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전달이 상징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이기 때문이다

『아동 미술치료 Child Art Therapy』, 주디스 아론 루빈(2010, 출판사 知와 사랑) 중에서

특정 아이에게 잘 맞는 언어와 이미지, 준거 틀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
특히나 말을 하지 못하거나, 지능이 낮거나,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소통방식을 찾기란 더욱 까다로울 수 있다.

미술치료사는 치료에 참여하는 모든 아이와 원활하게 관계 맺기 위한 언어적, 비언어적 방법의 조합을 찾아내야만 한다.
또 그 조합은 시간의 흐름과 아이의 성장에 맞춰 면밀하게 조정되어야만 한다.
효과적이고 적절한 파장을 찾기란 쉽지 않으며 치료사의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이다.
때로는 알맞은 방법을 찾기 위해 치료사로서 모험을 감행해야 할 수도 있다.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 없다면 미술치료를 통해 어떤 진전도 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으려는 아이와 소통communicating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건 특히 힘겹고 까다로운 작업이다.
이런 경우 미술 활동의 주제를 명확히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아이가 용기를 내서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았지만 그 내용에 직면facing할 만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일 때, 심리치료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혹감과 난처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경우 굳이 아이를 자신 내면의 생각이나 감정에 직면하도록 이끌 필요는 없다.
특히 정신장애나 불안이 심하지 않거나 아주 어린이의 경우에는 직면하더라도 별다른 소용이 없을 수 있다.
대부분의 의사전달이 상징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미술이나 역할극을 이용한 승화된 표현을 통해 감정이나 생각을 분출하도록 하는 것 이상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미리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미술치료가 다른 심리치료의 부수적인 요법으로 쓰인다면 단순히 감정과 생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도록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미술치료사들은 미술적 표현 외에는 다른 방법으로 관계 맺을 줄 모르는 아이들과 독립적으로 일해야만 하는 때가 많다.
오로지 치료를 목적으로만 한다면 미술 활동만으로는 부족할지 모른다.
그럴 경우에는 치료의 깊이와 폭을 확장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역할극 놀이, 동작치료, 음악치료, 글쓰기 등의 방식을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
미술치료를 하다보면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잘 맞는 표현방식을 자연스레 찾아간다.
치료사는 창의성을 표출할 수 있는 방식을 제한하거나 금지해서는 안 된다.

미술치료사의 주된 도구는 미술 활동이지만 이야기 등의 표현적인 방식들도 편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내면의 무시무시한 환상이나 감정에 대한 직면을 쉽게 만들어주는 도구는 아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모든 미술 양식은 어느 정도의 거리감과 가장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에 투사적 접근법을 치료실 안팎 모두에서 더욱 나아지도록 도와준다.

아이가 표현한 내용과 자기 자신 사이의 관계를 깨닫도록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할 때, 직면 과정은 고통을 가져올 수 있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직면하도록 돕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이들은 대개 그 과정을 회피하거나 저항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아이가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는지 이해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아이의 욕구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이 방어하는 기이하고 ‘나쁜’ 환상들을 받아들여주어야 한다.
『아동 미술치료』의 저자 주디스 아론 루빈은 아이의 방어기제를 꼭 해제시켜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대로 두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잘못된 갈등을 자각하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용납하기 어려운 무의식적 바람과 생각들에 직면하기란 어른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어린이가 상징적인 수준에 머무르던 생각과 바람에 직접 대면하려면 얼마나 힘겹겠는가.
하지만 아이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신중하고 주의 깊은 태도로 내면의 생각과 감정에 직면하도록 도와주면, 아주 어린이라 해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불안해하거나 분노를 느끼는 순간을 수차례 극복해야만 할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의 내면을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지는 연령과 지능에 좌우된다.
하지만 내면의 생각과 감정에 직면하는 데는, 새로 얻은 깨달음을 통해 내면을 변화시켜 더욱 긍정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고 느끼며, 행동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만 있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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