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과 미술 검사과정을 메모하면 유용할 때가 많다
미술 검사를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관찰하고, 그 관찰한 내용의 의미를 어떻게 파악할지 알아야만 한다.
미술 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반응은 무의식적이며 순간적이다.
아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의 내면을 드러내 보여주지만, 그 내용이 의식의 어떤 수준을 반영하는지, 어떤 겉모습으로 위장하고 있는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것을 알고 싶다면 아이들이 말하는 내용과 더불어 아이들이 말하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떤 미술 검사에서든 첫 인사를 나누고 작별을 고할 때까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아이의 대인 행동 특성을 찾아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미술 검사 시간 동안 아이가 보이는 반응과, 과업에 응대하는 방식에는 모두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아이에게는 미술치료실에 앉아 있는 상황 자체가 매우 새롭고 신기한 경험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술치료사는 만들어진 미술작품의 형태나 내용에 담긴 의미뿐 아니라, 미술 활동을 하는 과정에 내재된 상징적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아이들이 전하는 언어적, 비언어적 메시지와 반응은 직접적일 때도 있지만 대개는 본모습을 숨기고 있다.
그 실체를 알아내려면 다양한 질문을 던져 대답을 이끌어내고,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며, 상징을 해석하고, 많은 자료들을 서로 조합해야만 한다.
『아동 미술치료 Child Art Therapy』(2010, 출판사 知와 사랑)의 저자 주디스 아론 루빈은 미술 검사 시간에 반드시 메모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미술작품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과 미술 검사과정을 메모하면 유용할 때가 많다면서, 메모가 상세하거나 깔끔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보통의 기억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아이가 그림을 그린 순서나, 아이가 특정 작품을 만들 때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상기할 수 있게 해주는 정도면 된다고 충고한다.
물론 치료사는 아이에게 메모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해준 후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미술 활동을 하는 순서를 기억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면 아이들은 대개 잘 이해하고 동의한다.
메모하는 걸 불편하게 여기는 아이가 있다면 메모 내용을 보여주고, 원한다면 아이가 직접 적거나 낙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료 보관을 위해서나 사적인 정보 보호를 위해 각 아이마다 개별 노트북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사가 던진 질문에 답하거나, 만드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구두 의사소통은 미술 검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치료사는 아이와 대화하는 동안 아이가 말하는 내용뿐 아니라 그 전달방식, 즉 아이가 말하는 특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를테면 억양, 목소리의 높낮이, 말하는 속도, 악센트, 발음의 명확도, 그리고 전반적인 음색이 자신감이 있는지, 호전적인지, 소심한지 등을 살펴야 한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하는 말, 특히 무엇인가를 그리거나 만들면서 하는 말은 감정이나 게슈탈트, 즉 그 맥락과 형태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예컨대, 한 아이는 자신의 여동생이 어떻게 자신을 방해하는지 말하면서 만들던 점토 덩어리를 꼬집고 뭉개는 행동을 했다.
말이나 행동 모두에서 여동생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과 공격적인 충동을 여실히 드러내 보인 것이다.
미술치료를 할 때는 적극적인 관찰만큼이나 적극적인 경청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미술 활동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하는 말의 내용이나 주제는 다양하다.
주로 자신이 만드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밖에도 지난밤에 꾼 꿈이나 친구 혹은 선생님과 관련된 걱정에 대해 말할 때도 있다.
아이가 미술 활동을 하다가 어떤 말을 꺼낸다면, 아이가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끌도록 독려하라.
아이가 하는 말이 처음에는 작품과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인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결국 아이는 더욱 평안함을 느끼고 자신이 만들고 있는 작품에 대한 속내를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