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altruism는 자기우위의 과시이다


생명의 기원에 관한 레오킴과 자크 모노의 글을 계속해서 올렸습니다. 블로거들의 반응 중에 이해하고 반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렵다고 말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어렵다는 데 동의합니다. 생명의 정체성을 우선 규정해야 하고, 우주의 기원과 더불어서 원소들의 생성, 그리고 화학작용에 의한 최초의 단백질 생산을 밝히는 일이 과학에서도 난제이므로 다루기 어렵습니다. 전문적인 개념들이 등장하므로 난해합니다.


그래서 주제를 조금 바꾸어 진화와 유전자에 관한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언급한 내용과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살펴보고 다시 레오킴과 모노의 고찰을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에서 자연선택은 유전자의 수준에서 이뤄진다면서 생물 개체들 가운데는 같은 유전자들의 복제를 공유할 것 같은 혈연자에게 먹이를 공급하고 보호함으로써 ‘유전자들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개체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타적 기부행위가 자기우위의 과시라고 말합니다. 유전자는 ‘자기 복제자’ 의미로서의 단위이고, 개체는 ‘운반자’ 의미로서의 단위이며, 이 둘은 완전히 종류가 별개인 단위임을 지적합니다.


도킨스에게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란 협력적 유전자cooperative gene를 의미합니다. 그는 이타주의altruism란 유전자 그룹이 자신들의 동료를 희생시켜 그 대가로 번영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유전자가 유전자 풀 안에 있는 다른 유전자들을 배경으로 그 자신의 이기적 협의사항을 추구하는 방법입니다. 그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유전자들이 각 유전자가 살아가는 환경의 일부분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환경이란 기후, 포식자와 피식자, 식생과 토양 세균을 비롯한 같은 의미의 환경입니다. 각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배경’ 유전자들이란 자신이 수많은 세대를 따라 이어온 시간여행 중 몸체를 공유하는 길동무인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선택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양립할 수 있는 유전자 패들이 서로의 면전에서 호의를 받도록 주선해줍니다. 이 협력적 유전자cooperative gene의 진화는 결코 이기적 유전자의 근본 원리를 침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물이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정보, 즉 유전체인 게놈genome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유전자들도 있습니다. 이를 ‘무법자 유전자’ 혹은 ‘초이기적 유전자’라고 부릅니다.


침팬지와 인간은 진화역사 중 대략 99.5%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종만이 전지전능자로 가는 디딤돌처럼 생각합니다. 반면 침팬지는 꼴이 흉하고 엉뚱하며 괴상한 짐승으로 여깁니다. 도킨스와 같은 진보주의 진화론자들은 이를 억지스러운 인식이라고 냉소하며 하나의 종이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에는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자연선택의 결과가 현재 우리가 있게 만든 것임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1809-82)이 처음 제기한 자연선택이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진화에 관한 글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자연선택이란 생존경쟁에서 환경에 적응한 種(종)이 생존하여 자손을 남기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품종개량에서 행해지는 인위선발로부터 유추하여 찰스 다윈이 50세에 쓴 『종의 기원 The Origin of Species』에서 생물진화의 주된 요인으로 자연선택이란 개념을 제창했으며 오늘날에도 진화요인 이론과 관계가 깊은 집단유전학의 주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윈은 부모가 가지고 있는 형질이 후대로 전해져 내려올 때 자연선택을 통해 주변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는 형질이 선택되어 살아남아 내려옴으로써 진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찰스 다윈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다윈은 1825년 에딘버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중퇴하고 1828년에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전학하여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식물학 교수 존 헨슬로John S. Henslow와 친교를 맺고 그 분야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1831년 22살 때 헨슬로의 권고로 해군측량선 비글호에 박물학자로 승선해 남아메리카와 남태평양의 여러 섬 특히 갈라파고스 제도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지를 두루 항해 탐사하고 1836년에 귀국했습니다. 특히 갈라파고스 제도에서의 관찰, 즉 다른 환경의 섬과 거기에서 생활하는 동일한 계통의 생물에서 볼 수 있는 사소한 변이와의 관련은, 그로 하여금 진화사상의 심증을 굳히는 주요 요인이 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Charles Lyell(1797-1875)의 『지질학 원리 Principles of Geology』(1830)도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다윈은 1839년에 『비글호 항해기 Journal of the Voyage of the Beagle』를 출간하여, 여행 중의 관찰 기록을 발표하면서 진화론의 기초를 확립했습니다. 그가 정식 명칭이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에 관하여’인『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 in the Struggle for Life』을 발표한 건 1859년 그가 50세 때였습니다. 진화론의 골자는 자연선택설을 요인으로 한 것입니다. 자연선택설은 종의 개체 간에 변이가 생겼을 경우 그 생물이 생활하고 있는 환경에 가장 적합한 것만이 살아남고, 부적합한 것은 멸망한다는 견해입니다. 개체 사이의 경쟁은 늘 일어나고 자연의 힘으로 선택이 반복되는 결과, 진화가 생긴다는 이론입니다.


