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은 별이 되려다 실패한 비운의 천체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생명의 본질이란 우리를 만들고 있는 원자들이나 단순한 분자들에 있는 게 아니라 이 물질들이 결합되는 방식에 있다고 말합니다. 인체를 구성하는 화학물질의 총가치가 97센트라는 둥 10달러라는 둥 하여금 그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듯이 인체의 대부분은 물입니다. 탄소는 석탄의 형태로 있을 때에 어느 정도의 값이 나갈 뿐입니다. 우리 몸에 들어있는 칼슘은 푼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이 분필에 불과합니다. 단백질에 들어있는 질소 역시 값도 없는 공기의 질소와 다를 바 없습니다. 피는 때로 생명의 동의어이지만, 혈액에 들어있는 철이라고 해야 녹슨 못과 다를 바 없습니다.
외계 세상들에 존재할 법한 생물도 대부분 지구의 생물과 동일한 원자로 이루어져 있을 것입니다. 원자는 물론이고, 심지어 분자 수준에서도 많은 세상의 외계 생명들이 단백질이나 핵산과 같은 지구 생물과 동일한 기본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조합의 방식은 우리에게 낯선 것일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 대기가 아주 농밀한 행성이라면, 생물들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면서 삶을 영위할 터이므로 굵은 뼈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들은 칼슘 원자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세상에서는 물 아닌 다른 물질이 용매로 쓰일지 모릅니다.
대부분 물로 이뤄지고 화학물질의 가치가 기껏해야 10달러에 불과한 인류는 우주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습니다. 무인우주선이야말로 잘 설계된 고도의 지능형 로봇입니다.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 소재하는 미국 국립항공우주국 소속 제트 추진 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에서 우주 공간을 무시로 누비면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이 로봇의 일거수일투족을 완전히 제어하고 있습니다.
1979년 7월 9일 보이저 2호라는 이름의 로봇과 목성권의 회우가 이뤄졌습니다. 1977년 8월 20일 우주의 바다에 진수되어 행성 간 공간을 항해하기 시작한 지 거의 2년 만의 사건입니다. 보이저 2호는 화성 궤도를 커다란 호를 그리면서 통과하고 소행성대를 지난 후 목성권에 접근했습니다. 조립에 들어간 개별 부품의 개수만 수백만 개에 이르는 대단히 복잡한 기능의 이 우주선이 그 먼 거리를 아무 탈 없이 무사히 항해해 낸 것입니다. 하나의 부품에 이상이 발생한다면 다른 것이 그 부품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도록,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을 여러 개씩 중복 조립한 덕을 단단히 본 것입니다. 보이저 2호는 총질량이 0.9톤이고 전체 크기는 큰 방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입니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태양계의 외곽 지대를 탐험하는 것이 이 우주선의 임무였기 때문에 보이저 2호는 다른 우주선들과는 달리 태양의 빛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직접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보이저 2호는 추진력을 태양 전지 대신 소형의 자체 핵발전소에서 공급받도록 했습니다. 플로토늄 펠릿의 방사능 붕괴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이 핵발전소는 수백 와트의 발전 용량을 자랑합니다.
목성 주변에 있는 갈릴레오의 위성들은 그 크기가 거의 수성과 맞먹을 정도로 큰데, 그것들의 크기와 질량으로부터 밀도를 계산하고 밀도에서부터 각 위성의 구성 성분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가장 안쪽에서 돌고 있는 이오Io와 유로파Europa는 주로 암석 성분의 위성이며, 바깥쪽의 가니메데Ganymede와 칼리스토Callisto는 이보다 훨씬 낮은, 얼음과 바위의 중간 정도의 밀도의 물질로 이뤄진 위성임이 밝혀졌습니다. 가니메데와 칼리스토 내부의 얼음은 대부분 액체 상태의 물로 존재할 것입니다. 갈릴레오의 위성들의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 우리는 이들의 지하층에 자리한 바다가 물과 얼음의 진창일 것이며, 갈릴레오의 위성들이 서로 다른 모습을 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보이저의 눈을 통해서 이 위성들이 정말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예상대로 그것들은 서로 아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갈릴레오의 위성들은 우리가 여태껏 알고 있던 그 어떤 세상과도 판이하게 다른 곳이었습니다.
