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숭고는 우리의 마음에 더 가깝다


롱기누스Longinus의 『숭고에 관하여 Peri hypsous』 중에서

롱기누스는 문채가 숭고의 동맹군이더라도 역으로 숭고로부터 놀랄 만큼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문채는 교묘하게 사용하면 의심을 받게 된다면서 특히 절대적 권위를 우리는 재판관, 참주僭主, 왕, 지위가 높은 통치자에게 말할 때 그렇다. 그런 사람들은 노련한 연설가의 문채에 철없는 아이처럼 당하게 되면 발끈 화를 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문채는 그것이 문채라는 사실이 숨겨져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숭고와 감정은 문채의 사용에 수반되는 의심에 놀랍도록 효과가 있는 해독제이지만, 교묘한 계략은 미와 숭고의 광채에 둘러싸이면 눈에 띄지 않게 되어 의심을 사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증거로 롱기누스는 데모스테네스가 헬라스의 영웅들에 걸고 맹세한 말 “천만에, 여러분들이 잘못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마라톤에서 앞장서 위험에 맞섰던 분들에 맹세코!”란 구절을 든다. 그는 데모스테네스가 문채를 그것의 광채 속에 숨겼다고 칭찬한다. 희미한 불빛이 햇빛에 둘러싸이게 되면 사라져버리듯이 수사학적 기교도 사방에서 에워싸는 위대성에 의해 빛을 잃게 된다고 롱기누스는 말한다.

회화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데, 빛과 그림자가 색채로 재현되어 같은 화면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어도 빛이 먼저 우리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빛이 두드러질 뿐만 아니라 훨씬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와 같이 문학에 있어서도 감정과 숭고는 우리의 마음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것은 타고난 친화력과 광채 때문에 늘 문채에 앞서 우리의 주의를 끌어 문채의 기교를 가림으로써 그것이 눈에 띄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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