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누엘 칸트의 『도덕형이상학의 기초 Grounding for the Metaphysics of Morals』



『도덕형이상학의 기초 Grounding for the Metaphysics of Morals』는 『실천이상 비판 Critique of Practical Reason』(1788) 이전인 1785년에 출간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제2비판서인 『실천이상 비판』에 실린 주장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칸트Immanuel Kant(1724-1804)는 동부 프러시아 발틱해 부근의 작은 마을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평생을 보냈다. 쾨니히스베르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오늘날 칼리닌그라드라는 러시아 영토에 속한다. 칸트는 55세 때까지 자연과학에 관한 저작들을 발표했고, 20년 넘게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가 인간 이성 인식의 근거와 정신철학을 위한 『순수이성 비판 Critique of Pure Reason』을 내놓은 것은 1781년이었고, 미학을 위한 『판단력 비판 Critique of Judgment』을 내놓은 것은 1790년이었다.

칸트의 철학적 목표는 논리적 분석을 활용해 이성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세상을 분석하고 재단하기 전에 우리가 사용하게 될 이성이란 정신적 도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 칸트는 『순수이성 비판』에서 인간의 정신, 즉 이성이 어떻게 정보를 수용하고 처리하는지에 관한 포괄적인 청사진을 현상하는 과업에 착수했다.

스코틀랜드 태생의 철학자, 역사가 데이비드 흄David Hume(1711-76)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그 작업에 착수한 칸트는 흄이 자기를 지적인 ‘선잠’에서 깨어나게 해주었다고 회상했다. 칸트를 일깨운 흄의 사상은 인과관계causality에 관한 분석이론이었다. 우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놓고 하나의 사건이 또 다른 사건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지각들 가운데 어떤 사건이 또 다른 사건을 야기한다고 알려주는 것은 없으며 지각으로부터 인지하는 것이라고는 일정한 사건들이 규칙적으로 다른 일정한 사건들 직후에 일어난다는 사실뿐이라고 흄은 말했다. 이처럼 일정한 사건들이 규칙적으로 다른 일정한 사건들에 뒤이어 발생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이 인과관계라는 것이다.

칸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과관계란 단순히 인간의 지각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과관계와 수많은 다른 기본 개념들이 우리 정신 속에 소위 회로화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눈으로 본 것을 이해하려고 할 때마다 원인과 결과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의 모습이 의식 속에 회로화된 개념들로 이뤄진다면, 우리는 세계가 ‘실제로는’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인지하는 세계는 기본적인 원인 개념들과 감각적 정보들의 통합을 통해 형성되며, 우리는 감각적 정보를 발산하는 ‘물자체thing in itself’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칸트의 통찰과 연구로 인해 기존의 수많은 관념과 사상은 심각한 도전에 봉착했다. 예를 들면, 칸트 이전의 많은 철학자들은 신의 존재에 관한 ‘증거들’을 제시했는데, 그 한 가지는 우주의 ‘제1원인’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에 대해 칸트는 “우리는 어떤 절대자가 우주를 태동시켜 차후의 모든 사건의 근본 원인이 되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거나, 아니면 과거와 미래로까지 무한히 확장되는 끝없는 인과관계로서의 우주를 상상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과관계는 세계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으로부터 생겨나는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후의 모든 사건을 불러일으킨 제1원인의 존재 여부는 물론이고 세상에 ‘실제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의 여부도 알 수 없다. 따라서 “우주의 제1원인은 ‘반드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세계 자체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므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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