보이저 1호가 찍은 목성과 그 위성들의 사진이 총 1만8천여 장에 이르고, 비슷한 양의 사진을 또 보이저 2호가 촬영해서 지구로 보내주었습니다. 보이저가 이오에 접근하면서 이 거대한 위성의 표면이 다양한 색깔로 치장돼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양계 내의 그 어느 천체와도 판이한 모습이었습니다. 이오는 소행성대 가까이에 위치하므로 전 생애를 통해 소행성대에 떠도는 돌멩이들의 세례를 끊임없이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오의 표면에는 그런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이오에는 대기가 없습니다. 이오의 표면 중력이 너무 약해서 기체 분자들이 이오의 표면을 쉽게 탈출해버린 것입니다. 이오의 표면은 물이 액체로 존재하기에는 기온이 너무 낮습니다. 보이저가 화산을 발견하기 전에 우리는 이미 이오에 화산의 존재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지하에 있는 액체 상태의 유황이 이오의 화산 활동으로 지상으로 계속 올라오게 됩니다. 고체 상태의 유황은 물의 끓는점보다 약간 높은 섭씨 115도 정도로 가열되면 색깔이 변하면서 액체 상태의 유황으로 변합니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색깔이 짙게 변하며, 일단 녹았던 유황을 갑자기 냉각시키면 액체 상태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이오 표면의 색깔 분포의 패턴에서부터 중요한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그 패턴은 화산의 분화구에서 마구 쏟아져 나온 액화 유황이 여울져 흐르는 강물이나 흙탕물의 급류와 같이 얇은 층을 이루며 흐르는 모습을 닮아 있었습니다. 즉 검정색, 그러니까 제일 뜨거운 유황이 화산 분화구 근처에서 보이고, 주황색의 황이 분화구에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강을 이루며, 노란색의 상대적으로 저온 상태에 있던 유황이 분화구에서 멀리 떨어진 평지에 널려 있습니다. 표면 모습이 몇 달 간격으로 수시로 변화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우리가 일기예보를 하듯 이오의 표면 지도도 주기적으로 수정 편찬해야 합니다.
이오의 매우 얇고 희뿌연 대기는 주로 이산화황으로 이뤄져있다는 사실이 보이저 우주선의 탐사로 밝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산화황의 대기층이 비록 얇기는 하지만 목성에서 방출되는 하전 입자들로부터 이오의 표면을 보호하기에는 충분한 두께여서, 이오에게는 매우 소중한 존재입니다.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기체 상태의 이산화황이 굳어 서리처럼 하얗게 변합니다. 이렇게 되면 목성의 복사 벨트에서 나오는 하전 입자들이 이오의 표면까지 침투할 수 있습니다.
이오의 화산 분출은 그 구성 입자들을 목성의 주변 공간으로까지 직접 방출시킬 정도로 매우 높이 솟아오릅니다. 이 입자들이 이오 주변에서 목성을 둘러싸고 있는 도넛 모양의 튜브를 형성하는 장본인인 듯합니다. 이 입자들은 원자 알갱이들로서 목성을 향해 천천히 나선 운동을 하다가 안쪽 궤도에 있는 아말테아 위성과 만나면, 모종의 화학 반응을 통해 아말테아의 표면을 붉게 물들이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오에서 분출되는 물질이 여러 차례 충돌과 응결의 과정을 겪으면서 결국 목성의 고리를 만드는 데 한몫을 하게 되는 듯합니다.
목성은 별이 되려다 실패한 비운의 천체입니다. 목성이 별이었다면, 지금 목성이 태양으로부터 받는 빛의 두 배 이상을 목성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적외선 대역에서 보면, 현재의 목성은 그대로 항성이라고 취급해도 사실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의 빛을 방출합니다.
목성 내부의 압력은 지구 표면 대기압의 3백만 배나 됩니다. 이런 조건에서 예상되는 수소의 유일한 존재 양식은 금속성의 액체 수소입니다. 그러므로 목성의 내부는 금속성의 액체 수소가 바다를 이루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목성의 내부 한복판에는 암석과 철로 된 핵이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지구처럼 생긴,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의 중심핵은 거대한 압력으로 옥죄는 두꺼운 가스층에 갇혀 그 모습을 영원히 드러내지 않을 것입니다.
전파천문학이 발달하기 시작한 1950년대에 목성이 강력한 전파 방출원이란 사실이 우연히 알려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