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이 제기하는 시민의 미덕과 법의 문제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의 저자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1953-)은 정치철학의 중대한 문제 하나로 정의로운 사회라면 시민의 미덕을 장려해야 하는가? 아니면 법이 미덕에 관한 서로 다른 개념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면서 시민 스스로 최선의 삶을 선택하도록 해야 하는가?를 꼽습니다.
마이클 샌델은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학 교수가 되었습니다.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John Rawls(1921-2002)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 Liberalism and the Limits of Justice』(1982)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샌델은 1980년부터 하버드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시민의 미덕과 관련하여 법이 강제성을 띠어야 하는가 아니면 중립을 지켜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샌델을 가격폭리처벌법에 대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입장을 예로 듭니다. 그는 가격폭리처벌법에 찬성하는 주장이 대개 행복이나 자유보다는 더 본능적인 것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가격폭리처벌법에 대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입장 모두 세 가지 항목, 즉 행복의 극대화, 자유의 존중, 미덕의 추구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셋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정의를 규정합니다. 그리고 이는 샌델이 강의를 통해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타인의 절박함을 이용해먹는 약탈자에게 분노하고, 횡재라는 포상을 내리기는커녕 그들을 처벌하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정서는 공공정책이나 법에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원초적 감정으로 무시되곤 합니다. 가격폭리에 대한 분노는 자격 없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얻는다고 생각될 때 느끼는 특별한 종류의 화, 즉 부당함에 대한 화, 즉 도덕적 주장의 표현입니다.
탐욕은 악덕, 즉 나쁜 태도이며, 특히 타인의 고통을 망각하게 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는 개인의 악덕으로 끝나지 않고 시민의 미덕과 충돌합니다. 사회는 탐욕스러운 행동에 벌을 내림으로써 공동선common good을 위해 다 같이 희생을 감수하는 시민의 미덕을 지지합니다. 샌델은 미덕 주장의 도덕적 효력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다른 주장에 우선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가격폭리처벌법에 찬성하는 사람들조차 미덕 주장은 불편한데, 그것이 행복과 자유에 호소하는 논리적 주장이라기보다는 심판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누구나 적은 소득보다는 많은 소득을 원하고,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쓰든 그것을 심판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강요된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는지 알아볼 수는 있지만, 그들의 선택을 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샌델은 중요한 점으로 “강요받기보다는 직접 선택했는가, 직접 선택했다면 어느 정도까지 그렇게 했는가”를 꼽습니다. 그는 미덕을 주장하는 것은, 탐욕이 악덕이니 주정부가 나서서 억제해야 한다는 심판을 기초로 한다면서 과연 누가 미덕과 악덕을 판단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다원화 사회의 시민들은 그런 판단에 반대합니다. 미덕에 대한 판단을 법으로 규정하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이런 우려에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은 대개 정부가 미덕과 악덕에 관해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선한 마음가짐을 주입하거나 악한 마음가짐을 억제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샌델은 정치철학의 중대한 문제 가운데 하나로 가격폭리에 반응하는 우리의 이중적 모습을 꼽습니다. 자격 없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얻을 때 모든 사람이 분노하고, 인간의 불행을 이용하는 탐욕은 포상이 아닌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법을 만들어 미덕을 옹호하려 할 때는 우려를 표하는 이중적 모습을 예로 듭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을 정의라고 가르쳤습니다. 누가 무엇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결정하려면, 어떤 미덕에 영광과 포상을 주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바람직한 삶의 방식부터 심사숙고해야만 무엇이 정의로운 법인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법은 좋은 삶을 묻는 질문에 중립적일 수 없습니다.
반면 18세기에 이마누엘 칸트로부터 20세기의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정치철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권리를 규정하는 정의의 원칙은 미덕과 최선의 삶에 관한 주관적 견해에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의로운 사회라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 각자 좋은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대의 정의론은 미덕에서 출발하는 데 반해 근현대의 정의론은 자유에서 출발하는 것이 다릅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대조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오늘날 정치를 움직이는 정의에 관한 주장들, 특히 철학자들이 아닌 일반인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더욱 복잡한 그림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샌델은 우리가 내세우는 주장은 언뜻 보기에는 경제적 풍요를 지지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그런 주장에 찬성하거나 맞서면서 어떤 미덕이 영광과 포상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좋은 사회가 장려해야 하는 생활방식은 무엇인지에 관해 슬쩍 다른 신념을 넘보기 일쑤라고 말합니다. 즉 풍요로움과 자유를 굳건히 지지하면서도 정의에서 심판이라는 한 가닥 끈을 완전히 끊어버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정의에 선택뿐 아니라 미덕도 포함된다는 생각은 뿌리가 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