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의 <발코니 Le Balcon>
(작품을 Daum의 '광우의 문화읽기'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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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발코니 Le Balcon>, 1868, 유화, 170-125cm.
마네는 산보하다가 발코니에 사람들이 나와 있는 걸 보고 착상하여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이 좋아하는 고야의 <발코니의 마하들 Majas al Balcon>을 염두에 두었을 것입니다. 고야의 작품에는 주제의 연결이 있지만, 마네의 것은 모델들이 제 각각 포즈를 취한 것이 다릅니다. 이 작품은 1869년 살롱을 통해 소개되었고, 사람들은 그때 마네의 회화 경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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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발코니의 마하들 Majas al Bal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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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화실에서의 오찬 Luncheon in the Studio>, 1868, 유화, 120-153cm.
<발코니>에서처럼 이 작품에서도 세 사람은 각자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물들의 구성 못지않게 흥미를 끄는 건 투구와 칼 그리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화분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매우 정성들여 묘사되었습니다. 마네는 검은 고양이만도 열여섯 차례에 걸쳐 습작했습니다. 노란색, 검정색, 흰색 그리고 엷은 푸른색이 조화를 이뤘으며, 부드러운 음영이 작품을 매우 깊이 있게 해줍니다.
마네가 1868년에 그린 <발코니 Le Balcon>는 고야의 <발코니의 마하들 Majas al Balcon>의 개정판과도 같은 그림으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작품은 <화실에서의 오찬 Luncheon in the Studio>과 함께 이듬해 국전에서 소개되었는데 평론가들의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꾸밈없이 투박한 녹색 발코니와 부자연스러운 세 모델의 포즈를 꼬집은 사람도 있었고 전혀 무관한 괴이한 것들의 조합에 불과하다고 혹평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발코니>의 세 모델들은 마네와 절친한 예술가들입니다. 우수에 찬 그렇지만 개성이 강하고 미모가 강렬하게 표현된 베르테 모리소는 루브르에 갔을 때 팡탱-라투르가 소개한 여인입니다. 베르테는 발코니 가까이 앉아 오른팔을 발코니를 가로막는 창살 위에 얹은 채 무심히 앞을 바라보는데, 그녀의 커다란 눈과 강한 시선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녀 옆에 파라솔을 든 여인은 수잔과 협연한 바 있는 아마추어 바이올린 연주자 파니 클라우스이고, 뒤에 서 있는 남자는 풍경화가 안토냉 기유메입니다. 클라우스는 나중에 마네의 친구 화가 피에르 프린스와 결혼했습니다. 배경에 어렴풋이 보이는 커피를 나르는 소년은 레옹입니다.
기유메에 의하면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마네는 포즈가 마음에 들 때까지 15차례 이상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는 모델을 각각 독립된 포즈로 습작한 후 캔버스에 구성했는데 클라우스는 사랑스러우면서도 희극적인 멍청이처럼, 기유메는 자신감이 넘치는 멋쟁이 신사로, 베르테는 체홉이나 입센의 연극 여주인공처럼 묘사하면서 각 모델의 얼굴을 무표정하게 묘사했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무엇인가 말하려는 듯한 클라우스의 포즈는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살롱에 걸린 이 작품을 보고 베르테는 만족해하면서 언니 에드마에게 말했습니다.
“마네의 그림은 늘 야생 열매나 아직 덜 익은 과일 냄새를 풍기는데 난 그게 마음에 들어. … 그림에서의 내 모습은 추하다기보다는 낯설어. 호기심 많은 관람자들은 내가 창녀라고 수군대는 것 같아.”
마네는 1872년에 부채 위에 놓인 <바이올렛 다발>을 그려서 베르테에게 선사했습니다.
<화실에서의 오찬>에 관해서는 굴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오찬 자리인데 어째서 의자 위에 철모와 총이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진부한 화가들이 애용하는 무기들이 왜 그곳에 있을까? 고티에는 이렇게 풍자했습니다. “저 무기는 뭐지? 결투를 마치고 식사를 했다는 건가, 아니면 식사를 마친 후에 결투를 벌이겠다는 것인가?” 중앙 앞에 서 있는 소년은 마네의 아들 레옹이고, 왼쪽에 주전자를 들고 서 있는 사람은 하녀이며, 오른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은 쿠튀르의 화실에 재학할 때 만난 친구 화가 오귀스트 루슬랭입니다. 오른쪽의 자연스러운 정물화는 샤르댕의 화법을 답습한 것이고 커피주전자를 들고 있는 하녀의 모습은 더욱 샤르댕의 모델과 흡사합니다. 세 사람은 그림에서 수수께끼와도 같은 관계로 나타났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다들 모자를 썼습니다. <올랭피아>에 등장한 고양이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고양이는 앞발로 얼굴을 닦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모델이 개성 있게 묘사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점을 마네는 매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는 모델들에게 일반적인 포즈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는 한 사람씩 스케치했고 이들을 한데 묶어 구성했는데, 모델들의 포즈와 주변의 사물들에 대한 배치는 그가 훌륭한 연출자였음을 말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