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를 특징짓는 속성: 합목적성, 자율적 형태발생, 복제의 불변성
지난번 12월 19일에 ‘생명을 규정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댓글을 통해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생명의 탄생에 대한 확실한 답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서 더러는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종교인들은 내심 쾌거를 부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앞의 글에서 레오킴은 이러한 문제로 과학과 영성 혹은 종교가 불화할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과학으로 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영성 혹은 정신적 지도자 혹은 종교인의 의견도 청취하자는 입장입니다. 합리주의적인 태도입니다. 문제는 우리 모두의 공통 관심사에 관해 우리가 서로 반목하고 냉소하는 건 무의합니다.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1809-82)이 50세에 쓴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은 19세기 말부터 철학, 종교, 정치 등 전 영역에 걸쳐 그 근본을 흔든 혁명적인 책이었습니다. 『종의 기원』은 두툼한 분량이라서 모두 읽은 독자가 아주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몇 꼭지로 요약해서 여기에 실으려고 합니다.
진화론은 유전에 대한 물리적 이론, 즉 생물학자들의 노력 없이는 공허합니다. 유전에 대한 물리적 이론이 가능한 건 유전암호genetic code의 분자 이론이 성립되고 부터입니다. 생물학의 근본적 기초를 이루는 유전암호의 분자 이론에는 유전 물질의 화학 구조나 유전 물질이 전달하는 정보의 화학 구조에 관한 이론뿐 아니라 이러한 정보를 형태발생적, 생리적으로 표현해내는 분자적 메커니즘들에 대한 이론도 포함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기체들의 복잡한 구조와 기능들이 유전암호의 분자 이론으로부터 연역될 수 있다거나 언제나 직접적으로 분자적 차원에서 분석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양자 이론이 화학 전반의 보편적 기초를 이루지만, 화학의 모든 것을 양자 이론을 통해 예측하거나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암호의 분자 이론은 현재 생명체들에 대한 일반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생명의 비밀에 접근하기 불가능했지만, 유전암호의 분자 이론이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대단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오늘날의 사상 흐름에 크게 작용할 것입니다.
『우연과 필연 Le hasard et la nécessité』의 저자 자크 모노Jacques Lucien Monod(1910-76)는 과학의 근본이 되는 공리postulat, 즉 ‘자연은 객관적objective이지 의도적인 것non projective이 아니다’라는 말을 먼저 독자에게 강조합니다. 그는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인위적인 것에는 규칙성régularité과 반복성répétition이 있지만, 자연적인 것에서는 그런 것들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센티미터 단위로 잴 수 있는 거시적macroscopique 차원이 아닌 잉스트롬, 즉 1cm가 108angstrom인 미시적microscopique 차원에서 원자 구조 내지는 분자 구조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하학의 특징을 띠지만 이런 특징들은 의식적이거나 이성적 의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화학 법칙들의 소산일 뿐임을 지적합니다.
모노는 구성 원자들이 일정하게 배열되어 있는 내부적 규칙성이 외부적으로 나타나 있는 고체인 結晶(crystal결정)은 미시적 구조의 거시적 표현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모든 가능한 결정 구조는 이미 다 알려졌다고 말합니다.
인위적인 것의 예로 그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하학적 구조의 꿀벌의 벌집을 예로 들면서 그것은 벌들의 행위의 산물이기 때문에 분명히 인위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벌들의 행위가 자동적으로automatique 이뤄지는 것이지 의식적인 의도에서 이뤄지는 건 아니라고 말할 것입니다. 자동적인 행위를 의식적인 행위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모노는 거시적 구조상의 기준만을 가지고 인공물을 가려낼 수 있는 완전한 정의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모노는 인위적인 것 혹은 인공물이란 그것이 수행할 기능에 의해서, 그것의 발명자가 기대하는 성능에 의해서 규정되고 설명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역설적으로 모노는 꿀벌이 아주 공들여 만들어진 인위적인 것이라고 말합니다. 언뜻 보더라도 꿀벌은 좌우대칭과 평행이동 등의 단순한 대칭성의 요소들을 뚜렷이 보여주며, 더욱이 대단히 복잡한 꿀벌의 구조가 매 개체마다 정확성으로 똑같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는 꿀벌이란 존재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려는 의도적 행위에 의해서 세밀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공물임을 말해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모노는 말합니다.
