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는 RNA을 합성하여 세포의 신진대사 활동을 관장한다


살아있는 세포는 은하의 별의 세계만큼 복잡하고 정교한 체계를 이룹니다. 세포라는 이름의 이 지극히 정교한 기구는 40억 년의 긴 세월을 거치면서 힘들게 걸어온 진화의 결정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 있는 영양분들은 세포라는 장치를 통해 그 모습과 성격이 계속해서 바뀝니다. 오늘의 백혈구 세포가 엊그제 먹은 시금치나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세포는 어떻게 이 일을 수행할까? 세포 안에는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물들이 미로같이 늘어져 있는데, 이것들이 세포 형태를 유지하고 준비하는 등 생명 현상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세포 안에 있는 분자 덩어리들은 거의 대부분 단백질입니다. 왕성하게 활동 중인 것들이 있는가 하면 대기 중인 것들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단백질은 세포 안에서 화학 반응을 조절하는 효소입니다. 효소는 공장의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숙련 노동자와 같아서 자신의 맡은 바 기능을 분자 수준에서 수행합니다. 효소가 공장의 주어진 기능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아닙니다. 그 주체는 핵산입니다. 효소들은 그저 핵산이라는 감독관이 보내는 지침에 따라 행동할 뿐입니다. 심지어 자기 자신을 만들어내는 작업도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야 가능합니다. 핵산은 세포의 핵에 자리합니다.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핵이 세포 왕국에서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구궁궁궐과 같은 곳에 비유합니다.

세포의 핵 속에는 수많은 코일과 가닥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그것들이 DNA와 RNA라는 이름의 두 가지 핵산입니다. DNA는 무엇을 해야 할지 업무 수행의 구체적 단계를 알고 있으며, 그 내용을 기술하는 코드를 갖고 이에 따라 지침을 하달합니다. RNA는 DNA가 하달하는 지침들을 받아서 세포의 여기저기로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것들은 40억 년에 걸친 진화의 정수로서 세포가 또는 나무가, 혹은 인간이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활동의 모든 정보를 자기 안에 담고 있습니다. 세이건은 인간의 언어로 기술할 경우 인간 DNA의 총 정보는 두꺼운 책 100권에 해당한다고 말합니다. 한술 더 떠서 DNA는 자신을 복제하는 데 필요한 정보도 모두 갖고 있으며, 복제는 아주 완벽하게 이뤄집니다. 복제 과정에서 차이가 생기는 경우는 비록 미소한 차이라도 지극히 드뭅니다. 그러므로 DNA는 참으로 엄청난 양과 질의 정보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DNA는 완벽한 자기 복제를 통해 유전형질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일을 합니다. 이와 더불어 핵의 DNA는 전달자 RNA라고 불리는 또 다른 핵산을 합성하여 세포의 신진대사 활동을 관장합니다. 전달자 RNA는 핵 밖으로 이동한 후 정확한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 효소의 생성을 조절합니다. 결과적으로 효소가 하나 생성되고, 이 효소는 세포 내 화학 반응의 특정 단계를 관리합니다.

인간의 DNA는 10억 개의 뉴클레오티드로 연결된 두 개의 나선이 이루는 매우 긴 사다리처럼 생겼습니다. 즉 DNA 분자는 가로대를 10억 개나 가진 긴 사다리입니다. 뉴클레오티드들이 이룰 수 있는 조합의 대부분은 아무 쓸모도 없는 단백질을 합성하므로 생명의 관점에서 무의미합니다. 우리같이 복잡한 생물의 경우에도 유용한 핵산 분자는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유용한 핵산을 조합하는 방법의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전자와 양성자의 수를 전부 합한 것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뉴클레오티드의 순서를 어떻게 바꾸어야 새로운 인류를 만들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바람직한 특성을 인간에게 부여하기 위해서 뉴클레오티드를 우리 맘대로 조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정신이 번쩍 들게 하면서 동시에 불안에 떨게 하는 우리 미래의 한 단면입니다.

진화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DNA 중합체 효소가 복제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면 돌연변이가 생깁니다. 그러나 중합체 효소가 실수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태양에서부터 오는 방사능 입자나 자외선 광자도 돌연변이의 요인이 됩니다. 또 우주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높은 에너지의 우주선 입자나 주위 환경의 화학 물질 때문에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은 뉴클레오티드를 변화시키거나 핵산의 끈을 꼬거나 묶습니다. 돌연변이율이 너무 높으면 40억 년 동안 공들여 쌓아온 진화 유산의 탑이 송두리째 무너집니다. 반대로 너무 낮으면 미래의 환경 변화에 적응할 새로운 종이 모자랍니다. 생물의 진화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 사이의 정확한 균형을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균형이 이뤄질 때 새로운 환경에 놀랄 만큼 잘 적응하는 생물들이 탄생합니다.

인간 세포 하나에 들어있는 뉴클레오티드의 총수는 대략 100억 개나 됩니다. 놀라운 점은 100억 개 중의 단 하나가 큰 차이를 낳는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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