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표현이더라도 상황에 맞으면 숭고해진다


롱기누스Longinus의 『숭고에 관하여 Peri hypsous』 중에서




롱기누스는 말해진 것에 장대함을 부여하는 데 여러 가지 구성 요소들의 결합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면서 신체의 경우와 같다고 말한다. 개개의 사지가 다른 것과 분리되면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으나 전체가 결합하면 완전한 통일체를 이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대함의 효과들도 서로 분리되면 그것들 자체는 물론이며 전체적인 숭고의 효과도 사방으로 흩어지고 말지만, 하나의 전체로 결합되고 화음의 띠들로 둘러싸이면 하나의 완전문完全文으로 완결되는 것 자체에 의해 살아있는 목소리를 얻게 된다.

천성적으로 숭고하기는커녕 어쩌면 장대함과도 거리가 먼 수많은 시인과 산문작가들이 대체로 특별한 효과도 없는 평범한 일상어를 쓰면서도 단지 그것들을 적절히 배열하고 결합함으로써 품위 있고 탁월하며 장대하다는 명성을 얻는다. 롱기누스는 그런 사람들로 필리스토스Philstos(기원전 4세기에 활동한 시켈리아의 역사가), 아리스토파네스, 에우리피데스를 꼽았다.

롱기누스는 에우리피데스가 『헤라클레스』 1245행에서 헤라클레스가 제 자식들을 죽인 뒤 한 말을 인용한다.




나는 재앙으로 가득 차 더 이상 그것이 들어갈 자리가 없소.




이것은 매우 진부한 표현이지만 상황에 맞게 때문에 숭고해진다고 롱기누스는 말한다. 이런 점에서 에우리피데스가 사상보다는 조사의 시인임을 말해준다. 롱기누스는 에우리피데스가 『안티오페 Antiope』에서 황소에게 끌려가는 디르케Dirke에 관해 쓴 것을 인용한다.




... 그리고 그것(황소)은 몸을

돌릴 수 있는 곳에서는 자꾸만 번갈아 가며

여인과 바위 그리고 참나무를 모두 끌고 갔소.




롱기누스는 여기서 사상이 그 자체로도 탁월하지만 말의 화음이 급히 서둘지 않는, 즉 롤러를 타고 달려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해서 더 힘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말들이 서로 버티며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음으로써 굳건히 서 있으며 안정되고 장대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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