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는 특정 관념에 얽매여 상상력을 펼치는 데

『아동 미술치료 Child Art Therapy』, 주디스 아론 루빈(2010, 출판사 知와 사랑) 중에서


미술치료를 하는 동안 아이가 더욱 쉽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은 무척 많다.
우선 환경적인 방법으로 공간, 시간, 가구 배치, 조명, 미술 도구 등을 적절하게 재조정하는 것이나 적합한 작업방식, 주제를 알려주는 걸을 들 수 있다.
또 환경적 방법에는 아이의 상태에 맞춰 치료사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치료사는 상황에 따라 조용한 관찰자, 적극적인 질문자, 동등한 참여자, 함께하는 협력자의 역할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컴퓨터, 녹음기, 악기, 꼭두각시 인형, 미니어처 장난감, 소도구 등을 갖추어두면 표현의 범위와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
예를 들어 역할극을 할 때 마이크를 갖다 대며 공식적인 인터뷰를 하는 척하면 아이는 자신의 역할에 더욱 몰입하기 쉬울 것이다.

다양한 방법들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아이가 문제를 겪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아이가 특정 문제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할 때, 기존의 창의적인 재료나 도구에 덧붙여 특별 처방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다.
어떠한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실마리는 아이에게서 나온다.

미술치료 하는 과정은 어떤 아이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또 동일한 아이라 해도 매 순간 변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가 일반적인 미술치료 단계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연령에 따라 아이들이 겪는 일반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고려하면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이 조금 줄어들 것이다.

미술치료사들은 내담자들이 그림에 낯섦을 극복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낙서를 이용할 때가 많다.
특히 낙서는 특정 관념에 얽매여 상상력을 펼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때 낙서로 시작하면 내면에서 웅크리고 있던 심상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어떤 주제로 그림을 그릴 것인가는 대개 아이들이 미술 활동을 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하지만 때로는 아이에게 특정 주제를 제안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에게 재료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때로 재료를 정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아이가 그린 밑그림을 채색할 때는 가는 붓이 더 적합하다든가, 아이가 생각한 모양을 만들 때는 물로 반죽한 점토보다는 쉽게 굳지 않게 하기 위해 기름이 첨가된 점토가 더 어울린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인 조언을 위해 미술치료사는 각종 미술 재료와 그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 이따금 아이에게 특정 재료를 권하는 것이 심리적인 효과를 위해 나을 때도 있다.
『아동 미술치료』의 저자 주디스 아론 루빈은 아이에게 어떤 ‘처방’을 내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아이에게는 반드시 손가락 그림을 그리도록 시킨다’라는 공식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치료사가 그런 식의 태도를 취하면 아이와의 관계가 권위적으로 변질되기 십상이며, 아이에게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내담자와 치료사 간에 안정적인 신뢰 관계가 확립된 이후라면, 이유를 솔직하고 명확하게 설명해준 후 특정 재료를 권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때로는 꿈처럼 잠재적인 치료 효과가 있는 주제에 대한 미술 활동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아이에게 자유롭게 미술 활동을 하게 한 후, 그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미술치료 과정이라면, 여기서는 그 순서를 반대로 적용해보는 것이다.
즉 먼저 아이와 어던 주제에 대해 대화한 후 그와 관련된 미술작품을 만들어보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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