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검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척 다양하다
자기 자신과 미술작품을 서로 연관시킬 수 있는 아이는 자기 성찰과 반성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치료사가 던진 질문에 대해 ‘관찰하는 자아’의 목소리로 대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술 활동을 모두 마치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에 한 발 뒤로 물러서서, 관찰자의 시점에서 작품과 자기 자신을 성찰할 줄 아는 아이는 통찰 지향적 치료를 받을 준비가 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작품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는지는 아동의 자아상이나 자존감을 진단내릴 때 참고할 만한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작품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표정, 아이들이 하는 말, 작품을 다루는 방식을 관찰하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특히 나이가 어리고 자신이 이룬 성과에 대해 덜 비판적인 아이일수록, 스스로 만든 작품에 대해 큰 자부심을 표현합니다.
아이가 스스로에 대해 직접 평가하는 말은 아이의 자존감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단서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별로야” 혹은 “망쳤어”라고 중얼거리며 애써 만들어놓은 작품을 완전히 부숴버립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행동은 매우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에, 미술 검사를 하는 도중이라면 제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미술치료사는 과업을 향한 아동의 두드러진 태도가 수치심인지, 자만심인지, 혐오인지, 즐거움인지, 아니면 상반되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말로 표현되는 내용만큼이나 몸짓이나 표정 등의 비언어적 표현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미술 평가를 할 때 아이의 심리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작품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치료사는 아동이 보이는 비언어적 반응과 언어적 반응 모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아동의 태도나 반응 외에도 치료사가 던지는 질문에 아동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또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동 미술치료』의 저자 주디스 아론 루빈은 아동이 과시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무엇인가를 숨기려드는지, 망설이는지, 열심히 대답하는지 등을 유의해 관찰하라고 말합니다.
미술치료사의 과업에 대해 볼프Wolff는 말했습니다.
“일련의 미술작품과, 그 작품들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파악한 후에는 각 요소들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분석을 시작해야 한다. 모든 요소들을 결합하고 상호 연관시켜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의 자아가 미술작품이라는 언어로 말한 문장을 재구성해야 할 수도 있다.”
주디스 아론 루빈은 아동과의 만남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미술 검사가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미술치료사는 아동이 표현한 작품들의 전반적인 주제와, 양상, 그리고 행동과 상징의 상호 관계를 검토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한 가지 주제가 미술치료 과정 내내 지속되고, 여러 차례 반복되며, 위장하기 위한 겉껍질이 벗겨지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강렬하게 표현되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핵심적인 주제들이 여러 가지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 주제들은 한 주제에 대한 두려움이나 희망이 반영된 주제가 또 나타나는 식으로, 서로 연관된 경우가 많습니다.
미술 검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척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아동의 주요 관심사와 갈등이 무엇인지, 아동의 주된 해결방식이나 방어기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아동이 어떤 발달 단계에 있는지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술작품과 행동을 통해 전달되는 주제를 보면 아이가 가장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와 더불어 어떻게 속마음을 위장하는지, 미술작품을 어떻게 자각하는지 또한 방어기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술 검사를 실시할 때 확인해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과연 아이가 미술치료를 통해 개선될 수 있을지, 그리고 답이 ‘그렇다’라면 그 성과는 어느 정도일지입니다.
아이가 너무 혼란스러워하는 상태여서 미술 활동이 아이에게 지나치게 큰 자극을 주는 경우에는 미술치료를 받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혹은 미술치료를 받더라도 그 목적을 무의식적 충동을 밝히고 통찰을 얻는 데 두기보다는 통합 능력과 자존감을 키우는 데 두어야 할 것입니다.
미술은 다양한 아이들의, 다양한 요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는 유연한 도구입니다.
그렇다고 개별 아동에게 필요한 목적에 따라 특정 방식을 지정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자유롭게 미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해주면, 아이들은 스스로의 필요와 능력에 걸맞은 활동을 그때그때 자연스레 찾아 함으로써 건강과 통합에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