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동물인 나와 식물인 참나무의 조상은 같다



생명의 탄생 이후 40억 년의 거의 대부분 기간 동안, 지구의 생명계는 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던 청록색의 藻類(조류)들이 지배했습니다. 대략 6억 년 전부터 조류의 독과점 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새로운 형태의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지구에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캄브리아기 대폭발Cambrian Great Explosion이라고 불리는 사건입니다. 지구가 만들어지자마자 생명이 탄생했다고 해도 크게 잘못된 표현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생명의 출현은 지구와 같은 행성의 환경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화학 반응들의 필연적 결과일 것입니다. 그러나 생물은 30억 년이나 되는 긴긴 세월을 녹조류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만 했습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시작되자마자 다양한 형태의 생물들이 바다에 우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억 년 전쯤 지구에는 삼엽충이 엄청나게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곤충과 비슷한 그것들은 아름다운 동물이었습니다. 그중에는 해저에서 무리를 지어 사냥하면서 살아가는 종들도 있었습니다. 삼엽충들은 편광을 감지할 수 있는 수정체의 겹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에서는 살아있는 삼엽충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2억 년 전에 모두 멸종했기 때문입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전에도 새로운 종들의 출현과 멸종이 있었던 것 같지만, 그 속도가 느렸던 것 같습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후에는 환경에 놀랍도록 잘 적응하는 새로운 형태의 생물들이 숨 막힐 정도로 급하게 속속 나타났습니다. 최초의 어류에서 최초의 척추동물로 빠르게 이어졌습니다. 바다에서만 살던 식물 중에 차츰 서식지를 육지로 옮기는 식물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초의 곤충이 태어났고, 그 후손들이 이 땅에서 사는 陸棲(육서) 동물의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뒤이어 날개 가진 곤충이 양서류와 함께 나타났습니다. 肺魚(폐어)를 닮은 양서류는 바다와 육지 양쪽에서 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구에 최초의 나무가 등장했고, 최초의 파충류가 출현해 공룡으로 진화해갔습니다. 그리고 포유류가 지상에 출현했습니다. 그 후 최초의 새와 최초의 꽃이 생겨났습니다. 공룡이 멸종하고 돌고래와 고래의 조상인 가장 초기의 고래 류가 나타났습니다. 같은 시기에 원숭이, 유인원, 인간의 공동 조상인 영장류가 지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1천만 년 전에 인간과 아주 비슷한 생물이 처음 나타났으며, 그들이 진화함에 따라 뇌의 크기도 현저하게 커졌습니다. 그리고 그 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겨우 수백만 년 전에 최초의 인간이 나타났습니다.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현재 알려진 유기분자의 수는 100억 개가 넘지만, 이 중에서 생명 현상의 필수 요원으로 활동하는 건 약 50종뿐이라고 말합니다. 동일한 조합의 분자들이 여러 가지의 기능을 발휘하는 데 반복해서 사용됩니다. 분자들의 조합이 하나의 모듈module로 쓰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구 생명은 주어진 기능을 수행하는 데 최대의 경제성을 유지하는 아주 영리한 존재입니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생명 현상의 뿌리에는 세포의 화학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 분자와 유전 설계도를 간직한 핵산이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본질적으로 같은 단백질 분자와 핵산 분자가 모든 동물과 식물에 공통적으로 관여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생명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참나무와 나는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세이건은 좀 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동물인 나와 식물인 참나무의 조상은 같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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