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교두보 확보하려

<한국정당정치 실록>(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민주당은 혁명과업 수행에 필요한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헌법 부칙에 소급입법의 길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자유당 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당론은 후퇴하고 말았다.
또 한 가지 개헌작업의 진행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자유당 의원들의 신변문제였다.
부정선거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일부 자유당 의원들의 구속 사태까지 이르게 되자, 이들은 허정 수반과 권승렬 법무장관을 국회에 출석시켜 자유당은 정상적인 선거업무에 협력했을 뿐인데 의원들을 구속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그리고 사태가 더 이상 악화 확대되면 개헌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유당은 대세에 밀려 민주당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는 것 같았지만 혁명의 여파를 최소화하려는 완고한 고집을 부린 것이다.


이로 인해 과도정부는 혁명의 뒷처리를 과감하게 수행하지 못했고, 민주당 구파도 내각책임제 개헌을 관철하기 위해 자유당의 반발을 무마시키는 데 급급했다.
자유당이 유일하게 의지할 곳은 국회였으며, 그들이 앞으로 살아남는 길도 내각책임제 개헌으로 국회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민주당의 구파는 자유당의 이런 입장을 십분 활용했다.
4월 26일에 의결한 국회의 시국수습 결의안 가운데 3항인 “과도체계 아래서의 내각책임제 개헌 단행” 항목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개헌기초위원회 구성에 박차를 가했다.
구파의 서범석은 “우리가 시국수습의 소리만 외쳐댈 것이 아니라 결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옳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개헌기초위원 선정을 제안했다.
이 제안에 어느 누구도 반대할 수 없었다.
신파 측이 내심으로 달갑지 않게 생각했더라도 반대할 명목이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