다윈의 영향을 받은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일관성 있고 조리 있게 설명한 사람이 바로 찰스 다윈이라고 말합니다. 도킨스는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으로 서양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는 많은 논쟁에 불을 지핍니다. 그는 인간을 포함하여 동물이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우리가 진화의 산물로 이기적으로 태어났음을 의미합니다. 유전자의 특질 중 가장 중요한 건 ‘비정한 이기주의’입니다. 이기주의egoism는 이기적 개체 행동의 원인이 됩니다. 유전자가 한정된 이타주의를 육성함으로써 자신의 이기적 목표를 가장 잘 수행하는 특별한 경우가 있지만, 보편적 사랑이든 종 전체의 번영이든 이러한 것은 진화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자연선택의 과정을 보면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되어 온 것은 무엇이든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윈 이론의 놀라운 점은 생존 가능성에 대한 사소한 작용이 진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의 정의는 주관적이 아니라 행동적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겉보기에 이타적 행위는 이타주의자의 죽을 가능성을 높이고, 동시에 수익자의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는 것처럼 생각하게 하는 행위이지만, 자세히 고찰하면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위가 실제에 있어서 모양을 바꾼 이기주의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생존 가능성에 대한 행위의 실제 효과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임을 의미합니다.


이기적 행동의 예로 도킨스는 검은머리갈매기를 예로 듭니다. 그것은 커다란 집단을 이루어 집을 짓는데, 둥지와 둥지 사이는 불과 수 미터밖에 안 됩니다. 갓 태어난 어린 새끼는 무방비 상태이므로 포식자에게 먹히기 쉽습니다. 어느 갈매기는 이웃 갈매기가 먹이를 찾으러 집을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둥지를 습격해 어린 새끼를 삼켜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리하여 그 갈매기는 먹이를 잡으러 나가는 수고를 할 필요 없이 자기 둥지를 지키는 동시에 풍부한 영양을 섭취하게 됩니다.


보통 파리와 같은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 암사마귀에게는 동족을 잡아먹는 무서운 성질이 있습니다. 교미 때 수놈은 조심스럽게 암놈에게 접근하여 암놈을 올라타고 교미하는데, 암놈은 기회를 포착하면 수놈을 잡아먹으려고 합니다. 수놈이 접근할 때나 자신의 몸에 올라탄 직후, 혹은 떨어진 후에 우선 머리를 잘라먹기 시작합니다. 머리가 없다는 것이 수놈의 남은 몸통 부분의 성적 행위의 진행을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곤충의 머리는 억제 중추신경의 자리이기 때문에 암컷은 수컷의 머리를 먹는 것으로 수컷의 성행위를 활발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교미가 끝난 후에 수컷을 잡아먹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합니다.


