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자당도 통제하지 못해

<한국정당정치 실록>(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그러나 국민과 학생들의 분노의 감정으로 보아서는 소급입법을 중단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장면 정권의 입장은 난처하게 되었다. 민주당은 자동케이스를 폐지하고 심사케이스의 범위도 줄이는 수정안을 제안했다.
장면은 보복조치라는 오해를 해소하고 다수의 공직자가 공포심을 가짐으로써 생기는 사회적·정치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수정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혁명적 상황이 이 같은 조치를 요구하여 정당화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혁명세력의 고조된 불만을 무마시키고 반혁명세력의 성장을 저지하기 위해 절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제2공화국 들어서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변신한 자유당계는 8% 이상의 당선을 기록하고 있었다.
신민당은 이 조치의 완화를 강력히 반대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수정안이 지방 관리들의 환심을 살까 염려했고, 또한 강경한 혁명의지를 보임으로써 대중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민주당과 신민당 내의 소장파들은 대체로 원안을 고수하려 했다.
이들은 11월 13일 자유당의 중진 장경근이 병보석중 일본으로 도망하자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장면은 이 수정안에 관해 자당의 의원들조차 통솔하지 못했다.
수정안이 민의원에 회부되었을 때 불과 60명의 찬성을 얻었을 뿐이다.
이들 60명 가운데도 민주당 의원은 50명 미만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외견상 민의원에 124석을 확보해 안정세를 유지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장면이 이들을 의향대로 이끌지 못해 늘 불안한 상태에 있었다.
내각책임제하에서 국무총리가 자당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정권은 안정되지 못할 것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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