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톨레마이오스의 모형과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의 모형


 

 

몇 년 전 이탈리아 몬차 시의 시의회는 금붕어를 둥근 어항에서 키우는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이 조치를 주창한 사람의 설명에 따르면, 금붕어를 둥근 어항에서 키우는 건 잔인한 행위인데, 그런 어항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금붕어는 실재의 왜곡된 상을 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킹이 묻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재의 참되고 왜곡되지 않은 상을 본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우리도 거대한 어항 속에서 거대한 렌즈에 의해 왜곡된 상을 보는 건 아니냐고 묻습니다.

호킹은 금붕어의 시각이 우리의 것과 다르더라도 금붕어도 둥근 어항 바깥의 물체들의 운동을 지배하는 과학법칙들을 정식화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힘을 받지 않는 물체의 운동을 우리는 직선운동으로 관찰하겠지만, 금붕어는 곡선운동으로 관찰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금붕어는 자기 나름의 왜곡된 기준 틀frame of reference을 토대로 삼아 과학법칙들을 정식화할 수 있을 것이며, 그 법칙들은 항상 성립하면서 금붕어로 하여금 어항 바깥의 물체들의 미래 운동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금붕어가 세운 법칙들은 우리의 틀에서 성립하는 법칙들보다 더 복잡하겠지만, 호킹은 복잡함이나 단순함은 취향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금붕어가 그런 복잡한 이론을 구성했다면, 우리는 그것을 타당한 실재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호킹은 말합니다.

다른 실재상의 유명한 예가 기원후 150년경 프톨레마이오스Claudios Ptolemaeos(85?-165?)가 천체들의 운동을 기술하기 위해 도입한 모형입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한 그는 자신의 연구를 13권의 책으로 출간했는데, 아랍어 제목이 『알마게스트 Almagest』입니다. 아라비아 천문학자들이 그의 책을 ‘최고’라는 뜻의 『메지스테 Megiste』라고 불렀고, 후에 접두어로 정관사 al이 붙어 Almagest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백과사전적입니다. 이 책은 지구가 공 모양이고 움직이지 않으며, 우주의 중심에 있고, 천체들까지의 거리에 비해 미미할 정도로 작다는 생각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모형에서 지구는 중심에 멈춰 있고 행성들과 별들이 주전원이 포함된 복잡한 궤도를 따라서 지구 주위를 돌았습니다. 주전원이란 큰 바퀴에 붙어있는 작은 바퀴입니다. 대부분의 그리스 지식인들이 프톨레마이오스의 생각을 따랐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신비주의적인 이유에서 자구가 우주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의 생각이 유럽 사상의 대부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모형은 가톨릭에 의해서 1,400년 동안 공식 교리로 채택되었습니다. 폴랜드의 천문학자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Niclaus Copernicus(1473-1543)가 저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De revolutionbus orbium coelestium, libri VI』에서 대안 모형을 제시한 건 1543년에 이르러서였습니다. 수십 년 동안 연구한 내용을 담은 그의 저서는 그가 타계한 해에 비로소 출간되었습니다. 지동설을 주장하여 근대 자연과학의 획기적인 전화, 이른바 ‘코페르니쿠스의 전환’을 가져온 그는 지구와 태양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지구가 더 이상 우주의 중심이 아님을 천명했는데, 이는 당시 누구도 의심하지 않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 체계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체계는 관측 결과와 완전히 부합한 것이 아니어서 이후 많은 과학자들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 등에 의해 수정되고 보완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행성들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 성서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체계는 성서와 충돌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성서에는 그런 명확한 진술이 없습니다. 성서가 쓰일 당시 사람들은 지구가 평편하다고 믿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체계는 지구가 멈춰있는지 여부에 관한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고, 그 논쟁의 정점은 1633년에 갈릴레오가 받은 재판이었습니다.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체계를 옹호하고 “성서에 반한다고 선언되고 명시된 견해를 개연성 있는 견해라고 주장하고 옹호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단 혐의의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는 여생이 가택연금에 처해지는 유죄판결을 받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습니다. 그는 “에푸르 시 무오베 Eppur si muove”, 즉 “그래도 그것은 돈다”라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마 가톨릭은 1992년에야 갈릴레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것이 잘못이라고 인정했습니다.

호킹은 저서 『위대한 설계 The Grand Design』(2010)에서 흥미로운 논점을 제시합니다. 그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 체계와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체계 모두 우주의 모형으로 쓰일 수 있다고 역설적으로 말합니다. 그는 천체들에 관한 우리의 관찰 자료들을 지구가 멈춰있다는 전제하에서 설명할 수 있고, 태양이 멈춰있다는 전제하에서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둥근 어항 속의 금붕어의 시각으로도 우리의 시각으로도 우주의 모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호킹은 코페르니쿠스의 모형이 우리 우주의 본성에 관한 철학적 논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모형의 진정한 장점은 단지 태양이 멈춰있는 기준 틀에서 운동 방정식들이 훨씬 더 간단하다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호킹은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가상실재인지를 묻는 ‘莊子(장자)의 나비’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실재에서보다는 웹사이트들의 모조된 실재에서 시간을 보내기를 더 선호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혹시 어떤 컴퓨터가 창조한 연속극의 등장인물들에 불과한 것이 아닐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반문합니다. 그는 우리가 가상실재에 살고 있다면, 사건들이 어떤 논리나 일관성이 없이도 발생하고 법칙들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상실재에 사는 사람들은 그 세계 바깥으로 나가 그 세계를 바라볼 수 없는 한 그들로서는 그들의 실재를 의심할 근거가 없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나비의 꿈에 등장하는 허구적인 존재라는 莊子(장자)의 버전입니다.

호킹이 이렇게 말하는 건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의 결론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림이나 이론에 의존하지 않는 실재의 개념은 없다.” 이 입장에 서면, 물리학적 이론 혹은 세계상은 수학의 성격을 띤 모형과 그 모형의 요소들을 관찰 자료와 연결하는 규칙들입니다. 이 입장은 현대 과학의 해석에서 기본 골격의 구실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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