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진화란 막무가내로 생겨난 일이다
복제 과정은 완전하지 않아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엉뚱한 복제가 진정한 의미의 개량을 불러일으키고, 오류가 생기는 건 생명 진화의 진행을 위해 필수적이었습니다. 최초의 자기복제자가 어떻게 자기의 사본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것들의 자손인 현재의 DNA 분자는 인간의 가장 정확한 복사 기술에 비해 놀랄 정도로 정확하기는 하지만, 그 DNA 분자까지도 때로는 오류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이런 오류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진화는 오류가 누적된 것입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이처럼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고 그것이 확대되면서 원시 수프는 모두가 똑같은 복제자의 개체군이 아닌, 선조는 같으나 형태를 달리한 몇 개의 ‘변종 자기복제자’의 개체군으로 채워졌다고 말합니다. X형 분자와 Y형 분자가 같은 시간에 존속하여 같은 속도로 사본을 만들 때 X형 분자가 평균 10회에 1회 정도 틀린 사본을 만드는 데 비해 Y형 분자가 100회에 1회밖에 틀리지 않는다면, Y형 분자 쪽이 수적으로 많아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개체군 내의 X형 분자단은 빗나간 자식 그 자체를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현재의 자손 혹은 가능성이 있는 자손을 모두 잃게 됩니다.
우리는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진화를 막연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진화하고 싶다고 바라는 건 없습니다. 도킨스는 진화란 자기복제자(유전자)가 오류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생겨난 일이라고 말합니다. 원시 수프는 여러 가지의 안정된 분자, 즉 개체의 분자가 오랜 시간 존속하거나 복제 속도가 빠르거나 또는 복제의 정확도가 높은 안정된 분자에 의해 점유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종류의 안정성이 진화적 경향으로 향합니다. 일정한 시기를 두고 원시 수프에서 샘플을 취할 경우 두 번째 샘플에서 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성 등 세 가지 점에서 우수한 분자의 함유율이 더욱 높아졌을 것입니다. 이는 진화를 의미하며, 즉 자연선택인 것입니다.
자기복제자의 변종 간에도 생존경쟁이 있었습니다. 잘못된 복사나 경쟁 상대의 안정성을 감소시키거나 새롭고 더 높은 수준의 안정성을 갖게 하는 복제 오류는 모두 자동적으로 보존되고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안정성을 증가시켜 경쟁 상대의 안정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효과적으로 되어 가고, 그중에는 상대 변종의 분자를 화학적으로 파괴하는 방법을 발견하여 방출된 구성요소를 자기복사 제조에 이용하는 재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 원시 육식자는 먹이를 얻음과 동시에 경쟁 상대를 배제할 수도 있었습니다. 도킨스는 자기복제자가 화학적 수단을 강구하든 그들 자신의 둘레에 단백질로 물리적 벽을 만들거나 스스로를 방어하는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해서 최초의 살아 있는 세포가 탄생한 것입니다. 도킨스에 의하면 살아남은 자기복제자는 자기가 사는 생존기계survival machine를 스스로 축조한 것들입니다. 생존기계는 더욱 커지고 더욱 정교해졌으며 이 과정은 누적되고 전진적이었습니다. 개량을 위한 시간은 충분히 있었습니다. 오늘 날 자기복제자는 외부로부터 차단된 로봇 속에 안전하게 거대한 집단으로 때지어 살면서, 복잡한 간접 경로를 통해 외계와 연락하고 원격조정기로 외계를 조작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한 것입니다. 그것들의 유지가 우리가 존재하는 근거인 것입니다. 자기복제자는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며,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기계인 것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동식물, 박테리아 그리고 바이러스까지도 생존기계입니다. 유전자는 박테리아에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종류의 분자이고, 우리 모두는 같은 종류의 자기복제자, 즉 DNA로 불리는 분자를 위한 생존기계입니다. DNA(deoxyribonucleic acid, 자연에 존재하는 두 종류의 핵산 중에서 디옥시리보오스를 가지고 있는 핵산으로 유전자의 본체를 이루며 디옥시리보핵산이라고도 함) 분자는 뉴클레오티드nucleotide(당, 인산, 염기가 1:1:1로 결합되어 있는 화합물로 핵산의 기본 단위)로 불리는 소형 분자를 구성단위로 하는 긴 사슬입니다. 단백질 분자가 아미노산의 사슬인 것과 같이 DNA 분자도 뉴클레오티드의 사슬입니다. DNA 분자는 ‘이중 나선’으로 ‘불멸의 코일’로 불립니다. DNA는 세포 속에 분포해 있고, 우리 몸의 세포의 수는 평균 1015입니다. 인간의 설계도는 46권(46개의 염색체)이며, 각 권을 염색체chromosome라고 합니다. 유전자는 기다란 실 모양의 염색체에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있습니다. DNA의 지령은 자연선택에 의해 조립되어 온 것으로 물론 ‘건축가’ 혹은 창조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DNA 분자는 스스로 사본을 만들며, 복제는 우수합니다. 인간은 1015의 세포를 가지고 있지만, 처음 수정되었을 때는 설계도의 원본 하나가 들어 있는 1개의 세포였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이 세포가 사본으로 2개의 세포가 되고 다시 분열하여 4, 8, 16, 32, 64 ... 등으로 증가해 몇 조가 되었습니다. 분열할 때마다 DNA의 설계도는 착오 없이 복제되어 왔습니다. DNA 분자의 두 번째 역할은 다른 종류의 분자인 단백질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입니다. 헤모글로빈은 많은 종류의 단백질 분자의 일례에 지나지 않습니다. 단백질은 몸의 물리적 구조를 구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포 내의 화학적 과정 전반에 예민한 제어 기능을 발휘하여 정확한 시간, 정확한 장소에서 화학적 과정의 스위치를 선택적으로 켰다 껐다 합니다.
