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인간은 코스모스에 연줄을 대고자 안달을 하며 삽니다



생물학은 물리학보다 역사학에 더 가깝습니다. 현재를 이해하려면 과거를 잘 알아야 하고, 그것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야만 합니다. 역사학에 예견론이 없는 것처럼 생물학에도 확립된 예견론이 없습니다. 이유는 양쪽 모두 같습니다. 연구 대상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물학과 역사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타자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외계 생명에 관한 단 하나의 예만 연구할 수 있게 되더라도, 그리고 그 하나가 아무리 미미한 수준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생물학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와 다른 생물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계 생물에 대한 탐구가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하지만, 외계 생명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우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의 생명은 우리가 추구할 궁극의 목표입니다. 왜냐면 그것이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애초부터 인간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배후를 의식하며 살아왔습니다. 인류가 수렵으로 辛酸(신산)한 삶을 살아갈 때 그들은 하늘에서 사냥꾼과 사냥개를 보았고, 하늘에 곰과 젊은 여자를 그렸습니다. 사냥꾼의 관심을 끌 만한 온갖 것들이 하늘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아주 밝은 별이 꼬리를 길게 끌며 순식간에 하늘을 가르고 가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것을 ‘떨어지는 별 falling star’라고 불렀습니다.

태양과 달처럼 별도 항상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집니다. 관측자의 머리 위를 지나는 별이 뜨고 지는 데 하룻밤이 꼬박 걸립니다. 또 계절에 따라 뜨고 지는 별자리가 달라집니다. 초가을에 뜨는 별자리가 따로 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동편 하늘에서 새로운 별자리가 뜨는 경우는 절대로 없습니다. 별들이 뜨는 데도 순서가 있으며, 그것들의 행동거지에도 예측성과 영원성이 있습니다. 별들 중에는 해보다 조금 먼저 뜨거나 조금 늦게 지는 것들이 있는데, 그러한 별들은 계절에 따라 출몰 시각과 위치가 변합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별의 출몰 현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수년에 걸쳐 그것을 기록으로 남긴다면, 그 사람은 계절을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이 1년 중 언제쯤인지도 매일 아침 해가 지평선 어디에서 뜨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늘에는 달력의 역할을 훌륭하게 하는 표지들이 걸려 있는 셈입니다.

하늘에 해, 달, 별 말고 다른 종류의 천체가 있는데, 사람들은 이것들을 ‘떠돌이 별’이란 뜻에서 통틀어 행성planet이라고 불렀습니다. 행성은 떠돌이 삶을 영위하던 유목민들에게는 특별한 정감과 친근감으로 다가갔을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행성이라고 알고 있던 것은 모두 일곱 개였지만, 해와 달을 제외하면 다섯이 남습니다. 행성들은 우리에게 멀리 있는 별들이 이루는 고정된 별자리를 배경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러 달에 걸쳐 행성의 겉보기 운동을 관찰해보면 이 별자리에 들어있던 행성이 저 별자리로 이동하고 여러 천체들이 모두 인간의 삶에 심오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점성술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점성술에 따르면 사람의 운명은 그가 태어날 때 어느 행성이 어느 별자리에 들어있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수천 년 전부터 행성의 움직임이 국왕과 왕조와 제국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점성술사는 행성의 운동을 연구합니다. 지난번에 금성이 염소자리에 들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나 보고 기억해두었다가 이번에도 그런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겠는가를 점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성술사는 국가의 통제를 받게 되었습니다. 정식 점성술사가 아닌 사람이 함부로 하늘의 뜻을 읽는 일은 중죄로 다스리는 나라가 많아졌습니다. 왜냐면 현 체제를 전복시키려면 국왕의 몰락을 예언하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는 황실 점성술사가 틀린 예언을 한 죄로 사형을 당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실제 사건과 딱 맞아 떨어지도록 사건이 벌어진 뒤에 아예 기록을 뜯어고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점성술은 관찰과 수학, 철저한 기록과 엉성한 생각,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거짓말이 묘하게 뒤섞이는 가운데 발달했습니다.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점성술의 역사가 얼마나 긴지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여러 단어의 어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면서 재해를 뜻하는 disaster는 그리스어로 ‘나쁜 별’이란 뜻이고, 유행성 감기를 뜻하는 influenza는 이탈리어로 별의 ‘영향’을 뜻하는 influence에서 온 말이며, 건배를 뜻하는 mazeltov는 히브리어(본질적으로는 바빌로니아어)로 ‘좋은 별자리’라고 말합니다. shlamazel이라는 이디시어는 악운이 끊이지 않고 겹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이 역시 바빌론의 천문학 용어에서 나왔다고 합니니다. 플리니우스Plinius의 주장에 따르면 로마에는 sideratio라 하여 ‘행성에 얻어맞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로마인들은 행성을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고려하다’는 뜻의 consider는 ‘행성과 함께’라는 뜻으로 진지하게 생각할 때에는 반드시 행성을 함께 고려했었기 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지구라는 행성 위에 있는 국가들의 국기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미국 국기에는 별이 50개 있고, (구)소련과 이스라엘 국기에는 1개, 미얀마는 14개, 그레나다와 베네수엘라는 7개, 중국은 5개, 이라크는 3개, 상투메 프린시페는 2개가 있습니다. 일본, 우루과이, 말라위, 방글라데시, 대만의 국기에는 태양이 하나씩 그려져 있습니다. 브라질 국기에는 천구가 그려져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서사모아, 뉴질랜드와 파푸아뉴기니의 국기에는 모두 남십자성이 들어있습니다. 부탄의 국기에는 지구를 상징하는 용의 여의주가 그려져 있고, 캄보디아 국기에는 앙코르와트 천문 관측대가 그려져 있습니다. 인도, 대한민국, 몽골인민공화국의 국기에는 공통적으로 천체 상징물이 들어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들 중에는 국기에 별을 쓴 경우가 특히 많습니다. 이슬람 국가들은 초승달을 많이 씁니다. 모든 국기 중 거의 절반 정도에 천문학적 상징물이 들어있는 셈입니다. 이는 문화권을 초월하고 사상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이는 우리 시대에 한정된 현상이 아닙니다. 기원전 3천 년 수메르인들이 만든 원통형 도장에도, 혁명 이전 중국 도교 신도들의 여러 가지 깃발에도 별자리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저마다 하늘의 힘과 영원불변함을 현 국가 체제에 빗대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인간은 코스모스에 연줄을 대고자 안달을 하며 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