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키슬러의 가구디자인
야마구치 가쓰히로의 <공간연출 디자인의 원류>(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키슬러는 대략 1929년부터 1936년에 걸쳐 많은 제품디자인을 했다.
여기에는 <공간주택>과 관련되는 것도 있는데, 그 중에서는 <매달린 책상>(1929-35)과 같이 천장과 벽에 지지하고 있는 사무실용 책상과 같이 참신한 디자인이 있는가 하면 특허권을 얻을 정도의 발명도 있다.
특히 1935년에서 1936년에 걸쳐 찰스 마젠타임 부부 및 도날드 그로스만 부부를 위해 디자인된 일련의 가구는 그 형태나 사용재료에 있어서도 대단히 독특한 작품이다.
예를 들어 금속 크롬으로 도금된 플레임을 지니는 <다이닝 테이블>(1935)이 있는가 하면 알루미늄 주물로 된 유기적인 3개의 형태를 조합시킨 <세 부분으로 된 네스팅 테이블>(1935-38)도 있다.13)
키슬러는 이 테이블을 ‘신장형(腎臟型) 테이블’이라 불렀다.
뿐만 아니라 목재로 된 <식당용 사이드 보드> (1936)는 데 스틸의 디자인을 연상시킨다.
이들 중에서 <코너-소파-베드>라고 명명된 다목적 가구는 1936년 1월 24일자로 특허를 획득한 제품이다.
이것은 오늘날 너무도 일반화된 이른바 소파 베드의 원형이다.
그 밖에도 특허를 획득한 <조명테이블 구조물>(1935)은 동그란 유리판 테이블 아래에 금속접시가 부착되어 있어서 그 뒤에 조명장치를 부착한 것으로 키슬러가 선호한 복합기능 가구 중 하나이다.
키슬러는 1937년 7월부터 컬럼비아 대학 건축과에 개설된 디자인 상호관련 연구소에서 활동하기 시작한다.
이미 <공간주택>의 설계를 통해 시도된 바 있는 바이오테크닉과 디자인 상호관련 등의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키슬러가 지도했던 컬럼비아 대학 학생과의 공동 작업에 의한 제품디자인 연구는 그의 이론적 기초가 됐다.
여기에서의 연구를 통해 제품디자인의 사회적 위치를 점검하고 공업생산품의 라이프사이클이라는 중요 테마가 연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과 함께 디자인 상호관련을 실험하기 위한 소재로 <움직이는 가정용 책장>(19376-39)이 채택되었다.
이 실험은 키슬러만의 독자적인 인간공학에 의거한 디자인으로 최종적으로는 실물대의 모형으로 제작되었다.
키슬러는 이 책장의 설계와 제작을 건축적 표현의 일부로 인식했다.
1930년대는 미국의 제품디자인이 활성화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레이몬드 로이, 월터 다윈 티크, 노먼 벨 게데스와 같은 새로운 타입의 디자이너가 속속 등장했다.
바우하우스의 조형이론이 모홀리-나기에 의해 미국에 정착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이다.
그러나 건축, 제품디자인, 회화, 조각 등 영역별 전문화가 진행되어 결과적으로는 러시아 구성주의나 바우하우스의 이론이 퇴색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예술가 스스로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예술가를 받아들이는 사회 환경의 변화에 의한 것이다.
키슬러의 ‘상호현실주의’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청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