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를 현재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소개하면 생동감이 느껴진다



롱기누스Longinus의 『숭고에 관하여 Peri hypsous』 중에서

롱기누스는 과거사를 현재에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소개할 경우 단순하 보고가 아니라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는 크세노폰의 『퀴로스의 교육 Kyrou oaideia』 7권 1장 37절을 예로 든다. 퀴로스Kyros(기원전 559-529년 재위)는 페르시아 제국의 창건자이다.




누군가가 퀴로스의 말 아래 쓰러져 말발굽에 짓밟히자 칼로 말의 배를 찌른다. 말이 뒷발로 서며 퀴로스를 내동댕이치자 그가 땅에 떨어진다.




롱기누스는 인칭 바꾸기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그럴 경우 청중은 이따금 자신이 위험 한가운데 있다고 믿게 된다. 그는 『일리아스』 15권 697-698행을 예로 든다.




아마도 그대는 그들이 피로한 줄도 모르고 지칠 줄도 모르고 서로 맞서 싸웠다고 믿으리라.

그만큼 그들은 맹렬히 싸웠던 것이다.




그는 헤로도토스의 말도 예로 들었다.




그대는 엘레판티네 시에서 강을 거슬러 항해하게 될 것이며, 그러면 평지에 이르게 될 것이오.

그러면 그대는 그곳을 통과한 뒤 다른 배를 타고 이틀 동안 항해하게 될 것이며, 그러고 나면 메로에라는 이름의 큰 도시에 도착하게 될 것이오.




엘레판티네Elephantine는 이집트 북쪽 엘레판티네 섬에 있는 도시이고, 메로에Meroe는 아이티오피아Aithiopia에 있는 메로에 섬의 수도였다. 헤로도토스는 마음속으로 청중을 데리고 그곳을 통과하며 청중이 들은 것을 눈으로 보게 해준다. 그의 구절은 실제 인물에게 직접 말을 건넴으로써 듣는 이를 사건의 현장으로 데려다준다. 그리고 청중 전체가 아니라 한 개인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작가는 어떤 인물에 관해 서술하다가 돌변하여 스스로 그 인물로 바뀐다. 이런 종류의 문채를 일종의 감정 분출이하고 하는데 롱기누스는 『일리아스』 15권 346-349행을 예로 들었다.




그러자 헥토르가 큰 소리로 트로이아인들에게 외쳤다.

함선들을 공격하고 피묻은 전리품들은 내버려두라고.

누구든지 함선들을 떠나 다른 곳에 가 있다가 내 눈에 띄는 자는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게 해줄 것이오.




롱기누스는 호메로스가 “헥토르는 이러저러한 말을 했다”고 삽입했더라면 차가운 느낌을 주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상황이 긴박하여 작가가 지체할 시간이 없고, 즉시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로 바뀌지 않을 수 없을 때는 이런 문체가 유익하다고 말한다.

롱기누스는 데모스테네스가 『아리스토게이톤 탄핵 연설 Kat' Aristogeitonos』에서 감정의 급격한 변화를 암시하기 위해 인칭 바꾸기를 약간 다른 방법으로 사용했음을 지적했다.




여러분 중 과연 이 뻔뻔스런 인간의 폭행에 분노와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겠소?

그 자는 -오오 그대 가장 비열한 악당이여- 그대의 발언의 자유는 열릴 수도 있는 크고 작은 문들에 의해 닫힌 것이 아니라 ...




롱기누스는 데모스테네스가 격분한 나머지 의미가 완결되기도 전에 갑자기 바꾸어 하나의 구절을 두 인물에게 배분했다고 말한다. “그 자는 -오오 그대 가장 비열한 악당이여” 이렇게 데모스테네스는 아리스토게이톤에게 말을 건네고 배심원들 곁을 떠난 척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그들에게 훨씬 더 강하게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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