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 우리는 생물학적 기계일 따름이고 자유의지는 착각에 불과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과학적 결정론이 물리 과정들을 지배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의 행동만큼은 예외로 삼으려고 합니다. 왜냐면 우리에게 자유의지free will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데카르트는 자유의지의 개념을 보존하기 위해 인간의 정신은 물리세계와 다른 어떤 것이며, 그 세계의 법칙들을 따르지 않는다고 단언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신체와 영혼이라는 두 요소로 이뤄졌습니다. 신체는 평범한 기계일 뿐이지만, 영혼은 과학 법칙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해부학과 생리학에 관심이 많았던 데카르트는 뇌의 중앙에 있는 松科腺(송과선, pineal gland)이라는 작은 기관을 영혼이 주로 머무는 장소로 간주했습니다. 송과선은 우리의 모든 생각이 형성되는 장소, 우리의 자유의지가 솟아나는 샘이라고 데카르트는 믿었습니다.
호킹은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과연 있느냐고 묻습니다. 자유의지가 있다면, 진화의 역사에서 언제 발생했느냐고 묻습니다. 남조류blue-green algae(1,500종으로 이뤄진 남조세균이라고도 한다)나 박테리아에게도 자유의지가 있을까? 아니면 그것들의 행동이 자동적이며 과학법칙의 유효 범위 안에 있을까? 다세포생물, 혹은 포유류에게만 자유의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호킹은 『위대한 설계 The Grand Design』(2010)에서 우리가 우리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느끼지만, 생물학의 분자적 토대에 관한 우리의 지식은 생물학적 과정들이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들에 의해 지배되며 따라서 행성의 궤도와 마찬가지로 결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신경과학의 최근 실험들은, 알려진 과학법칙들을 따르는 우리의 물리적인 뇌physical brain가 우리의 행위를 결정하는 것이지, 그 법칙들과 별개로 존재하는 어떤 행위자가 우리의 행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힘을 실어줍니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뇌수술을 받는 환자들을 연구한 결과, 뇌의 특정 구역들을 전기로 자극하면 환자가 손이나 팔, 발을 움직이고 싶은 욕구, 또는 입술을 움직이고 말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호킹은 우리의 행동이 물리법칙에 의해서 결정된다면, 어떻게 자유의지가 작동할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생물학적 기계일 따름이고 자유의지는 착각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행동이 진정 자연법칙들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행동이 워낙 많은 변수들에 의해서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결정되므로 실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짓는 것이 타당할 듯합니다. 예측을 아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몸을 이루는 무수한 분자들 각각의 초기 상태를 알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수많은 방정식들을 풀어야 합니다. 수십억 년이 걸릴 일입니다.
호킹은 물리법칙을 이용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한다는 것이 매우 비현실적이므로, 이른바 유효이론effective theory을 채택한다고 말합니다. 물리학에서 유효이론이란 관찰된 특정 현상을, 그 바탕에 있는 모든 과정들을 자세히 기술하지 않으면서 모형화하기 위해 창조한 이론입니다. 유효이론은 세세한 상호작용들을 빠짐없이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원자들과 분자들이 화학 반응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적절하게 설명합니다. 우리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방정식들을 풀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유효이론을 사용합니다. 우리의 의지와 그것에서 유발되는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이 심리학입니다. 경제학 또한 자유의지의 개념을 기초로 한, 그리고 사람들은 행동의 선택지들을 평가하고 최선의 것을 선택한다는 전제를 기초로 한 유효이론입니다. 이 유효이론은 인간의 행동을 예측함에 있어 제한적으로만 성공적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인간의 결정은 흔히 비합리적이거나 선택의 결과에 대한 불완전한 분석을 기초로 하기 때문입니다. 호킹은 이것이 세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합니다.
앞서 호킹은 법칙들이 자연을 지배한다면 세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면서 세 번째로 가능한 법칙들의 집합은 오직 하나뿐일까? 하고 물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데카르트, 아인슈타인은 자연의 원리들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한 믿음의 근거는 현존하는 자연의 원리들만이 유일하게 논리적으로 이치에 타당하기 때문입니다.
호킹은 과학자로서 첫 번째 질문인 법칙들의 기원이 무엇인가?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인 법칙의 예외, 즉 기적이 존재할까? 하는 질문에 대해 기적 혹은 자연법칙의 예외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