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데 스틸과 디자인

야마구치 가쓰히로의 <공간연출 디자인의 원류>(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리더인 반 뒤스부르크가 1917년 데 스틸 그룹을 결성했을 때, 멤버 중에는 이미 건축가로서 활동하고 있던 로베르트 반 호프나 야곱스 요하네스 아우트가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데 스틸의 주요활동에 디자인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데 스틸은 멤버의 가입과 탈퇴가 빈번했는데, 키슬러가 참가한 것은 1923년이다.


레이너 벤함은 『제1기계시대의 예술 Theory and Design in the First Machine Age』(Architectural Press, London, 1960)에서 데 스틸을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시기와, 리시츠키와 키슬러가 참가하는 등 국제적으로 활동의 폭을 넓혔던 시기로 양분하고 있다.


몬드리안과 반 뒤스브르크의 회화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데 스틸의 조형적 특징은 기본 형태에 의한 동적 구성에 있었다.
특히 사각형, 직선과 같은 기하학적 형태들이 일정 공간에서 상호간에 어떠한 관계를 갖는가에 주목했다.
몬드리안의 경우 표현대상공간을 2차원의 평면으로 한정하고 있었으나, 반 뒤스부르크는 3차원의 현실공간을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한편 폴 오버리는 잡지 『데 스틸 De Stijl』에서 리트벨트의 유명한 <적과 청의 암 체어>(1918-1923)8)에 대해서 “데 스틸의 기본 원리를 가장 간결하게 들어낸 것”이라고 적고 있다.
그의 말대로 리트벨트는 반 뒤스부르크나 몬드리안의 회화에서 볼 수 있는 데 스틸의 조형원리를 의자라는 형태를 빌어 구체화하고 있다.
라이트의 영향을 받은 리트벨트는 또 한 사람의 데 스틸 건축가 반 호프의 건축양식보다 요소적인 구성에 의한 순수성이 돋보이는 이 작품을 통해 데 스틸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적과 청의 암체어>과 함께 1919년 발표된 리트벨트의 <식기대>가 데 스틸 가구디자인의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면, 1923년에 제작된 반 뒤스부르크와 반 에스트렌의 공동작품 <주택계획안>은 건축적 표현을 통해 데 스틸의 조형원리를 실천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역시 수평과 수직의 공간적 관련성에 의한 요소적 구성이 돋보이는 이것은 건축공학적 또는 구조적인 측면에 주목한 결과라기보다는 데 스틸의 조형원리를 건축적 표현을 통해 실현한 예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그런데 반 뒤스부르크는 1920년대 중반부터 조화나 균형 등에 흥미를 잃게 된다.
반 뒤스부르크의 회화에 대각선이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대항구도(counter composition)’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그는 “‘대항구도’에서 면의 균형은 지금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각각의 면은 주변 공간의 일부이다.
따라서 구성은 면과 면 사이의 관련보다는 서로간의 장력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했다.
‘대항구도’에서는 각각의 요소가 마치 장력처럼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대항적인 움직임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반 뒤스브르크는 면과 면이 조합되어있다고 해서 ‘역동적인 균형’이 발생한다고는 단정할 수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딱딱한 조화’에 그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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