남극의 황제펭귄은 바다표범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있으므로 물가에 서서 물에 뛰어들기를 주저합니다. 그중 하나가 뛰어들면 나머지 펭귄은 바다표범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어느 펭귄도 자기가 희생물이 되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뛰어들기만 모두가 기다립니다. 때로는 서로 밀치다가 무리 중의 하나를 떠밀어 버리기도 합니다. 더욱 일반적인 이기적 행동은 먹이나 영역, 교미의 상대와 같은 가치 있는 자원을 서로 나누기를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겉보기에 이타적 행동으로 보이는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벌이 침을 쏘는 행위는 생명유지를 위해 필요한 내장이 침과 함께 빠져 버리므로 그 벌은 곧 죽게 됩니다. 벌의 자살적 행위가 집단의 생존에 필요한 먹이 저장을 수호했더라도 일벌 자신은 그 이익을 누리지 못합니다. 이타적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작은 새는 매와 같은 포식자가 날아가는 것을 보면 독특한 경계소리를 내고, 이 소리를 듣고 무리 전체는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경계소리를 내는 새는 포식자의 주의를 자신에게 끌게 하므로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이타적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타적 행위 가운데 가장 뚜렷한 것이 새끼에 대한 어미의 행위입니다. 어미는 새끼에게 먹이를 주며 큰 위험에 몸을 던져 포식자로부터 새끼를 지킵니다. 그렇지만 도킨스는 생물이 종의 이익을 위해 또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도록 진화한다고 말하면 오류라고 말합니다. 동물의 생활은 대부분 번식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자연계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이타적 자기희생적 행위는 어미가 새끼에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종의 존속, 혹은 종의 번식을 위한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도킨스는 진화는 자연선택에 의해 진행되고 자연선택은 최적자의 차별적 생존이라고 말합니다. 다윈이 생존경쟁이라고 말함에 있어 경쟁하는 단위가 종이라면, 개체란 장기판에서의 졸에 해당합니다. 졸은 종 전체의 큰 이익을 위해 희생될 수 있습니다. 세계는 자기희생을 치르는 개체로 이뤄진 집단이 대부분 점령하게 됩니다. 이를 학자들은 ‘그룹선택설theory of group selec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 학설은 영국의 동물학자 윈 에드워즈Vero Copner Wynne-Edwards(1906~97)에 의해 소개되고 미국의 극작가 로버트 아드리Robert Ardrey(1908~80)의 『사회계약 The Social Contract』(1970)에 의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는 진화론의 상세한 내용을 모르던 생물학자들에게 오랫동안 진실로 받아들여진 학설입니다. 이에 반해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선택설 theory of gene selection’을 더 선호합니다.


‘그룹선택설’에 의하면 이타주의자의 집단 중에는 어떤 희생도 감수하기를 거부하는 소수파가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다른 이타주의자를 이용하려고 하는 이런 이기적인 반역자가 한 개체라도 있으면, 그 개체는 다른 개체보다 생존의 기회와 새끼를 낳는 기회가 많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새끼는 각각 이기적인 특성을 이어받게 됩니다. 여러 세대의 자연선택을 거치고 나면 이 이타적 집단에 이기적 개체가 만연해 이기적 집단과 구별이 어렵게 됩니다. 흔히 집단 내의 이타주의는 집단 간의 이기주의를 동반할 때가 많습니다. 이는 노동조합주의의 기본 원리입니다. 국가는 이타적 자기희생의 주요한 수익자이며,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국의 영광을 위해 목숨을 바치게 합니다. 그들은 적국인이라는 것 외에는 알지 못하는 타인을 살상하도록 훈련받습니다. 최근 인종차별주의자나 애국심에 반대하여 동지의식의 대상을 인류의 종 전체로 대치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진화에 있어 ‘종의 이익론’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잔인무도한 범인에 대해서조차 사형집행을 꺼려하는 데 반해 별로 해로운 야수도 아닌 동물을 쏴 죽이는 데 기꺼이 동의합니다. 태아는 성숙한 침팬지보다 경의와 법적 보호를 받습니다. 침팬지는 풍부한 감정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각도 하고 인간의 언어를 배울 수도 있습니다. 태아는 우리 종에 속하므로 특혜와 특권이 부여되는 것입니다. 어떤 수준의 이타주의가 바람직할까? 가족인가, 국가인가, 인종인가, 종인가, 아니면 전체 생물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윤리의 혼란은 진화론적인 면에서 볼 때 어느 수준에서의 이타주의를 기대할 수 있는가라는 생물학에서의 문제와 혼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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