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슬러의 극장건축 아이디어
야마구치 가쓰히로의 <공간연출 디자인의 원류>(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키슬러의 극장건축 아이디어는 뉴욕의 <엘렌빌 축제극장>(1955)18)이 건설되기 전까지는 빛을 보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게 된다.
텐트형 극장 <에렌빌 축제극장>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가 상연되기도 했다.
키슬러는 이 <템페스트>의 무대디자인을 담당했는데, 극장공간의 구조에 어울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단순한 구상수준이 아니라 실현을 본 극장으로는 1958년 뉴욕의 카토나에 건설된 베네치아풍의 <카라무어 극장 Caramoor Theater>이 있다.
또한 1960년에는 포드재단의 후원을 얻어 ‘대도시를 위한 새로운 극장 플랜 연구’를 시작하는데, 이것은 8개의 다른 안과 함께 1962년 뉴욕 현대공예관(Museum of Contemporary Crafts)에 전시된다.19)
같은 해 키슬러는 <유니버설극장>이라고 명명된 도시 속의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계획하게 된다.
앞서 소개한 <유니버설, 우드스탁 극장>에서도 경제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한 키슬러는 <유니버설 극장>에서도 이 점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나는 단지 극장만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활동의 범주에 속하는 다양한 요소를 하나로 종합하는 센터를 디자인하게 되었다.
그것은 예술과 경제성 사이에 유기적인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결과이기도 하다.
대극장(수용인원 1,600명), 소극장(수용인원 600명), 로비로 된 이 극장은 30층에 달하는 고층빌딩의 중앙로비에 위치한다.
여기에는 120에서 300석 정도를 소화할 수 있는 소극장들이 포함된다.
나아가서 크고 작은 텔레비전 스튜디오와 라디오 스튜디오가 있으며, 각종 출판사와 레코드와 필름회사를 위한 대여사무소 등이 포함된다.
또한 7개 층을 산업제품이나 예술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일반 식당이나 수장고, 그리고 워크샵을 위한 공간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유니버설 극장>은 비즈니스와 오락과 예술을 종합적으로 취급하는 센터로 각각의 요소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상호 관련되어 있다.17
<유니버설 극장>은 철근 콘크리트의 연속적인 각체(殼體)구조로 단 하나의 기둥도 대들보도 없이 장력에만 의존하고 있다.
대극장에 설치된 거대한 비정형(非定形)입체는 생물체와 같은 유기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내부도 천장부터 바닥까지 연속된 곡면으로 되어 있어서 시각적으로도, 음향효과에 있어서도 죽은 공간이 없는 ‘엔드리스’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키슬러는 <유니버설 극장>을 설계하면서 흔해빠진 현대 극장건축 스타일을 거부하고 그보다는 극장공간의 과거와 미래를 연계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는 <유니버설 극장>을 그리스형의 아레나(Arena)와 오늘날의 프로세니엄 아치형 극장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며 <유니버설 극장>이 40여 년에 걸쳐 행해온 극장설계를 집대성하는 것으로, 그간 대담한 생략과 새로운 구상을 추가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유니버설 극장>의 설계에서 이른바 회화적인 배경막을 설치하기 위한 장치를 배제하고 있으나, 그것은 향후 배경그림 대신에 조형적 장치나 프로젝션이 이용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무대 바깥이든 안쪽이든 회화적 배경막이 필요할 경우에는 새롭게 설치해 사용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키슬러는 보다 거시적이고 총체적인 시각에서 극장공간의 존재방식을 집대성하는 무엇인가를 구상했다.
따라서 극장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a. 대사중심의 극을 위하여 의식의 집중이 가능하다.
b. 프로세니엄 아치를 중심으로 배치된 주변무대는 오페라, 레뷰, 대규모의 드라마와 같은 각종 스펙터클의 상연에 적합하다.
c. 심포니나 대합창과 같이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물론, 실내악이나 독주회를 위한 아레나와 같이 관객과의 밀접한 관계가 요구되는 경우에도 부응할 수 있다.
d. 배우를 비롯해서 몇 명의 그룹을 이룬 사람들이 오디토리엄의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면서 관객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또한 <유니버설 극장>은 큰 회의와 같은 대집회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e. 어떤 자리에 앉더라도 완전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의 상연은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거의 무한대로 확대할 수 있는 스크린의 설치가 가능하다.
f. 나아가서 인공위성에 의한 영상전송기술 등 최첨단의 시각 수단을 이용하여, 지금 행해지는 이벤트를 기다리고 있는 관객에게 즉시 전달할 수 있는 상연이 가능하다.
이같이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유니버설 극장>은 그 내용에 적합한 건축적 구조와 외관을 통해 다음과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외형적 구조는 물론 내적 활력에 주목한 이 극장의 컨셉은 궁극적으로는 본래 연극에 내재되어 있는 ‘실질적인 모든 힘의 종합’을 강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