유전자는 인체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제어하는데, 그 영향은 엄격하게 일반통행입니다. 이는 획득 형질이 유전되지 않음을 의미하는데, 생애에 수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었더라도 유전적 수단으로는 그중 단 한 가지도 자식에게 전해지지 않습니다. 몸은 유전자가 이용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도킨스에 의하면 유전자가 배embryo(다세포생물의 발생 과정에서 초반에 해당하는 단계) 발생을 제어하는 사실이 진화상에서 갖는 중요성은 유전자가 적어도 부분적으로 장래의 자기 생존에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연선택은 배 발생의 제어 기술이 뛰어난 유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유전자에는 선견지명이 없고 그저 존재할 뿐이란 걸 명심해야 합니다. 최근 6억 년 동안 자기복제자는 근육, 심장, 눈 등과 같은 생존기계 기술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우리의 몸은 수십만이나 되는 유전자를 가진 하나의 운반자입니다. 유전자들 가운데는 다른 유전자군의 작용을 제어하는 지배 유전자master gene의 작용을 하는 것도 있습니다. 유전자란, 설계도의 각 페이지에 건물의 각 부분에 관한 지시가 쓰여 있고, 각 페이지는 수많은 다른 페이지의 앞뒤를 참조함으로써 의미를 갖는 것과 같습니다. 유전자에는 어느 정도 상호 의존성이 있습니다.
한 개의 유전자는 세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개체의 몸을 통해 살아가는 단위입니다. 46개의 염색체는 23쌍의 염색체로 이뤄졌습니다. 각각의 염색체는 부모의 정소 혹은 난소 안에서 조립됩니다. 아버지에게서 유래하는 것이 23개이고 어머니에게서 유래하는 것이 23개입니다. 한 쌍의 염색체가 짝을 이루는 건 아버지 기원의 각 권의 페이지가 어머니 기원의 특정한 권의 페이지와 대응하는 의미에서 직접적 대립물입니다. 두 페이지에 같은 것이 쓰인 있는 경우도 있으나 눈동자 색깔을 예로 들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갈색 눈을 가진 사람에게는 푸른 눈을 만들기 위한 지령이 무시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푸른 눈을 만드는 지령이 자손에게 전해지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이처럼 무시되는 유전자를 ‘열성 유전자’라고 합니다. 열성 유전자의 반대되는 것이 ‘우성 유전자’입니다. 갈색 눈을 만드는 유전자는 푸른 눈을 만드는 유전자에 대해 우성입니다. 갈색 눈의 유전자와 푸른 눈의 유전자와 같이 2개의 유전자가 염색체상의 동일 위치에서 경쟁자일 경우 ‘대립 유전자’라고 합니다. 대응하는 2개의 사본이 모두 푸른 눈을 추천할 경우에만 푸른 눈이 되는 것입니다. 더 일반적인 경우는 대립하는 유전자가 동일하지 않을 때 타협의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몸을 중간 형태의 설계도에 따라 짓거나 또는 양쪽과 전혀 다른 것이 됩니다. 유전자가 개개의 생존기계 속에 구속되어 있다는 걸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킨스는 단일 유전자를, 시작과 종결의 상징 사이에 1개의 단백질 사슬을 암호로 나타내고 있는 일련의 뉴클레오티드 문자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유전자의 기능 단위를 시스트론cistron(폴리펩티드의 아미노산 배열을 결정함에 있어 유전정보의 전달체로서 완전하게 작용해야만 하는 유전 물질의 최소 단위)이라고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유전자와 시스트론을 같은 의미로 사용합니다. 도킨스는 염색체의 조각을 교환하는 과정인 ‘교차 crossing over’는 시스트론 간의 경계선을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시스트론 내에서도 쪼개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시스트론의 길이는 일정하지 않습니다. 유전자는 염색체의 일부입니다. 하나의 염색체 전체를 유전 단위로 가정하면, 그 생활사는 한 세대밖에 이어지지 않습니다. 하나의 염색체는 감수분열과 혼합과정으로 생겨난 것으로 조부로부터 온 염색체 일부가 함께 이뤄진 것입니다. 그 염색체는 1개의 정자 내에 배치된 유일한 존재입니다. 그 정자는 수백만의 거대한 함대를 이룬 작은 배들 가운데 한 척으로 배들은 일제히 어머니 쪽으로 노를 저어 들어갑니다. 그 정자는 어머니의 난자 중 하나에 도달하여 우리가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몸속의 염색체는 우리의 나머지 모든 유전 물질과 함께 스스로 복제를 시작합니다. 그것은 복제된 형태로 우리 몸 곳곳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자식을 만드는 차례가 되면 이 염색체는 우리의 난자 혹은 정자를 만들 때 파괴됩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염색체는 예전의 염색체보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만, 매우 다르고 매우 유일한 것입니다. 1개의 염색체 수명은 한 세대입니다.
더욱 작은 유전 단위의 수명은 아버지로부터 온 것이지만, 그것은 아버지가 부모의 한 사람으로부터 유전 단위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럴 확률은 99%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작은 유전 단위의 선조를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최초의 창조자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어느 단계에서 조상 가운데 한 사람의 정소 혹은 난소 내에서 창조된 것이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