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와 모던 아트 그리고 샤갈 전시회 소감



설날 아침 덕수궁 미술관으로 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였습니다. 시청 앞은 사람들이 별로 없고 도시가 조용한 느낌이었습니다. 덕수궁에 간 건 오랜만입니다.

피카소와 모던 아트 전시회는 빈에 소재하는 알베르티나 미술관The Albertina의 소장품을 보여주는 전시회입니다. 합스부르크 왕조시대 빈의 가장 큰 궁이었던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그래픽 아트 컬렉션으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미술관은 약 백만 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소장품의 규모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거의 같습니다.

이번에 소개된 작품들은 대부분 20세기 초의 것들로 야수주의, 표현주의, 입체주의, 구성주의가 대부분이고, 신표현주의 작품도 조금 있습니다. 따라서 20세기 미술 전반을 두루 이해하는 전시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와 그의 친구들, 즉 브뤼케(다리파) 화가들의 작품이 있고, 또한 앙리 마티스를 비롯한 야수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브뤼케와 야수주의와 더불어서 바실리 칸딘스키를 비롯한 블라우에라이터(청기사)에 속한 화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어 표현주의 작품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들 표현주의 화가들은 1905년부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왕성하게 활약했습니다.

제게 특히 감동을 준 건 에밀 놀데Emil Nolde의 <달빛이 흐르는 밤 Moonlit Night>(1914)이었습니다. 브뤼케 그룹은 건국을 전공하던 학생들이 조성한 것으로 키르히너를 중심으로 네 명이 주요 멤버였지만, 나중에 나이 든 놀데가 가세함으로써 그룹의 기능이 탄탄해졌습니다. 놀데는 잠시 동안만 그들과 어울렸는데, 작품은 그들 가운데 가장 뛰어났습니다. 범신론적 그림을 주로 그렸는데 <달빛이 흐르는 밤>이 그 중 하나입니다. 파란색으로 밤의 분위기를 조성한 후 노란색으로 달과 달에 비친 달빛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조각은 몇 점 전시되지 않았지만, 장(혹은 한스) 아르프의 유기적 형태의 청동으로 뜬 조각이 좋았고,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은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또한 제게 감동을 준 건 피카소의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검정색과 흰색만을 사용해서 그린 입체주의 초상화 앞에서 전 오래 서서 탄복을 금치 못했습니다. 고상한 취향을 불쾌하다고 말한 피카소, 그는 과연 20세기 미술사의 아버지임이 분명했습니다.


덕수궁을 나와 곧장 시립미술관으로 갔습니다. 98세까지 산 운에 억세게 좋은 화가 마크 샤갈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러시아 비테프스크(현재 벨라루스) 근교에서 1887년에 유대인으로 태어나 프랑스로 망명한 샤갈은 1985년에 타계했습니다.

시립미술관에 전시된 많은 작품들은 그가 1차 세계대전 때에 러시아로 피신했을 때 그곳에서 유대인 예술극장을 장식하기 위해 그린 것들입니다. 러시아 혁명 초기, 즉 1920년대에 러시아 정부는 모던 아트를 탄압하지 않았으므로 샤갈이 마음 놓고 제작한 것들입니다. 삽화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가서 보면 좋을 듯한 전시회입니다. 시적인 회화가 무엇이고 색채의 세계를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지 보는 것도 감상의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작품 <나와 마을>(1912), <도시 위에서>(1914-18), <산책>(1917-18)을 전시장에서 직접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전시장을 나오니 두 시가 되었습니다. 보는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여섯 시에 연신내 몸살림운동 수련장에서 원장 이범님과 그 밖의 사범들과 술 마시고 윷놀이를 하기로 되어 있어, 곧장 집으로 가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먹는 즐거움도 만끽했습니다. 설을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으로 잘 보냈습니다. 행복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다수가 선택한 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동서보다 돈을 조금만 더 벌면 행복할 수 있다.”

우리나라나 서양이나 행복의 조건이 같은 것 같습니다. 행복은 비교에서 오는데, 가장 가까운 사람과 비교해서 더 낫다는 느낌을 받는 것입니다.


여러분! 금년엔 동서보다 혹은 미래의 동서보다 돈을 조금만 더 버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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