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하나를 소개합니다


(오늘은 오후에 벙개가 있어 홍대앞 횟집으로 가야 합니다. 아무래도 2차가 있을 예정이라서 늦게 귀가할 것이므로 오늘의 글을 미리 올립니다. 부산사람들에겐 일주일이 3일이라고 하더군요. 야구 있는 날, 야구 없는 날, 야구 진 날. 저에겐 일주일이 2일인데 미술읽기가 있는 날과 문화읽기가 있는 날입니다. 오늘은 문화읽기의 날입니다.)




『양복을 입은 원시인 Caveman Logic』(2010, 도서출판 知와 사랑)의 저자 행크 데이비스Hank Davis는 자신의 심리학 입문 수업에서 사용하는 오랜 속임수 하나를 소개합니다. 그는 신입생들에게 필체 성격분석을 증명할 것이며, 도움을 줄 전문가가 심리학부 사무실에 와 있다고 말합니다. 사이비 과학을 비판하려 한다는 원래 목적은 전하지 않습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예를 들면 “파란 소가 달을 뛰어 넘는다”와 같은 의미 없는 문구를 쓰게 합니다. 종이를 봉투 속에 넣고 겉면에 학번과 성명을 쓴 뒤 제출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분석에 시간이 걸리니 일주일 후에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말합니다. 사실 기다릴 필요도 없지만 그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기 위한 것입니다.


드디어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 오고, 새로 봉인된 봉투를 학생들에게 돌려줍니다. 학생들이 손으로 쓴 문장 옆에는 필체에 근거한 성격분석이 적혀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봉투를 개봉해 한 문장으로 된 자신에 대한 분석을 읽어보라고 합니다. 교실은 조용한 가운데 간혹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잠시 후 학생들에게 분서기 정확한지 물으면, 많은 학생들이 자기들에게 시서니 쏠리지 않기를 바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시 질문합니다. “제대로 알아낸 것 같나요?” 그럼 더욱 열정적인 반응이 나옵니다.


자신의 분석을 크게 읽어볼 사람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처음엔 지원자가 없지만, 마침내 누군가가 손을 들고 자신의 종이에 적힌 내용을 크게 읽습니다.


비록 당신은 활기차고 행복하며 외향적이지만, 때때로 조용하고 침착하며 내향적이다.

당신은 사교적 자리에서 자신을 너무 빨리 드러내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고 여긴다.

때때로 당신의 성경험은 당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면을 갖고 있다.


학생들은 이제 주위를 둘러보며 분명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모든 학생이 다 위의 분석 중에 하나를 받은 것입니다. 흥미로운 감정들이 뒤섞여 나옵니다. 일부는 이리저리 골똘히 생각하거나 신음소리를 냅니다. 처음부터 다 사기였는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입니다. 어떤 학생들은 매우 실망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들은 그 답이 정말이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곧 그들은 교수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궁금해 합니다.


행크 데이비스는 왜 필체 성격분석이 먹혀들었을까를 생각해보자고 말합니다. 권위적 인물에 대한 신뢰는 제쳐두고, 우리는 그들의 마음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는, 그들이 얄팍한 증거를 기꺼이 증명으로 받아들이려 했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상당히 특정적으로 보이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알고 보면 그건 상당히 일반적인 내용들입니다. 다소 부끄러운 개인적인 것으로 보인 분석은 모든 학생들에게 들어맞는 그럴듯한 말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살면서 아무 비판이나 반증 없이 성격분석 등을 접해왔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믿는 성향을 갖게 된 것입니다.


자, 이제 홍대앞에 사주, 타로, 궁합을 보는 집들이 어떻게 널려 있는지 볼까요? 행크 데이비스의 말대로 하면, 젊은이들이 살면서 아무 비판이나 반증 없이 사주, 타로, 궁합 등을 접해왔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믿는 성향을 갖게 된 것입니다.


사진은 Daum의 '광우의 문화읽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misulmun49로 가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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