의도가 깃들 존재들로 모노는 말을 예로 듭니다. 말과 자동차의 구조뿐 아니라 그것들의 성능도 분석하면, “둘 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안되었다는 점이 매우 유사하다. 물론 두 물체는 서로 다른 표면 위에서 이동하는데, 바로 그 점이 그것들 사이에 있는 구조상의 차이를 설명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척추동물의 눈과 카메라를 비교해도 마찬가지로 렌즈, 조리개, 셔터, 감광성, 색소 등 두 물체는 형태만 다를 뿐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요소들을 지녔다고 말합니다.
모노는 생명체의 기능적 적응adaptation fonctionnelle을 보여주는 자연적 기관인 눈이 어떤 의도project, 즉 영상을 포착하려는 의도의 달성을 나타내고 있음을 한사코 부정하려 드는 일이 얼마나 자의적이며 부질없는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는 카메라의 기원에는 어떤 의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눈에 대해서는 이를 부정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결론적으로 모든 인공물이 어떤 생명체 행위의 산물이라고 말합니다. 생명체는 이러한 인공물을 만들어냄으로써 모든 생명체가 예외 없이 특징짓는 기본적인 속성 중의 하나를 아주 명백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속성이란 생명체는 어떤 의도가 깃든doué d'un project 존재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생명체들의 구조는 어떤 의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인공물의 창조와 같은 그것들의 활동 또한 이 의도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노는 이런 속성이 생명체를 규정하는 데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생명체를 우주의 다른 존재들과 구별하기 위해 합목적성téléonomie이란 속성을 제시합니다. 그는 생명체의 구조가 외적인 힘의 작용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의 전체 형태에서부터 가장 작은 세부적 면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기 자신 내에서 일어나는 내적인 형태 발생적morphogénétique 상호작용에 의해 생긴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체의 구조는 정확하고 엄밀한 자율 결정성을 보이며, 외적 조건들이나 힘들에 대해 거의 자유롭다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생명체에 유기적 조직성organization을 부여하는 건 외적 조건들이나 힘들이 아니라 엄밀한 자율 결정성이란 것입니다. 생명체의 거시적 구조를 구성하는 형태발생 과정이 이와 같이 자율적이며 자발적이란 점에서 생명체는 우주의 다른 존재들과 구별됩니다. 물체들의 거시적 형태는 대부분 이적인 힘의 작용에 의해 결정되는데, 모노는 다 하나의 예외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결정이라고 말합니다. 각 결정의 특징적인 기하학적 구조는 그것에 내재하는 미시적인 상호작용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하나의 기준에 의거한다면 결정들은 생명체들과 같은 집단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모노는 생명체의 거시적인 구조를 형성하는 내적인 힘이란 결정의 형태를 발생시키는 미시적 상호작용과 같은 본성의 것이라고 말합니다.
생명체의 지극히 복잡한 구조가 내적이고 자율적인 결정성déterminisme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건 엄청난 양의 정보를 필요로 합니다. 또한 생명체의 구조가 정보를 받아들여 표현하는 것이므로 정보를 보낸 발신자가 당연히 있을 것입니다. 발신자는 항상 그 생명체와 동일한 또 다른 대상입니다. 생명체는 자기 자신의 구조를 발생시키는 정보를 불변적으로 복제하고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극도로 복잡한 생명체의 구조를 발생시킬 정도의 엄청난 정보가 전혀 손상 없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보존됩니다. 이런 속성을 생물학에서는 ‘불변적인 복제reproduction invariante’ 혹은 간단히 ‘불변성invariance’이라고 부릅니다.
결론으로 말하면 생명체를 특징짓는 속성은 합목적성, 자율적 형태발생, 복제의 불변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