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슬러는 ‘공간의 디자인’에 주목했다 


야마구치 가쓰히로의 <공간연출 디자인의 원류>(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미신의 방>의 전시디자인은 브르통과 뒤샹의 권유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또한 이 전시에 출품한 작가로는 마타, 헤어, 미로, 에른스트, 탕기, 뒤샹 등이 있다.
키슬러도 최초의 조각 <모든 종교를 위한 토템>을 발표했다.10)
그런데 주목할 사실은-브르통의 요청에 따른 것이겠으나-키슬러의 역할이 단지 각 작가의 작품을 배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몇 명의 작가가 키슬러의 계획에 공동제작자로 참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로의 <미신의 여울>과 <명확>이나 탕기의 <단계적으로 예고된 죽음> 등이 설치도면과 함께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 대해 키슬러는 1947년에 발표된 <마술적 건축> 선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공간의 디자인’에 주목했다.
나는 화가 뒤샹, 에른스트, 마타, 미로, 탕기, 그리고 조각가 헤어와 마리아를 초대해서 내 플랜의 실현을 위한 동의를 구했다.
모두들 열심히 도와주었다.
나는 형태에 있어서도, 내용에 있어서도, 전체의 모든 부분이 작가들 모두를 위한 것이 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모두들 그것을 이해해주었다.
만약 전체가 원만하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것은 전부 내 책임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의 상호관련 플랜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분야의 전문적인 예술가들의 모임이 아니라, 건축가, 화가, 조각가를 하나로 묶은 그룹과, 그리고 테마를 맡은 시인이 참여하여 창조된 공동제작은, 설사 그것이 성공하지 못한 채 끝난다 하더라도 우리의 조형예술 발전에 대단히 강력한 희망을 가져다줄 것이다.15
앞서 소개한 베도앙의 책 『20년 간의 초현실주의: 1939-1959』에 실린 피엘 겔의 논문은 <미신의 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미신의 방>은 프레데릭 키슬러의 작품으로 뒤샹과 마타의 도움에 의한 것이다.
침묵과 고뇌가 느껴지는 청색과 황색의 기묘한 빛 속에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녹색으로 칠한 캔버스가 둘러싸여 있어서 ‘인간의 존재 자체에 뿌리내리고 있는 마술적 건축의 실상’이 실현되고 있었다.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거대한 황색 형상이 천장으로부터 내려뜨려져 있다.
사람 형상을 한 인형의 발밑에는 막스 에른스트가 <검은 호수>를 그렸다.
인형 주위에는 여러 가지 공포의 형상들이 모여 마치 인간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르셀 뒤샹의 <녹색 빛>, 수작(秀作) <모든 종교의 토템>, 디에고의 <흡혈귀>, 도네티의 <악의 눈> 등이 그것이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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