태생의 계몽주의 정치이론가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1712-78)의 말입니다. 그는 『사회계약론』에서, 시민의 의무를 팔릴 물건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는 자유의 가치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깎아내린다고 주장했습니다. 루소가 호소한 시민의 이상은 미국 같은 시장 중심 사회에서도 여전히 반향을 일으킵니다. 미국인은 모병을 시장에 떠맡겨놓고도 군복무를 애국심과 시민의 미덕이라는 낡은 개념과 분리하지 못합니다.
자원군과 용병의 차이는 무엇일까? 둘 다 돈을 받고 싸우는 군인이고 급여와 복리후생 혜택을 준다는 약속에 모여든 사람들입니다. 용병은 단지 돈만 바라고 싸우는 외국인인데 반해, 미국 자원군은 미국인만을 고용합니다. 노동시장이 군대를 모을 적절한 수단이라면 왜 미군은 국적을 보고 군인을 고용해야만 하는가. 왜 군복무를 원하고 필요한 자질을 갖춘 외국 시민을 적극 끌어들이지 않는가? 프랑스 외인부대는 외국인을 모집해 프랑스를 위해 싸우게 하는 오랜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외인부대 홈페이지는 13개 언어를 지원하며 전 세계에서 군인을 모집합니다. 현재 부대 병력의 1/4이 라틴아메리카 출신이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출신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미국은 외인부대를 창설하지 않았지만, 그 방향으로 옮겨가는 중입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필요한 병력 모집이 어려워지자 임시 비자로 미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을 상대로 군인을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에게는 상당한 보수와 미국 시민권 조기 발급 등의 혜택이 주어집니다. 현재 미군에는 외국인이 3만 명 복무중입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따라, 지원 자격은 영주권 소지자에서 일시 체류자, 외국인 학생, 망명자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시장 논리는 비단 외인부대 모집으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군복무를 여러 직업 중 하나로 본다면, 신병 모집을 정부에서만 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대규모 군 기능을 민간 기업에 맡긴 상태입니다. 군사 도급 업체가 전 세계 분쟁에 참가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의 경우에도 민간 기업체 소속 군인이 상당히 많습니다.
2007년 7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에 주둔한 병력 가운데 미국이 비용을 지불하는 민간 기업체 소속 군인 18만 명이 실제 미군 16만 명보다 많았습니다. 이 도급 인력은 대개 기지건설, 차령정비, 물자보급, 식사제공 같은 비전투 업무를 맡습니다. 그러나 5만 명 정도는 무장한 비밀요원으로, 이들은 기지 수호, 외교관 호위 등을 수행하면서 실제로 전투에 참가합니다. 이라크에서 사망한 민간 도급 인력은 1200명이 넘는데, 이들은 사망해도 성조기가 덮인 관에 들어가지 못하며, 미군 사망자에 포함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