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유전자의 합목적성이 ‘의식’이라고 부르는 특성을 진화시켰다
리처드 도킨스는 세포가 유전자의 화학 공장이라고 말합니다. 유전자의 수동적 피난처로 생긴 생존기계는, 처음에는 경쟁자들과의 화학전에서 우연히 발생한 분자 충격의 피해로부터 몸을 지키는 벽을 유전자에게 제공하는 데 불과했습니다. 처음에 그것들은 수프 속에서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 유기분자를 먹이로 했습니다. 이런 편안한 생활이 끝난 건 오랜 세월에 걸쳐 활발한 햇빛의 영향으로 원시 수프 속에 형성된 유기적인 먹이가 사라지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식물의 생존기계는 스스로가 직접 햇빛을 사용해 단순한 분자에서 복잡한 분자를 만들어 원시 수프의 합성과정을 더 빠른 속도로 재연했습니다. 동물의 생존기계는 식물을 먹든지 다른 동물을 먹든지 하여 식물의 화학적 노동을 가로채는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식물과 동물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더욱 교묘한 책략을 발달시켜 끊임없이 새로운 생존방법을 개발해갔습니다. 그것들은 각각 바다에서 지상에서 공중에서 땅 속에서 나무 위에서 더 나아가서는 다른 생물체 내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특수하고 전문화된 방법에 있어 다른 것을 능가했습니다.
동식물은 모든 세포에 모든 유전자의 완전한 복사가 분배되어 있는 다세포 생물로 진화해왔습니다. 도킨스는 사람의 몸이 세포의 공동체colony라고 말합니다. 세포를 유전자의 화학 산업의 편리한 작업 단위에 비유합니다. 인간은 주관적으로 스스로를 하나의 공동체가 아닌 하나의 단위라고 생각합니다. 적은 자원을 걸고 치열한 싸움을 하거나 다른 생존기계를 잡아먹기 위해 또는 먹히지 않기 위한 매정한 싸움에서 공동체와도 같은 몸의 내부는 통제가 없는 것보다 중추에 의해 통합되어 있는 쪽이 더 유리할 것입니다. 유전자 간의 상호 공진화가 계속 진행되어 왔으므로 오늘 날 개개의 생존기계가 공동체적인 성질을 갖게 되었습니다. 개체는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더 많이 전하려고 애쓰는 대리자이며, 이타적 행동과 이기적 행동은 동물의 어떤 개체가 별개의 개체에 대해서 행해지는 행동을 말합니다.
동물은 민첩하고 활발한 유전자의 운반자, 즉 유전자 기계가 되었습니다. 동물은 식물보다 수십만 배나 빨리 움직이는 방법을 발달시켰습니다. 동물이 빠른 운동을 하기 위해 진화시킨 기관이 근육입니다. 근육은 증기기관이나 내연기관 같이 화학 연료에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해 기계적 운동을 발생시키는 엔진입니다.
인간의 뇌에는 수십억 개의 뉴런neuron(신경세포체soma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뉴런의 기본 기능은 자극을 받았을 때 전기를 발생시켜 다른 세포에 정보를 전달한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물 집단에게는 뉴런이 있습니다. 뉴런은 그 자체 세포이고 다른 세포처럼 핵과 염색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들의 세포막은 가늘고 길며,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뉴런에는 축삭돌기axon(신경 섬유nerve fiber)라는 특별히 긴 줄이 한 가닥 있습니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축삭돌기의 폭은 몇 미터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축삭돌기는 보통 다발로 되어 있으며, 많은 가닥이 꼬여 굵은 케이블을 형성합니다. 이것이 신경입니다. 신경은 메시지를 운반합니다. 뇌는 기능상 입력 패턴을 분석하여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조회한 후 복잡한 출력 패턴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컴퓨터와 유사합니다. 진화 중에 감각기관이 뇌를 거치지 않고 근육과 연결되어 있던 시기가 있었을 것입니다. 말미잘은 현재도 이 상태에서 별로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타이밍과 근수축의 타이밍 사이에서 더욱 복잡하고 간접적인 관계를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매개물로서 일종의 뇌가 필요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진보는 기억이라는 것을 진화적으로 발명한 것입니다.
도킨스는 생존기계의 행동에서 가장 뚜렷한 특성의 하나가 합목적성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동물 유전자의 생존에 필요하도록 잘 설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목적의식을 가진 행동과 매우 닮았습니다. 동물이 먹이를 찾거나 배우자를 찾거나, 또는 잃어버린 새끼를 찾는 것을 보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찾을 때 경험하는 종류의 주관적 감정을 그 동물도 갖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감정에는 욕망 또는 목적 내지는 설계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킨스는 유전자의 합목적성이 ‘의식’이라고 부르는 특성을 진화시켜왔다고 말합니다. 이들 기계는 기본적으로 극히 단순하며 의식이 없으면서도 목적의식이 있는 듯이 행동합니다. 도킨스는 이와 관련되는 기본원리가 ‘네거티브 피드백 negative feedback’(occurs when the output of a system acts to opposite changes to the input of the system)으로 ‘목적 기계’, 즉 의식적 목적을 갖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기계 내지는 물건은 사물의 현재 상태와 ‘바랐던’ 상태와의 차이를 측정하는 일종의 특정 장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차이가 클수록 기계는 더 열심히 돌아가도록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해서 기계는 자동적으로 차이를 좁혀가며, ‘바랐던’ 상태에 도달하면 기계는 멈춥니다. 현대의 목적기계는 더욱 복잡한 ‘살아 있는 것과 같은’ 행동을 달성하기 위해 네거티브 피드백과 같은 기본원리를 확장하여 이용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유도미사일은 적극적으로 목표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사정거리 내에서 표적을 발견하면 도망칠 수 있는 방향과 진로를 바꾸는 것 등을 계산하여 때로는 그것을 예측 혹은 예상까지 하여 추격합니다. 사람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컴퓨터에 넣기만 할 뿐입니다.
유전자는 스스로가 직접 인형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프로그램 작성자처럼 간접적으로 자기의 생존기계의 행동을 제어합니다. 유전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미리 생존기계의 체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후에 생존기계는 완전히 독립하게 되며 유전자는 그 속에서 그저 수동적인 상태가 됩니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우리를 인형에 매달린 끈으로 직접 조종하지 못하는 이유로 시간 지연을 꼽습니다. 유전자는 단백질 합성을 제어하는 일을 통해서 작용합니다. 이는 세계를 조정하는 강력한 방법이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배embryo(다세포생물의 발생 과정에서 초반에 해당하는 단계)를 만드는 데는 인내를 갖고 몇 개월 동안 단백질(합성)의 끈을 조작해야만 합니다. 반면 행동의 특징으로 중요한 점은 빠르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몇 초 또는 몇 분의 1초라는 시간 단위로 작용합니다. 예컨대 부엉이가 머리 위를 휙 지나가고, 키 큰 풀숲이 부스럭거리며 포획물이 있는 곳을 알리면 1/1000초 단위로 신경계가 흥분하여 근육이 떨립니다. 유전자는 그처럼 신속한 반응시간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유전자가 할 수 있는 건 자기의 이익을 위해 신속히 작동하는 컴퓨터를 조립하여 예측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가능성들을 대처하기 위한 규칙과 충고를 사전에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최선의 대책을 강구해두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장기 게임이 그렇듯이 생물은 너무 많은 사건들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