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로피우스의 <전체극장>

야마구치 가쓰히로의 <공간연출 디자인의 원류>(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키슬러가 1924년 비인에서 <공간무대>를 발표한 2년 후, 에르빈 피스카토르와 발터 그로피우스는 <전체극장 Total Theater>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그로피우스의 전체극장’으로 알려져 있는 극장건축안(案)으로 베를린에 건설될 예정으로 있던 <피스카토르 극장>을 위하여 계획된 것인데, 당연한 일이겠으나 작업에 앞서 그로피우스는 역사상 존재했던 극장형식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극장>은 원형극장이나 서커스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무대주위에 객석을 갖춘 구심적(求心的) 구조로 전면 및 좌우에서 관람이 가능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그리스·로마의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반원형무대를 갖춘 것이다.
그러나 마치 창문을 통해 바깥 경치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현실과는 격리된 무대 위의 환영을 ‘엿보듯이’ 감상하는 프로세니엄 아치식 극장과 마찬가지로 관객은 여전히 무대로부터 분리된 채로 있다.


이것을 그로피우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에르빈 피스카토르는 나에게 새로운 극장의 설계를 의뢰하면서 그가 지니고 있는 불굴의 재능과 대범함과 명석함을 토대로 마치 유토피아처럼 이상적인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극장형식의 창출을 요구하는 그것은 고도의 기술적 성과를 필요로 했다.
이에 따라 나는 다양한 연출가들에 의해 요구되는 각양각색의 상황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고도의 표현가능성을 지닌 극장을 목표로 했다.
또한 이것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객을 능동적으로 참가시키고자 계획된 것이기도 하다.”7


“효과적인 기술적 설비를 토대로 하는 <전체극장>은 어떤 연출가에게도 충족될 수 있으며, 따라서 어떤 작품의 상연도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평면적인 무대와 에이프런 스테이지(Apron stage)11), 그리고 원형무대는 물론 동시에 몇 가지 패턴의 상연이 가능하다.”8


이같이 다양한 형태의 상연을 가능하게 하는 <전체극장>의 구조를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그림 2-10의 가장 위의 도면 왼쪽의 검은 부분이 평면무대이다.
이것은 이 건물의 구조를 지탱하는 12개의 기둥 중에서 4개의 기둥사이로 3개의 공간을 형성하게 된다.
가운데 2개의 기둥 사이에 있는 것이 중앙무대이고 양쪽은 측면무대로 사용될 수 있다.
2열의 가동식(可動式) 왜건 스테이지(Wagon stage)12)의 수평 벨트 컨베이어 장치가 회전무대의 결점을 보완하면서 급격한 장면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나아가서 관객의 주위를 에워싸는 측면무대의 연장선에 경사진 통로가 놓여 있는데, 여기에는 평면무대로부터 연결된 왜건 스테이지가 설치되어 있어서 필요한 경우에는 객석 주위에서의 상연도 가능하게 계획되어 있다.


두 번째 도면에서 검게 칠해져 있는 동그란 부분은, 관객을 퇴장시킨 후에 사용 가능한 일종의 에이프런 스테이지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계획된 원형 스테이지를 포함해서 그것을 둘러싸는 또 하나의 원형객석을 180°회전시킨 것이 세 번째 도면인데, 이것은 <전체극장>이 극장 전체의 중앙에 구심적인 원형무대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물론 이것은 기계적 조작에 의해 상연 중에도 가능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로피우스의 <전체극장>안은 화카스 몰나르의 <U 시어터>, 안드레아스 봐이닝거의 <구형극장 The Spherical Theater>안과 함께 바우하우스가 탄생시킨 극장건축의 대표적인 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