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슬러는 ‘엔드리스 시어터’라는 새로운 개념

야마구치 가쓰히로의 <공간연출 디자인의 원류>(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1910년대에서 1920년대에 걸쳐 유럽은 연극적 풍토의 활성화라는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다.
이 같은 시대상황에서 키슬러는 ‘엔드리스 시어터(Endless Theatre)’라는 새로운 개념의 극장 안을 통하여 극장건축의 혁신적인 향방을 제시했다.
1923년에 최초의 발상을 보인 이 안은 이후 몇 개의 프로젝트를 통한 실험을 거쳐 발전했다.2)
‘엔드리스 시어터’는 1962년에 완성을 본 <유니버설 극장>까지 계속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키슬러는 1923년부터 1962년까지 약 40년에 걸쳐 새로운 형식의 극장건축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았다.


그의 작업은 일반적인 극장안과 달리 ‘관객 및 연기자를 수용하기 위한 용기에 대한 제안’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지 않았다.
‘엔드리스’에 관한 실험 가운데 하나인 <공간무대>(1924)를 통해 그는 극장건축의 새로운 기능을 제안했는데, 이것은 상연내용 및 형식에 대응하는 무대구조의 설계는 물론 객석의 구성에 있어서도 혁신적인 것이다.
여기서 제시된 그의 아이디어는 유럽의 극장건축 설계분야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고 한다.


1929년의 대공황의 여파로 유럽으로의 귀환을 포기한 키슬러는, 뉴욕의 줄리어드 음악원에 무대디자인 총책임자로 일하면서 많은 작업을 남긴다.
키슬러 관련 자료에 의하면 1923년부터 1956년까지 그가 디자인한 무대장치는 무려 53건에 이른다.3)
키슬러가 설계한 극장 건축은 무대디자인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것은 건축가 입장에서 극장 설계에 임했던 당대의 건축가들과는 다른 것이었다.


1. 극장형식의 혁신 - 1920년대를 중심으로

러시아 구성주의, 미래파, 다다이즘, 독일 표현주의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식의 연극적 실험을 통해서 보다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예술적 공감대를 형성해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연극이 아닌 극장공간에 대한 변혁은 1920년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이것은 대본이나 연출형식 등 무대연출기법에 관한 변혁에 비해 다소 늦은 것이다.
먼저 1920년대 예술가들이 제시했던 극장에 대한 건축적 조형적 제안과 키슬러의 그것을 비교하면서 그가 다른 예술가들과 구별되는 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키슬러는 1923년에 수직과 수평의 단면 스케치를 통해 타원형의<엔드리스 극장>안을 발표하고 다음해 여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연극은 군주제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 당시의 극장을 모범으로 삼고 있다.
우선 상류층의 좌석을 무대 전방에 배치하고 일반인의 좌석과 구분한다.
따라서 그 밖의 좌석을 차지한 관객들은-비싼 입장료를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연극을 제대로 볼 수 없더라도 그저 참을 수밖에 없다.
극장 건축가들은 우리 시대의 극장이 지니는 구조적 결함을 묵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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