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리아의 제일가는 자랑거리는 도서관과 그 부속 박물관들
코스모스Cosmos는 우주의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어로 카오스Chaos에 대응되는 개념입니다. 코스모스라는 단어는 만물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우주가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하게 만들어지고 돌아가는지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이 이 단어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기원전 3세기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시대에 알렉산드리아의 제일가는 자랑거리는 도서관과 그 부속 박물관들이었습니다. 박물관museum이란 명칭 그대로를 옮기면 뮤즈muse라고 불리던 아홉 여신의 전공 분야에 각각 바쳐진 연구소입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세계 역사상 최초로 설립된 진정한 의미의 연구 현장이었습니다. 학자들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모여 물리학, 문학, 약학, 천문학, 지리학, 수학, 철학, 생물학, 공학 등을 두로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과 학문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전 세계의 천재들이 몰려와서 함께 용약하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세계의 모든 지식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집대성하려던 곳이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활동한 학자들 중에는 에라토스테네스 외에도 별자리의 지도를 작성하고 별의 밝기를 추정한 히파르코스Hipparchos(BC 146?-127)가 있었으며, 기하학을 명쾌하게 체계화하고 어려운 수학 문제로 끙끙거리던 왕에게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건넨 유명한 유클리드Euclid(BC 330?-275?)가 있었습니다. 기하학에 유클리드가 있었다면, 언어학에는 트라키아Thracia의 디오니시우스Dionysius가 있어 말의 품사를 정의하고 언어학의 체계를 확립했습니다. 생리학자였던 헤로필로스Herophilos는 지능이 심장이 아니라 두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했으며, 알렉산드리아의 헤론Heron은 톱니바퀴 열차와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로봇에 관한 최초의 책 『오토마타 Automata』를 저술했습니다. 페르가Perga의 아폴로니우스Apollonius는 타원, 포물선, 쌍곡선이 원추곡선임을 밝힌 수학자였습니다. 아폴로니우스가 원추곡선에 관한 저작물을 남긴 지 18세기가 지난 후에 케플러가 이 이론을 행성의 운동을 기술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행성, 혜성, 별들의 귀도는 원추곡선으로 기술됩니다. 아르키메데스Archimedes(BC 287?-212)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출현하기 전의 사람들 가운데 가장 천재적인 공학자였습니다. 천문학자이자 지리학자였던 프톨레마이오스Klaudios Ptolemaeos(AD 85?-165?)는 오늘날의 사이비 과학이라 할 점성술을 수집하여 정리했습니다. 그가 주창한 지구 중심 우주관인 천동설이 1,500년 동안 맹위를 떨쳤습니다. 지성적 역량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형편없이 틀릴 수가 있음을 상기하게 하는 인류사의 좋은 예입니다. 이러한 위인들 중에 위대한 여인도 있었습니다.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히파티아Hyoatia는 도서관의 마지막 등불을 지킨 여인으로서, 초석을 쌓은 지 700년이 된 이 도서관이 파괴되고 약탈당할 때 그곳에서 함께 순사殉死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곳곳에 분수대가 있었으며 멋지게 늘어선 원기둥들, 식물원, 동물원, 해부실, 천문관측대가 있었습니다. 커다란 식당에서 학자들이 여유롭게 토론하며 중요한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책임자는 사람들을 해외로 보내 책을 사들였고 장서를 확충해나갔습니다. 알렉산드리아에 정박한 상선을 관리의 검문을 받았는데, 검문의 목적은 밀수품 적발이 아니라 책 찾기에 있었습니다. 책 두루마리가 발견되면 즉시 빌려다가 베낀 뒤 사본은 도서관에 보관하고 원본은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정확한 수치를 어림하긴 어렵지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는 일일이 손으로 쓴 파피루스 두루마리 책이 50만여 권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고전 문명이 붕괴되면서 도서관도 서서히 파괴되어 장서의 극히 일부만이 후세에 전해졌습니다. 그나마 남은 것도 사방으로 흩어져서, 고작 글 몇 줄, 종이 몇 조각이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서가에는 사모스Samos의 아리스타르코스Aristarchos(BC 310?-230?)라는 천문학자가 쓴 책이 한때 소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지구도 하나의 행성으로서 여타의 행성처럼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고 주장했으며, 별들이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전 문명이 이룩한 업적의 숭고함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서가에는 바빌론의 사제인 베로소스Berosos가 쓴 3권짜리 세계사가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실제 작품은 오늘날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천지 창조부터 대홍수까지를 다룬 제1권에서 베로소스는 그 기간을 43만2천 년으로 잡았습니다. 이는 구약성서의 연대기보다 100여 배나 긴 기간입니다. 고대인들은 세계가 아주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주의 나이가, 적어도 가장 최근에 부활한 우주가 약 150억-200억 년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폭발 혹은 빅뱅이라 불리는 시점에서부터 계산한 우주의 나이입니다. 우주가 처음 생겼을 때는 은하도 별도 행성도 없었습니다. 그저 휘황한 불덩이가 우주 공간을 균일하게 채우고 있었을 뿐입니다. 인류는 대폭발의 아득히 먼 후손입니다. 우리는 코스모스에서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