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앞날을 예고

<한국정당정치 실록>(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민주당은 승리의 감격과 희망보다 오히려 압승으로 인해 어두운 앞날을 예고하고 있었다.
민의원의 다수 의석에 의해 행정부가 구성되는 내각책임제하에서 의석의 4분의 3을 얻었다는 것은 당시 민주당이 사실상 양분되다시피 한 신파와 구파의 세력분포로 보아 반드시 길조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압승은 두 파로 하여금 각각 단독 집권의 구상을 추진하도록 자극했다.


민주당은 창당과정에서부터 싹튼 당내 파벌이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심화되어 여러 번 분열의 위기에 직면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당권적 차원의 위기는 극복했지만 정권적 차원에서는 서로 결별도 불사한다는 자세였다.
8월 3일 하오 3시 선거 후 처음으로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최고위원 전원과 김도연, 이영준, 오위영, 유진산, 서범석, 현석호, 조재천, 조한백, 이상철, 이충환, 민관식, 주요한 등이 모여 확대간부회의를 열었다.


머지않아 국회의 개원을 앞두고 당면한 대통령과 국무총리 후보에 대한 지명문제가 논의되었으나, 구체적 인물선정은 고사하고 후보지명 절차조차도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구파는 우선 당 공천 낙천자들 가운데서 당선된 의원들의 복당이 선결되어야 할 문제이며, 대통령과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은 의원총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신파는 낙천자들 가운데서 당선자는 복당시킬 수 없고, 후보자 지명은 중앙상임위원회에서 해야 한다고 맞섰다.
1차 모임은 서로를 탐색하는 기회가 되었고, 두 파의 단합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다음날 구파는 아침부터 자파 출신 도 당위원장들과 중요 간부 30여 명이 모여 앞으로의 대책을 숙의하고, 하오 6시에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겸점과 분당을 선언하는 한편 이를 관철하기 위해 23인위원회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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